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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Oct 07. 2021

혼술 (1)

 풀잎

 현주의 발목을 잡은 건 술집 풀잎이었다. 눈처럼 하얀 벽 가운데에 발자국처럼 난 작은 창이 겨울과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출입문은 두꺼운 나무문으로 밖에서 안을 보기가 어려웠고 내부는 오픈 키친을 둘러싼 바 테이블로 혼자 마시기 부담 없는 술집이었다. 그 점이 현주의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애주가였지만 혼술은 집에서만 가능했다. 가게에서 혼자 술을 마시면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릴 것 같은 부담감이 그녀를 위축되게 만들었다. 그것이 얼마나 허황된 망상인지 스스로도 알고 있었지만 각인된 불안은 쉽사리 떨쳐지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두꺼운 나무문과 바 테이블은 포근함과 용기를 불어넣어 가게에서 혼술이라는 탈선을 하게 만들었다. 퇴근하고 바로 온 덕분인지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현주는 혼자라는 부담감을 느꼈지만 술을 마시면 이런 것쯤은 사라지리라 생각하고는 제일 끝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훑어보았다. 혼자 오는 손님들을 받기 위함인지 메뉴는 대부분 만원이 넘지 않았고 제일 비싼 것도 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현주는 어묵탕과 청주를 주문하고는 입고 온 코트를 의자 뒤에 걸어놓았다.


 만족

 어묵탕이 나오기 전 물수건과 청주가 먼저 나왔다. 물수건은 따뜻하게 데워져 김이 모락모락 났다. 현주는 그것을 펼쳐 손을 닦고는 꼭 움켜쥐었다. 물수건의 온기가 손을 타고 몸으로 퍼져갔다. 현주는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정도로 차가운 것을 좋아하지만 피부에 닿는 것은 달랐다. 그녀는 남들보다 한 달 빠르게 보일러를 켜고 한 달 늦게 보일러를 끌 정도로 추위에 약했다. 풀잎의 사소하지만 세심한 배려에 기분이 좋아진 현주는 헤 웃으며 청주를 한 모금 마셨다. 차가운 청주가 목을 타고 넘어가자 전율이 흐르며 크라는 감탄 어린 소리가 나왔다. 집이 아닌 밖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이었다. 처음으로 낸 용기의 결과가 퍽 만족스러웠는지 어묵탕이 나왔을 때 청주는 반병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숙성회

 현주는 한 가지 음식을 많이 먹는 것보다 여러 음식을 조금씩 먹는 걸 좋아했다. 그녀에게 어묵탕은 둘이 나눠 먹기에 작았고 혼자 먹기에는 조금 벅찬 양이었다. 그 점이 아쉬웠다. 어묵탕은 흠잡을 데 없이 맛있었지만 현주는 다른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현주는 어묵을 하나 집어 입에 넣으며 메뉴판에 적힌 숙성회를 바라봤다. 회 한 점을 먹고 청주를 한 모금하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반이 넘게 남은 어묵탕이 걸렸다. 방금까지 좋았던 기분이 바람 한 점 없는 호수처럼 고요하게 잦아들었다. 욕심을 내지 말자며 어묵을 씹었지만 지우개를 베어 문 듯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북적북적

 풀잎은 현주의 마음에 든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술집이었다. 현주가 자리에 앉기 무섭게 한 명의 손님이 들어오더니 어묵탕이 나왔을 때에는 빈자리가 없이 손님으로 가득했다. 현주는 일찍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옆에 앉은 사람을 힐끔 쳐다봤다. 현주와 같은 또래의 여성이었다. 여성의 앞에는 현주와 같은 청주가 놓여있었다. 동질감을 느낀 현주는 여성을 빤히 바라봤다. 여성은 물수건으로 손을 닦다 노골적인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 현주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 현주의 얼굴이 붉어졌다.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당황함에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여성은 현주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어울리는 시원한 웃음이었다. 현주는 여성의 미소에 목례로 답을 하고는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가게 안은 선선했지만 현주의 얼굴은 꽤 오랫동안 달아올라 있었다.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매일 쓰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주말과 공휴일은 제외하고요.)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거리를 나뒹구는 은행의 고약한 냄새와 밤이면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가 가을임을 깨닫게 해주는 요즘입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브이로그를 보는 취미가 생겼어요.

남의 일상을 간접적으로 엿보는 재미가 생각보다 꽤 쏠쏠하더라고요. (변태는 아닙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저도 브이로그를 해볼까 하는 상상만 해봅니다.


코로나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증시는 바닥을 치는데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괜찮은지 모르겠어요. (저는 괜찮지 않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버틸 수 있을 만큼만 힘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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