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똑같이 반복하는 일이 있다. 일어나면 거실 창 앞에서 밖을 내다보는 것. 가까이 사거리를 내려다 보고는 오늘처럼 바닥이 번들번들하면 비가 오는구나 생각한다. 더 멀리 호수 쪽으로 고개를 든다. 아파트 빌딩에 가려져 한 귀퉁이만 보이지만 그나마도 트이는 맛을 주어 다행이다. 그것이 맑게 보이는지 뿌연지에 따라 미세먼지 엄청나네 하거나 오늘 정말 깨끗한데라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차들이 정해진 차선을 가듯 아침마다 약속처럼 따라가는 내 몸의 노선이다.
밤동안 비가 세차게 내리친 듯하다. 유리창에 달라붙은 먼지도 좀 씻겨나갔으면 좋겠다. 무거운 이중창문을 하나둘 열고 방충망까지 열어젖힌다. 흐릿하던 시야가 놀랄 만큼 선명해졌다. 먼 곳에서 반짝거리는 점멸등 노란빛이 생생하다. 비가 와서 내 노안이 사라진 걸까.(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바깥으로 한 팔을 내밀었더니 아직도 비는 후드득 떨어진다. 자동차 소리와 새소리가 경쟁하듯 새들은 빗속에서 참 기운차게도 지저귄다.
비가 오고 시야가 좋아진 것, 오늘 아침 선물이다. 아직은 어둑한 아침, 어제 낮에 다투어 꽃망울을 터트렸던 하얀 꽃들이 빗물에 무거워진 머리를 숙이고 섰다.
날씨는 사람들의 기분을 좌지우지한다. 들뜨게 하고 가라앉게도 한다. 비 오는 날은 밖에 나갈 일만 없다면 딱 좋다. 그 사이 비가 그쳤나 보다. 집 뒤로 나있는 공원을 산책하는 누군가 우산을 쓰지 않았다. 30분 전의 비오며 어둑한 아침은 이제 없다. 밋밋한 회색 하늘이 낮게 내려와 있다. 비에 흠뻑 젖은 소나무 껍질은 더 진하게 까맣다.
오늘도 거실 창을 통해 아침 첫 시간의 세상을 본다. 어느 날은 걸어 나가고 싶은 날이 있고 그냥 밥이나 하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러고 보면 빼놓지 못하는 루틴은 따로 있구나. 밥하는 일.
이 평생의 사업, 밥 먹고 사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