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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스 May 18. 2024

회복하려는 마음, 슬픔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던 감정 이야기 [8]

    건강한 마음을 위한 소식지, 누스레터입니다. 오랜만에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던 감정 이야기” 시리즈를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지난번에는 분노에 대해 다루었지요. 


    오늘 함께 살펴볼 감정은 슬픔입니다. 슬픔과 가장 관련이 깊은 요인은 상실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상실은 친밀한 애착 대상을 잃는 일입니다. 가족을 죽음으로 떠나보냈을 때, 연인과 결별했을 때, 죽마고우가 머나먼 타국으로 이민을 갔을 때 우리는 슬픔을 느낍니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헤어짐뿐 아니라 자신과 관련된 무언가를 잃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평생 몸 담아 온 일선에서 물러날 때, 출산과 육아로 이전의 경력을 이어갈 수 없을 때, 중증 질환이나 사고로 몸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었을 때, 한 순간의 실수로 재산을 잃었을 때에도 마음 한편에 커다란 구멍이 뚫립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는 슬픔이 깃듭니다.



슬픔의 특징

    슬픔은 마치 물을 잔뜩 먹인 솜뭉치처럼 모든 것을 무겁게 만듭니다. 슬픔을 느끼는 사람은 눈, 눈썹, 입꼬리의 근육이 아래로 축 처지고 어깨는 조금 구부정하게 굽어 있습니다. 목소리에는 힘이 없고 시선은 아래를 향하지요. 두 눈엔 가득 눈물이 고이고, 명치께부터 차오르는 무언가가 목구멍에서 울컥합니다. 거친 사포로 문지른 것처럼 가슴팍이 알알하게 아려오기도 하지요.


   슬픔을 느끼는 사람의 손은 힘이 빠져 쥐고 있던 것을 툭 놓아버리고 맙니다. 한동안은 마음의 문이 닫혀서 새로운 것을 봐도 설레지 않고 재미난 일에도 웃음이 나질 않습니다. 삶을 진취적으로 이끌던 의욕이 사라지고 일상은 생기를 잃습니다. 슬픔은 모든 것을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러한 웅크림에는 목적이 있습니다. 바로 위로를 통해 힘을 되찾고 마음을 회복하기 위함입니다. 



슬픔이 하는 일

    상실은 정신없이 달려가던 발걸음에 브레이크를 걸어요. 잠시 멈춰 서서 쉬며 인생에서 정말로 값진 것들을 살펴볼 기회를 줍니다. 자칫 놓칠 수도 있었던 소중한 것들의 의미를 되새기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재정비하게 합니다. 슬픔의 기색은 주변 사람들의 위로를 자아냅니다. 그리고 진정 어린 위안은 끊어졌던 것들을 다시금 연결시킵니다. 그렇게 점점 잃었던 힘과 의미를 되찾으며 회복되어 갑니다.


    슬픔은 마주하기가 매우 어려운 감정입니다. 슬픔 그 자체도 고통스러울 뿐 아니라 그것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도 너무나 나약해 보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슬픔은 슬퍼해야 지나갑니다. 충분히 눈물을 흘린 뒤에는 도저히 채워질 것 같지 않던 빈자리에도 새로운 기회와 인연들이 싹을 틔울 거예요. 그러니 조금만 용기를 내어 슬픔을 느껴보세요. 


p.s/ 정신 건강에 대해 궁금하신 점을 댓글로 적어주시면 누스레터로 답해드립니다.


(그림 출처: 네이버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kEw&pkid=68&os=1848477&qvt=0&query=%EC%9D%B8%EC%82%AC%EC%9D%B4%EB%93%9C%20%EC%95%84%EC%9B%83%201%20%ED%8F%AC%ED%86%A0)



누스 레터(nous*-letter)는 마음의 전문가** 누스가 보내는 소식지입니다.

정신 건강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매주 브런치 스토리 매거진에 연재하며, 네이버 블로그에 공유합니다.

누스와 함께 건강한 마음의 태도를 만들어보세요.


* Nous는 그리스어로 정신, 마음의 태도를 뜻합니다.

** 보건복지부 공인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 한국심리학회 공인 임상심리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던 감정 이야기" 시리즈를 정주행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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