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퇴사하고 싶지 않을 때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 (1)
커리어 전환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죠. 멋모르고 직장에 들어갔다가 30대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만두거나, 해외여행을 떠나 나를 돌아보는 트렌드도 이제는 조금 지난 것 같습니다. 브런치 1회 대상도 티거장님의 퇴사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저는 그 트렌드가 시작될 때부터 고민했지만 퇴사를 아직 한 번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예 그만둘 용기도 없고, 새로운 곳에 신입으로 들어갈 자신도 없고, 경력을 살리기엔 여태 해온 일이 많이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창업을 하거나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에는 투자 대비 효율이 있을까 싶고... 이렇게 매일 밤 고민만 하다 다음 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하는 건 저뿐만이 아니겠지요.
어쨌든 퇴사 자체는 정말 너무 멋지고 용감한 선택이지만, 그만큼의 리스크도 있기 때문에 저는 무작정 저지르고 후회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1인 가구의 가장으로서 토끼같은 자식과 여우같은 배우자는 없지만 워낙 잘 먹고 맛있는 것 좋아하는 '저'와, 귀여운 걸 보면 무조건 사야하는 '저'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이전 글에서 제가 새로운 저의 길을 위해 발걸음을 뗄 수 있었던 방법은, 다행히 제가 이전에 해둔 여러 활동들 덕분이었는데 (저는 주관이 뚜렷한 편은 아니라 주로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맞는 걸 찾아가거나, 아닌 걸 제외해나가는 소거법으로 선택하는 편입니다) 그 시기에 특히 도움이 된 것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갭이어 프로젝트'와 '내 기록들 돌아보기'
'갭이어 프로젝트'는 우연히 퇴근하던 버스 전광판에서 발견하고 지원하게 된 청년 정책입니다. 경기도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500만원을 지원해주는 사업이었는데, 서류와 면접을 거쳐 선발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지원을 해주고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저는 글쓰기, 퍼스널브랜딩, 아카이빙 등을 하겠다 지원했는데 다행히 선발되어 1달간 주말마다 교육을 받고, 4개월 정도 수행 기간을 거쳐 결과물을 발표하는 시간까지 가졌습니다. 덕분에 OTT 관련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마침 롤모델도 찾을 수 있었고, 글쓰기 수업이나 자격증 수업 등에 다양하게 투자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때 알아본 길로 진로를 정하진 않았지만 얻은 것이 많았습니다
우선은 개인으로 지원했어도 꾸준히 목적을 위해 달릴 수 있도록 팀을 꾸리도록 했는데, 팀원들이 나이도 비슷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도 비슷해서 재미있게 팀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 다양한 길을 가고 있지만 그래도 뭔가를 위해 열심히 나아간다는 공통점이 있고 다들 정말 배려하는 성향이다보니 같이 템플스테이와 여행을 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그런 삶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전세계로 여행을 다니고 단체 여행 인솔자 역할을 하면서 앞으로의 장례는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노인들을 대상으로 장례 및 생전 장례식, 유산 상속 컨설팅 등을 해주고자 하는 친구, 여행 작가로 다양한 곳을 다니면서 에세이를 쓰기 위해 수익 파이프라인을 구축해두고자 쇼핑몰 시스템 사용해보는 친구,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운동 유튜버로서 식단이나 운동 영상 등을 올리는 친구 등…
그리고 두 번째로는 시행착오, 실패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면 어쩌지?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안고 하고 싶은게 있어도 도전하기가 망설여지는데, 그걸 직접 해 보고 판단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실제 내 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전망도 그리 좋지 않은 것 같아 방향을 선회할 수 있었고, 공연 쪽으로 확신을 갖고 이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택지를 줄이는 것도 사실 맞는 방향을 알려주는 것보다 어쩌면 더 필요한 것 같기도 합니다.
세번째로는 내돈내산을 하지 않아도 이것저것 해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1회라 본격적인 제약이 생기기 전이지만 부산국제영화제 탐방, 명사나 기업 대표분들만 찍는 유명한 사진작가에게 프로필 사진 찍기, 다양한 종류의 강의 마음껏 들어보기 (거의 대학 다니면서 학점 채우는 것 만큼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 외에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더해 경기도의 응원과 지원이라고 생각하니 뿌듯해져서 결과발표회때 퀴즈를 맞추고 소감으로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최근에 청년 대상 복지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잘 모르다보니 이용하지 못하거나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았는데 거의 처음 제대로 누려본 제도인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복지제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힘들게 번 내돈 대신 세금 페이백이라 생각하고 이용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알아봐야 길이 열리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튼, 갭이어 외에도 워크샵 수업 같은 것도 요새 민간으로 개최되는 것도 많고, 프로젝트 형태들도 있고, 현업인과 만나는 것도 커피챗이나 링크드인 등으로 다양하게 가능해진 것 같습니다. 직장인의 입장에서도 뭔가 현업 관련 관심이 있거나 문의가 들어오면 부족하지만 아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고자 노력하다보니, 현실에 뛰어들기 전에 그런 걸 먼저 해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요새 경기도 좋지 않으니 신중한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