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들의 공연을 보며 느낀 작지만 그만큼 큰 가능성의 세계
대학 시절의 저는 그렇게 잘 놀던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학생이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그 나머지 시간에는 하고 싶은 일이나 할 수 있는 일들을 했습니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는 하루 종일을 할애해야 한다거나 학업에 방해가 되는 일들은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아르바이트도 대부분 학기가 끝난 12월부터 시작해 중간고사가 시작되는 4~5월쯤이면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 다닐 때는 페스티벌이나 인디밴드 공연을 보러 갈 일도 거의 없어, 그런 문화는 저와는 먼 세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나이가 든 요즘 오히려 페스티벌을 다니고, 공연을 보러 다니고 있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공연을 직접 접하면서 무엇보다 현장에 가면 느끼는게 있더라고요. 음악은 정말 나이도 그 어떤것도 상관없이 평생 할 수 있는 일이자,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할 수 있는 매개체이자, 혼자 해도 즐겁고 함께 하면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모두가 똑같이 하지만 각자의 느낌대로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멋진 것이구나. 아티스트들이 음악을 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앞에서 신나게 호응하는 관객들을 볼 때마다 행복하고요.
그런 아티스트들의 꿈은 무엇일까요. 일일이 물어보진 못했지만, 아마 대부분 음악이 좋고 무대가 좋아서 시작한 분들일 것입니다. 운이 좋으면 공모사업이나 대회에서 수상해 무대에 오르고 주목을 받지만, 그렇지 않다면 처음부터 자신들을 위한 무대가 주어지지 않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을 막 시작했을 때는, ‘공연장’이 하나의 큰 지표처럼 여겨지는 게 의아했습니다. 큰 공연장의 경우 대관 심사가 있어 아무 라인업이나 가능한 것이 아니며, 무엇보다 그만큼의 관객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는 것을요.
그만큼 공연장에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많은 관객, 큰 제작비, 수많은 스태프가 함께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아티스트에게는 그 공연장 입성 자체가 목표가 되기도 하고, 실제로 무대에 섰을 때 감격스러워하기도 합니다. “우리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그것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한 거죠.
이렇게 자신의 열정이 관객에게 닿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무대라는 창구와 동시에 공연을 알리기 위한 ‘창구'도 필요합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길 바라면서도 그 순간이 오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플랫폼을 통해 공연을 판매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제작의 관점에서는 또 다를 수 있겠지만, 제가 하는 일은 ‘살림’과도 비슷합니다. 1인 가구든 4인 가구든 냉장고나 세탁기가 꼭 필요한 것처럼, 기본적인 루틴은 있고 다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조금 더 많을 뿐입니다.
그러다보니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보면, 당연히 큰 공연에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 효율성 이상의 절실함이 존재합니다. 작은 공연들은 아무리 홍보를 많이 해도 관객이 적고, 인기 있는 아티스트처럼 자연스러운 바이럴이나 판매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는 ‘공연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창구가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아티스트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하실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열심히 나아가는 배에 순풍을 불어준다면 조금 더 수월할 것 같아서요. 지금은 아니더라도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더 많은 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후, 후 열심히 멀리서 불고 있습니다.
잘 된다면 더 큰 공연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사실 큰 공연이라 해도 시작할 때는 도움의 손길 하나, 관객 한 명이 절실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더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공연 하나를 올리는 일 자체가 쉽지 않고, 수익을 내기도 어려운 현실이라 한 번 공연을 올린 많은 분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그 순간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 덕분에 자신이 사랑하는 그 순간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