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오픈한 건물 지하에 카레집이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이 점심을 먹으러 가서 버터 통감자 비프카레와 토마토오므라이스를 주문했다. 오픈 기념으로 이만 원 이상 식사를 하면 만 원권 무료쿠폰을 준다고 했다. 사실 비프카레가 그럴싸해 보이기도 했지만 내 속마음은 쿠폰을 받고 싶어서였다. 쿠폰이 아니었음 카레 스파게티를 먹었겠지. 이 만원을 넘겨서 쿠폰을 받은 나는 식당의 마케팅에 잘 호응한 손님인가.
뭐 어쨌거나 내가 카레를 좋아하니 서로 윈윈이다. 맛은 괜찮다. 최저임금 오르면서 뭔들 안 올랐나 싶지만 그래도 좀 비싼 편이다. 이 동네 식당들이 대체로 비싼데 이 집은 맛이라도 좋으니 다행이다.
내가 언제부터 카레를 좋아했는지 모르겠지만 카레는 아무 때나 먹어도 좋다. 다른 반찬 없이도 먹을수 있는 음식이다. 맛도 향도 다 좋다. 나는 향신료 냄새를 좋아하는데 그중 흔한 게 카레여서 일 거다. 타국에 나가 산다 해도 카레와 케밥만 있으면 먹는 걱정은 없을 듯하다.
한때, 아시아 학생들과 공부한 적이 있는데 가끔 점심을 같이 먹었다. 백인 선생은 우리에게 런치 셰어를 제안했다. 아시아 음식이 서양 음식보다 맛있었는지, 하여간 우리는 서로 동의하고 음식을 만들어 갔다.
중국식당을 운영하던 중국인 친구는 딤섬을 쪄왔다. 졸깃하고 부드러운 껍질에 만두소는 고기가 들어간 것과 새우가 들어간 것이었는데 모양이 꽃처럼 예뻤다. 처음 먹어보는 중국인의 딤섬, 딤섬이란 게 이렇게 맛있는 거로구나 싶었다. 나중에 대만에 가서 유명하다는 딤섬집에서 먹은 것조차도 그 친구의 것보다는 못했다.
인도네시아인은 카레를 가져왔다. 그동안 내가 먹었던 노란색이 아니다. 올리브색이라고 해야 하나. 노란빛이 도는 어두운 녹색인가? 처음 맛보는 그것은 이렇게 맛있는 카레가 있나 싶을 만큼 구미를 당겼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같이 먹던 사람들이 다 그랬나 보다. 나중에는 국물만 남았는데 그 국물마저 집에 싸가도 되냐고 선생이 물을 정도였다.
그날 여러 나라 음식을 먹었지만 인도네시아 카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때부터 카레 하면 그 맛이 생각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가 흔히 쓰지 않던 향신료를 넣고 만든 게 아닌가 싶다. 나의 미각과 후각을 완전히 장악했던 음식이다. 인도인들이 먹는 카레는 밝은 노랑 색인데 맛은 정말 밍밍했다. 카레는 종류도 다양하고 요리하는 사람에 따라 맛도 다르겠지만 내가 먹어본 인도인의 카레는 그랬다.
여행지에서 먹은 말레지안의 카레도 맛있다. 달큰한 가지를 넣은 그들의 카레맛도 기가 막힌다. 우리나라에도 수입품 고형 카레를 마트에서 판다. 일본 카레도 먹지만 짠 편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먹어온 건 오뚜기 카레 종류다. 고기와 감자, 양파, 당근을 주로 넣은 요리다. 그것도 간을 잘 맞추면 맛있다. 맛을 설명한다는 건 사실 어렵다. 맛이란 게 지극히 주관적이고 먹어봐야만 아는 것이기에 그렇다.
누구나 맛있게 먹은 음식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어릴 때 엄마의 음식도 그렇다. 음식의 기억에는 그때의 사람들, 날씨, 냄새, 감정들도 함께 따라온다. 음식은 모든 감각을 동원하는 풍성한 얘깃거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