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에게 음식과 식품은 다양한 색감이자 텍스쳐다.
영양사에게 식품과 음식은 디자이너나 건축가가 다양한 툴, 소재를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어떤 텍스쳐를 내기 위해 여러 가지 효과를 쓸 수 있듯이 영양사도 부여받은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 수 있다.
보통 ‘식단 짜기’라고 칭하는 개인영양설계를 할 때 가져가는 나만의 원칙이 있다.
Zero-음료, 곤약/컬리플라워밥, 채소국수처럼 먹고 싶은 식품을 대체하는 류의 식품을 곁다리로는 쓰더라도 주재료로 쓰지 않는다.
몇 가지 계기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몸이 음식을 판단하는 여러 가지 경로에서 결국엔 페이크라는 걸 알아채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고, 처음에는 위로가 되는 것 같아도 심리적 만족감이 반감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먹고 싶은 갈망 정도가 클수록 그 음식을 먹으면서 원래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한 욕망이 더 커지는 반작용이 생긴다. 무엇보다 일반식과 다이어트식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가 강박적으로 변해 일반 식사를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다. 자꾸 기이한 조리법을 동원해서 ‘건강식’이라는 표현을 붙이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최대한 흔히 말하는 ‘일반식’, 보통 식사할 때 먹는 메뉴를 써서 구성한다. 가스파초, 나물, 당근라페, 굴림만두, 연포탕 등 충분히 가능하다. 갈비찜도 조리하기 나름이다. 음식은 식‘문화’이기도 하다. 자위하며 대체식품을 먹기보다 원물로 만든 원 식문화를 어떻게 조절하며 먹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적용하는 것이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결이자 무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