학교 밖 청소년의 비가역적 배움 이야기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린 평생 공부를 해야 될 운명일지 모릅니다. 청소년기 배움은 주로 학교에서 일어납니다. 국어를 배우고, 수학을 배우고, 많은 교과목을 배웁니다. 그게 끝이 아닙니다. 사회생활도 배웁니다. 선생님과 학생, 친구와 친구, 선배와 후배 등 많은 인간관계도 배웁니다. 이런 수많은 배움 중 비가역적 배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비가역적’이라는 말은 ‘되돌릴 수 없다’. ‘되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가역적 배움은 한 번 배우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삶을 통째로 바꿔버리는 배움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어떤 경험이나 배움을 통해 이전의 나로는 돌아갈 수 없을 만큼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이 바뀌고, 내 삶의 방식까지 변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수학 과목 중 덧셈을 배우게 된다면 우린 1+1=2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마 몇 년이 지나도 1+1=2라는 것을 모르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선 8대 왕의 이름을 묻는 다면, 모를 확률이 큽니다.(참고로 조선 8대 왕은 예종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잊힐 수 있는 지식인 거죠.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시험이 끝나면 잊히기도 하지만, 비가역적 배움은 절대 잊히지 않아요. 한 번 배우면 평생 나를 따라다니는 거죠.
그래서 전 비가역적 배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배우면 평생을 써먹을 수 있는 가성비 넘치는 배움이니깐요. 그렇다면 학교 밖 배움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첫째, 실패를 통한 배움
학교 밖 청소년들은 아르바이트, 창업,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면서 자주 실패를 경험합니다. 그런데 이 실패가 단순한 실수나 끝이 아닙니다. 실패를 통해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 그리고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몸으로 깨닫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후엔 어떤 선택을 할 때, 조심하거나, 반대로 도전하는 태도를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8살에 카페를 차렸다가 망한 학교 밖 청소년은 그 실패를 통해 돈의 흐름, 사업의 어려움, 책임의 무게를 뼈저리게 배우고 다음에는 준비와 계획을 중요성을 알게 됩니다. 이 배움은 어떤 일을 하든 실행력과 책임감이라는 자산을 남길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관계에서 오는 배움
학교 밖 청소년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대, 직업,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게 됩니다. 세상이라는 큰 운동장에서 진짜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깊이를 배울 수 있습니다.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를 넘어서 세상 속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기고, 상처를 받기도 하고, 또 따뜻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제가 만난 한 친구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까다로운 손님, 무뚝뚝한 사장님, 따뜻한 동료들을 만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경험을 통해 ‘사람은 다 다르고, 나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그 친구가 느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인간관계에서 유연하고 깊은 이해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자립을 통한 배움
학교 밖 청소년들 중에는 자립을 위해 돈을 벌고, 생활을 꾸려야 하는 친구들이 잇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밥을 챙기고, 집을 구하고, 세금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건 단순히 경제적인 독립이 아니라,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정수(가명)는 혼자 고시원에 살면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학교 밖 청소년입니다. 배달일을 하는 정수는 ’생활비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비오는 날엔 손님이 줄어드니깐 배달 시간을 어떻게 조정해야되는지‘를 혼자 고민하고 결정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살아남는 법,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누구보다 현실적인 감각이 뛰어난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의 이면을 마주하는 배움입니다.
학교 밖에 나가면 세상의 이면도 마주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불공정, 차별, 불평등 같은 문제들입니다. 세상은 마냥 따뜻하지 않습니다. ’왜 세상은 이런가?‘를 고민하고 때로는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도 품게 됩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지고, 비판적 사고와 주체적인 시선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비가역적 배움의 특징은
1. 한 번 배워서 사라지지 않는다.
2. 삶 전체를 바꾸는 힘을 가진다.
3. 이론이 아닌 ‘살면서 체험한 지혜’다.
4. 나중에 무엇을 하든 밑바탕이 된다.
비가역적 배움은 때론 아프고, 힘들고, 버겁지만 결국 세상을 살아갈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힘을 만들어줍니다. 저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비가역적 배움을 통해 더 단단하고, 더 자유로운 어른으로 자라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