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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에 초년생으로 커리어 다시 시작하기

희망편, 그리고 절…실한 현실편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by 최애일 aisle choi

아무튼 그래서 30대 중반에 새로운 일에 도전했고, 좋게 봐주신 덕분에 퇴사 후 이직보다는 조금 더 안전한 방법으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0대 중반에 사회 초년생으로서 기존의 커리어를 내려두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느끼는 장점과 단점을 공유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장점은 우선 리프레시는 확실히 되었습니다. 사실 같은 일을 계속 하면서 오는 매너리즘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익숙하지 않으니 매 순간 긴장하게 되어 초반에는 정말 기절하듯이 잤고 익히는 것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것을 찾고 어느 정도 일 감각이나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선택한 길이다보니 전보다는 확실히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일을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실 초년생으로 들어왔으면 버티기 힘들었을 워라밸과 환경이지만 (물론 멋모르고 버텼을 수도 있지만 훨씬 힘들었을 것 같아요) 알고 들어오니 그래도 다닐만 한 것 같습니다.


단점은 업무가 다르고 사람들도 다니다보니 분위기가 너무 다르고, 어설프게 업무 습관이 된 부분도 있어서 그런 것을 이 곳의 방식대로 고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이는 시니어까지는 아니지만 중니어인데 아는 건 없고, 그것도 못하나 하는 평가가 매 순간 되고 있는 것 같아 어려웠습니다. 신입도 아니고 3개월이면 적응해야지. 하는 피드백도 들었고, 신입의 메리트가 사라지고 알아서 잘해야되는게 제일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첫 이직이다보니, 처음으로 해보는 다른 업무이다보니 이게 새로운 일이라 힘든건지, 이 곳이라 힘든건지, 업무 강도가 높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업계를 아예 바꿔서 그런건지 그런 것들이 헷갈렸습니다. 그리고 챙겨주셔도 소외감이 많이 들었고, 막내도 아니고 살갑게도 잘 못하다보니 스스로 포지션도 참 애매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너스레는 떨 수 있지만 동료 사이에서 치열한 사회생활은 또 안해봤다보니 그런 것도 어렵고… 많이 챙겨주셨음에도 그런 부분들이 어렵고 서로 잘 모르다보니 상처받는 부분들도 많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옮기는 과정에서 받은 상처에 대한 치유의 시간도 없었고,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아무튼 그래도 이직의 과정은 아직 많이 남은 인생에서 언젠가는 겪었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옮긴 것 자체에 대한 후회는 없고 어떻게든 살아가야지 하는 생각이지만, 아직은 갈 길이 바쁜 상황이네요. 그래도 꿈에 가까워질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늘 감사하게 생각하며 일하려고 합니다. 사회생활 만렙인 저희 아빠가 월급은 원래 욕값이랬거든요. 쓰고 보니 장점이 없어보이지만 즐거웠던 순간들은 다음 글에 또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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