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기 : 이른바 "헬조선"을 벗어던지기 위한 여행
여행지를 가서 봐야 할 것들은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시간이 나면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 2가지 장소가 있다. 하나는 박물관, 또 하나는 시장(market)이다. 박물관은 그 나라나 지역을 대표하여 그동안의 역사와 문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공간이다. 물론, 그 나라의 언어 또는 영어 등 외국어의 압박이 있기는 하지만, 외국어 음성 가이드 기기를 빌려서 박물관 투어를 하고 나면 여러 지식의 습득을 통해, 박물관을 들어가기 전과 이후의 그 지역의 다양한 건축물과 사람들의 생활이 달라 보이는 것은 자명하다.
박물관이 과거를 기록하여 이해하게 해주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시장은 그 나라 또는 지역의 현재 모습,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는데 도움을 주는 공간이다. 새벽부터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물품과 식재료의 경매와 유통이 이루어지고, 하나 둘 지역민이나 관광객이 와서 물건을 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현재 사람들이 살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된다.
시장이라고 해서 꼭 재래시장만을 의미할 필요는 없다. 마치 재래시장에 가야만 사람들의 삶이 치열하고, 일반 쇼핑센터는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사람들이 물건을 거래하는, 바로 사고파는 모습을 보는 것은 여행의 큰 즐거움이다. 이왕이면 여행자들도 좋은 물건, 우리가 흔히 접하기 어렵거나, 우리 일상생활공간에서는 비교적 비싸서 사지 못했던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면, 그것도 역시 여행의 즐거움이 된다.
여행! 재미있게 즐기려면 시장에 가보자!
역시 여행하면 쇼핑이지!!!
여행을 가서 느낀 점은 역시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곳곳에 다양한 시장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중심가에는 크고 작은 시장들이 많이 형성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의 시장들은 재래시장이면서, 얼핏 보기에는 우리의 70~80년대의 느낌을 받을 수 있으나, 그 자체가 하나의 추억이며 재미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
캄보디아 씨엠립의 경우, 일반적인 여행자들이 많이 다니는 펍 스트리트 지역이 아닌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재래시장이 펍 스트리트에서 약 2~3km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싸르 재래시장으로 불리는 이곳에는 이들의 파티 때 입는 화려한 옷부터, 생활가전들, 그리고 당장 그날 먹을 고기를 파는 냉장시설이 없는 정육점 등 볼거리가 많다.
싸르는 그래도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가끔이나마 들르는 곳이라면, 톤레삽 호수를 가는 도중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관광객이 가지 않는 현지인 재래시장들도 눈에 띈다. 캄보디아의 젖줄로 알려져 있는 톤레삽 호수에서는 언제나 다양한 물고기가 잡히는데, 그 물고기들이 거래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는 시장들이 많이 있다. 시장들을 보다 보면 캄보디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먹고 지내는지를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사실, 동남아 시장의 백미는 야시장이다. 날씨가 워낙 덥다 보니, 주로 낮이 아닌, 밤에 여러 활동들을 많이 하게 된다. 특히, 새벽보다는 저녁이나 밤이 관광객들이 다니기 편하니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야시장으로 열리는 경우가 많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동남아시아 명소에는 유명한 야시장들이 많이 열린다. 라오스 루앙프라방 야시장이나, 태국 치앙마이, 치앙라이 야시장은 관광객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지갑을 열게 하는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다. 특히 아기자기한 수공예품들이 눈을 못 떼게 만들기도 한다. 중간중간 먹는 코코넛 주스나 바나나 크레페 등은 야시장의 재미를 더해준다.
동남아시아 뿐이겠는가. 유럽에는 쇼핑센터가 잘 발달이 되어 있어, 동남아시아보다는 그 흥미가 덜 하겠으나, 여러 쇼핑센터가 휴무인 일요일에 가야 하는 시장들이 있다. 일요일에는 지역마다 크고 작은 벼룩시장이 펼쳐진다. 바르셀로나의 레알 광장에서 펼쳐지는 빈티지 마켓이나, 베를린의 마우어 파크에서 펼쳐지는 플로 마켓, 로마의 포르타 포르테세 등은 일요일에만 열리는 재미있는 즐길 거리이다. 어디서 이러한 골동품들을 다 가지고 나왔을까 하며 생각이 될 정도의 크고 작은 물건들이 총출동한다. 잘 들여다보면 의외의 득템도 가능하다.
<베를린 마우어 피크 플로 마켓과 로마 포르타 포르테세 벼룩시장의 모습>
시장 이야기가 나왔으니, 여행자 입장에서의 시장을 이용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여행자 입장에서 시장을 이용한다는 것은 바로 크고 작은 쇼핑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멋진 일이고, 쇼핑을 하는 것은 마치 천박해 보인다거나, 여행자로서의 자세가 아니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여행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 중 쇼핑이라는 요소 역시, 여행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고, 나중에 그 여행을 기억하게 만드는 일이 된다. 속물 같아 보일 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시장과 쇼핑센터를 구경하고 물건을 사는 일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앗! 신상이닷!!!
외국에 나가서 쇼핑을 하면, 외화가 낭비된다거나 그것은 진정한 여행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역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어떻게 생각할지를 물어보고 싶다. 한국 관광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외래관광객 다수는 중국인 관광객이다. 중국인들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관광객 수뿐만 아니라, 그들이 쓰는 쇼핑비용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누구보다도 한국에 와서 쇼핑을 통해 1인 지출비용이 높으며, 이로 인해 그만큼 국내 관광이 발전되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가 어렵다. 물론, 그들 모두가 우리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를 이해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것은 또 다른 방법으로 이해하고 교류를 하도록 만들어야 하겠으나, 그렇다고 중국인 관광객이 쇼핑을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행 강의를 할 때 꼭 강조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외국 어딘가를 여행 갈 때 모든 옷을 다 싸가지고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시장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 부분도 동남아시아와 유럽을 비교해보면서 이야기해보자.
동남아시아에 여행을 가면, 가장 먼저 직면하는 것이 더위이다. 한 겨울에야 그래도 선선한 편에 속하지만, 여름철에 여행을 가면 찌는 듯한 더위에 한국에서 가져간 옷들이 덥게 느껴질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현지에서 값싸게 사서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옷들이다. 일명 코끼리 바지라 일컬어지는 코끼리가 그려져 있는 시원한 소재의 바지는 더운 나라에서 여행 다닐 때 값싸게 사입을 수 있는 여행 필수품이다. 일반 바지 스타일, 알리바바 스타일, 반바지 스타일 등 종류도 여러 가지이다.
<이 코끼리 바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남아에서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시아에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유럽의 경우에도 현지에서 옷을 사 입는 것은 여행 짐을 줄이고 출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물론, 옷값은 물가가 저렴한 국가보다는 싸지 않다. 다만, 한국에 들어와 있는 브랜드를 현지에서 구매한다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옷을 사입을 수 있으니, 현지에서 구입하는 것이 비교적 유리한 경우가 많다. 여행하는 나라에서 생산되는 브랜드의 옷이라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특히 12월에서 2월에는 세일 시즌이기 때문에 최대 70%까지 옷값이 내려간다. 여기에 도심 근교 아웃렛 등을 방문한다면 더욱 저렴한 옷을 구입할 수도 있다. 스페인의 자라(ZARA), 망고, 마시모두띠, 깜빠르, 독일의 휴고보스, 제옥스, 아디다스 등은 스페인이나 독일 방문 시 현지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다.
의류, 신발, 생활용품 등을 쇼핑하는 것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지만, 여행을 다녀온 뒤 여행을 추억할만한 것은 값싸면서도 그 지역을 기념할 수 있는 관광기념품들이 아닐까 싶다. 사람마다 수집하는 것이 달라서, 어떠한 사람은 전 세계의 스타벅스 컵을 수집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스노우볼을 수집하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값싸면서도 추억이 될만한 기념품들을 하나 둘 수집해보는 것도 여행을 추억하는데 나쁘지 않은 방법일 듯 싶다.
이집트 시장인 칸엘 칼릴리 시장에 가면, 온갖 잡동사니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이집트 피라미드, 오벨리스크, 자칼 피규어 등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기념품들을 수집하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칸엘 칼릴리 시장은 혼돈의 도시, 카이로에 있는 시장답게, 원하는 상점을 찾아가는 것조차 모험이다.
터키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는 가장 큰 실내 시장으로 알려졌을 만큼 그 규모가 상당하다. 이 곳에서는 사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 봐 두었다가 나중에 사러 와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는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워낙 미로와 같은 동선에, 시장 내 상점이 많아 살 물건은 그때 바로 흥정해서 사야 한다. 터키는 카파도키아, 파묵칼레와 같은 독특한 지역에 가면 소소한 상점들도 많아, 그 지역의 다양한 기념품을 얻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태국 치앙마이의 야시장 역시, 다양한 물건을 만날 수 있는 시장 중 하나이다. 태국 치앙마이는 태국 고산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소수민족들이 거주하는 지역과 가까워 몽족, 아카족 등의 독특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이외에도 태국 휴양지인 후아힌 지역에 가면, 주말에 야시장이 열리는데 시카다 마켓이라고 불리는 이 시장에서도 재미있고, 꽤나 디자인이 훌륭한 물건들을 보고 살 수 있다.
가까이 위치한 일본의 경우도 온갖 재미있는 것들의 천지이다. 키덜트 물건에 관심이 있다면,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와 함께 양대산맥인 일본 오사카의 덴덴타운에는 다양한 게임 및 애니메이션의 피규어를 구입할 수 있다. 드래곤볼이나 원피스 마니아라면 눈을 떼지 못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조금 더 독특한 물건을 구입하고 싶다면 일본의 작은 소도시인 사카이미나토도 재미있는 곳이다. 얼마 전 타개한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요괴가 펼쳐져 있는 마을과 상점들에서는 각종 요괴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
<덴덴타운의 드래곤볼과 사카이미나토의 요괴 게게게 기념품>
각 나라를 다니면서 큰 돈을 들이지 않고, 나라별로 특정 물품을 수집한다면, 그것 자체가 나라별 특성을 보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각 나라별 체스를 수집하는데 사실 체스는 기념품 수집에 그리 좋은 물건은 아니다. 워낙 물건이 무겁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여행을 가서 체스판을 보고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사지 말라고 뜯어말리는데도 그동안 모아 온 체스들 (시계방향으로 터키, 독일, 라오스, 이집트의 체스들>
시장이 여행에 있어서 좋은 점은 그들이 사는 치열함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물건을 사고팔면서 생활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삶의 함축이다. 천지인이라는 가수의 “청계천 8가” 노래 가사는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치열한 삶을 잘 표현하고 있다.
파란불도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사람들
물 샐 틈 없는 인파로 가득 찬
땀냄새 가득한 거리여 어느새 정든 추억의 거리여
어느 핏발 솟은 리어카꾼의 험상궂은 욕설도
어느 맹인 부부가수의 노래도
희미한 백열등 밑으로 어느새 물든 노을의 거리여
뿌연 헤드라이트 불빛에
덮쳐오는 가난의 풍경
술렁이던 한낮의 뜨겁던 흔적도
어느새 텅 빈 거리여
칠흑 같은 밤 쓸쓸한 청계천 8가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워~워~
비참한 우리 가난한 사랑을 위하여
끈질긴 우리의 삶을 위하여...
청계천에서 살아가던 상인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어떻게 보면, 산다는 것은 정말 위대한 것이며, 그 위대함을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는 듯하다. 우리는 여행에서 그 부분을 시장에서 느낄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얼마 전, 한국의 치킨집 숫자가 전 세계 맥도널드 점포수보다도 많다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치킨과 맥도널드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워도, 그만큼 사람들이 퇴직 후 일할 거리가 많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는 하다. 치킨집이라는 단어를 써서 그렇지, 사실 그 점포 하나를 설립하고 운영하려면 그 비용과 노력이 정말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동네 슈퍼마켓 사장님도 그 가게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물건을 사고팔며 유지하는 것이 존경스러울만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사고파는 곳들이 집대성되어 있는 시장이야말로 가장 그 시대의 사람들을 만나기 좋고, 존경하게 만드는 곳이라 여겨진다. 먹고사는 문제를 가장 잘 보여주기에, 어쩌면 가장 치열하면서도 노랫가사처럼 위대한 곳이 시장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다니다가 시장을 만나게 되면 가던 길을 우선 멈추고, 그곳을 둘러보게 되는 것 같다. 무엇을 사고 파는지,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사람들을 응대하는지, 또 여행자에게 어떠한 시선을 보이는지를 보다 보면 여행에서 깨닫게 되는 것들이 많아진다.
그만큼 산다는 것, 그 삶을 본다는 것은 여행에서 행운이 된다. 이들이 존경받고 사람답게 사는 사회가 정말 좋은 사회가 아닐까.
여행지의 그곳이든, 아니면 우리나라 이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