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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Sep 16. 2021

가을밤에 든 생각 (3)

 괜찮아요?

    

 갑작스러운 목소리가 뒤통수를 때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놀란 토끼 눈을 한 점원이 서있었다. 진정됐던 심장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빠르게 마신 술 때문에 온몸이 화끈거리기까지 했다.


 괜찮아요.


 대답과 달리 목소리는 괜찮지 않았다. 하루 종일 말을 하지 않은 탓에 낮게 떨렸으며, 술을 마신 탓에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나는 흠흠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를 향해 말했다.     


 괜찮아요.

 무슨 안 좋은 일 있어요?

 안 좋은 일 없는데…….

 그런데 무슨 술을 그렇게 마셔요?

 갈증이 나서요.


 점원은 내 대답을 듣고는 이해가 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나왔을 때 손에는 음료수가 들려있었다. 그는 그것을 나에게 건네며 말했다.


 여기요.

 이게 뭐예요?

 음료수요.


 나는 심오한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파란색 액체를 담고 있는 600밀리리터 페트병. 라벨에 떡하니 적혀있는 파워에이드라는 이름까지. 한글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니 한글을 몰라도 그것이 음료수라는 걸 모를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음료수와 점원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이걸 왜… 음료수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걸까요?

 마시라고 주는 거예요.

 마시라고요?


 갈증이 난다면서요. 갈증이 날 때는 그게 좋아요.

 점원은 손에 들린 파워에이드를 흔들었다. 거짓 따위 없는 순수한 얼굴이었다. 음료수 하나 주는 것에 음흉한 속내가 있을 리 만무하겠지만 조심한다고 나쁠 것은 없었다. 나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그것을 건네받고는 테이블 위에 두었다. 점원은 나의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앉아도 괜찮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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