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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아니요, 누군가에게는 최애인 그들

다양한 취향만큼이나 다양한 요즘 팬덤의 세계

by 최애일 aisle choi

초반에 업계를 잘 몰랐을 때 (물론 지금도 잘 몰라서 공부가 한참 필요하지만) 확 깨달은 계기가 있는데요. 보통 공연 문의의 경우 소속사나 공연기획사 공연장 등에서 진행하시는데 작은 공연은 아티스트가 직접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여러 사정이 있는 걸 알지만 그때는 그런 걸 잘 모르기도 했고, 저도 잘 모르는데 이것저것 물어보시는게 벅차기도 했고, 말투도 장난스러우신 것 같아 약간의 편견을 가졌었는데 막상 공연 홍보글이 올라가니 팬들이 좋아요와 하트를 적극적으로 누르며 사랑이 가득한 댓글을 올리시는 거에요. 그걸 보며 아, 내가 잘 모르는 분이라도 그건 나의 무지함을 반성해야 할 일이지, 누군가에게는 최애인 분일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겠다는 걸 그 때 깨닫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취향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졌습니다. 과거에는 음지나 하위 문화로 여겨지던 것들도, 도덕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사회적으로 ‘취향’으로 존중받습니다. 2D로 구현된 가상의 아티스트가 어지간한 아티스트들도 채우기 힘든 큰 공연장을 채우기도 하고, 지하 아이돌로 불리는 특수한 케이스의 아이돌들도 SNS의 알고리즘에 따라 등장하기도 합니다. 인기 상위권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존재일 수 있으며, 숫자로 보면 훨씬 많지만 주목받지 못할 뿐 연예인이나 일반인 모두 각자의 팬을 가질 수 있습니다.


팬덤의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요. 나이, 성별, 배경과 상관없이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대상과 이유는 수천 수만 가지일 수 있지만, 그 순간의 마음은 순수한 진심입니다. 트로트 공연 현장에 나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거의 운동회 청팀 백팀처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내 가수 상징색으로 꾸미고, 가수의 굿즈나 음식 등을 나눔하기도 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팬분들과 함께 보는 것만도 좋아요~ 하면서 표를 구매하기도 하고, 소녀들처럼 까르르 웃으며 관련없는 저에게도 챙겨가라며 나눔을 해주시는 걸 보면 뭔가 그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함께 행복해지고 아무것도 한 게 없지만 뿌듯하더라고요. 티켓팅도 하고 스밍도 하시고 그 방법을 서로 공유하시기도 하고… 그런 모습들이 참 신기했습니다.


그 외에 다양한 경로로 접하는 덕질을 보면 단순히 좋아하고, 음악을 찾아듣고, 응원하는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서 위로를 받고, 같이 좋아하는 덕메 친구들과 함께 내 최애가 다녀온 곳들 성지순례하기도 하고, 맛있는 걸 먹을 때 예절샷을 찍기도 하고, 최애를 모에화한 인형들을 사서 갖고 다니기도 하고, 팝업도 가고 굿즈도 사고 팬싸도 가고… 공연을 가는 것은 물론이고 (치열한 피켓팅, 혹은 플미(프리미엄)을 붙인 티켓을 사기도 하고, 용병이나 대리구매를 하기도 하고, 공연장에 가기 위해 교통,숙박, 심지어는 해외투어까지 따라가기도 하고)... 현실 삶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좋아할 때만큼은 다른 근심 걱정 없이 빠져들 수 있습니다. 이제 팬 활동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저녁 일상의 일부, 자연스러운 순간으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할 때 제 경우를 생각해보면, 주로 저는 제일 힘들 때 음악이나 다른 것에 몰두했던 것 같습니다.내 삶이 바쁘고 힘들고 지칠 때 뭔가 위로의 대상이 필요했고, 삶의 돌파구로서 그들은 자리했고, 늘 떠들고 재미있게 웃고, 팬의 사랑에 고마워하는 모습들을 보고, 그들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인정받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아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고, 예쁘고 멋진 컨셉의 화보들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멤버들과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면 또 재미도 있고요.


아무튼. 그렇게 그들은 누군가가 힘들 때 위로가 되고, 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혹은 덕질을 위한 일상을 살기도 하고,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밤이 어두울 수록 별이 빛나는 것처럼.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항상 진심입니다.


그래서 오지랖이지만 부디 그 대상들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있는 누군가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잘 하면 좋겠습니다. 팬의 사랑이나 인기가 시간이 지나면 얻을 수 있는, 혹은 특별한 자신들에게 당연히 부여되는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늘 감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문제 없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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