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다

by Lacedie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서울에서 조금 북쪽이라 다른 곳보다 기온이 조금 낮아서 그런지 꽃이 조금 늦게 피고, 조금 늦게 진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남쪽에서부터 꽃소식이 들려왔다. 나의 네모난 창 속 남쪽에 사는 친구들은 피어나기 시작한 꽃들과 만개한 벚꽃들을 보여주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있는 곳은 꽃은 아직 피어나지 않고, 꽃봉오리만 올라왔을 뿐이었다.


남쪽에 꽃들이 져 갈 때쯤, 이곳에 꽃들은 만개하기 시작했다. 봄이 찾아왔다는 것을 이 땅의 만물들도 다 알았는지 날씨도 놀라울 정도로 따뜻해져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지난주 금요일엔 눈이 내리기까지 했고, 잦은 비 소식이 있었다. 따뜻했던 봄날이 있었다는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겨울이 다시 온 것 마냥 춥고 추운 날씨들이 이어졌다. 눈이 내리고, 비는 더욱 거세게 내리고, 바람도 폭풍이 올 것 마냥 불어댔다. 꽃들은 이제 막 만개하기 시작했는데, 주말에 날씨를 보니 월요일에 출근하면 지난밤의 혹독한 날씨 때문에 꽃들이 다 떨어지고 시들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 걱정에 꽃의 만개를 조금 더 가까이 즐기지 못한 시간들이 아쉬워지고, 이제야 갓 피어났는데, 곧 질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잔함이 가득했다.


월요일 출근 날, 날씨는 추웠지만 꽃들은 여전했다. 땅에 떨어진 꽃잎들도 있었지만, 꽃잎들은 제자리를 지키면서 아직 나뭇가지에 잘 붙어서 아름답게 피고 있었다. 떨어질 때가 아닐 때에는 꽃들은 떨어지지 않는구나. 져야 할 때가 아니면, 지지 않는구나. 같이 일하는 친구와 여전히 아름다운 꽃들을 보며, 져야 할 때가 아니면 지지 않는 꽃들을 보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벚꽃잎은 얇고 조그마하여서 연약할 것 같더니, 모진 날씨와 강한 바람에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날씨는 계속해서 나아지지 않았고 이번에는 꽃들도 이겨내지 못하겠지 할 때마다 꽃들은 그렇게 혹한 날씨에도 다음날이면 여전히 아름답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연약해 보이는 꽃들도 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것이 꽃이 지지 않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들은 지지 않기를, 하물며 아름다운 우리도, 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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