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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Dec 26. 2021

산타 할아버지 (1)

  크리스마스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거리마다 초록, 빨간, 노란 전구들이 알록달록 세상을 비추고 있다.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 얼굴에는 저마다 행복이 가득하다.

  번화가가 내려다보이는 2층 카페에 앉아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다 한 가족에게 시선이 간다. 5살 남짓으로 보이는 아이가 엄마와 아빠의 손에 의지한 채 아장아장 걷고 있다. 그들의 뒤를 걷는 할아버지의 손에는 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펭귄 인형이 들려있다. 아이가 부모와 행복하게 노는 모습에 기분이 좋은지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그를 보니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몸이 좋지 않아 돌아가실 때까지 병상에 누워있던 할아버지. 그와 함께한 시간은 짧지만 마지막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유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이었다. 겨울 동안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것은 어린 나에게는 절망을 안겨줬다. 사실 여름이 끝날 때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다. 깊은 밤이 되면 안방에서 엄마와 아빠가 학원비 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화를 내는 걸 자주 들었기 때문이었다. 혹여나 내가 들릴까 봐 방문을 닫고는 최대한 조용히 이야기를 했지만 어린아이의 청력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매우 뛰어났기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내쉬던 한숨 소리까지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엄마, 아빠의 화는 날이 갈수록 점점 잦아지더니 여름이 끝날 때쯤 엄마도 일을 시작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노인들의 나라

  할아버지 집은 같은 서울이었지만 한강을 건너 한참을 올라가야 했다. 물론 설날과 추석에만 들렸던 곳이었기에 동네에 친구가 있을 리 만무했다. 동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가득했고 집에서 가까운 놀이터는 시장 바로 옆에 있었기에 원인 모를 악취가 진동을 했다. 나는 할아버지 집에 도착한 순간부터 말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거실 소파에 팔을 베고 누워 벽을 보며 소리 없이 울음을 참아댔다. 아빠는 그런 나에게 방학 잘 보내라는 격려만을 남기고 할아버지와 뭔가를 얘기하더니 집을 나섰다. 그렇게 나는 노인들의 나라에 혼자 남겨지게 됐다.


  크리스마스 선물

  내가 이토록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였던 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할까 하는 걱정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잖아도 작년 크리스마스에 엄마, 아빠와 제주도로 여행을 가느라 선물을 받지 못했었다. 엄마, 아빠는 집이 아닌 곳에 있으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지 않는다면서 그토록 받고 싶어 했던 종이인형세트가 아닌 받아쓰기 노트와 필통, 필기구를 선물로 주었다. 말 잘 듣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내년에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좋은 선물을 받으라는 덕담과 함께 말이다. 그건 어린 나에게 적잖은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기 충분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 산타 할아버지의 시선 때문에 애써 기쁜 척을 하며 일 년을 버텼다. 내년에는 더 좋은 선물을 받고 말리라는 열망과 함께였다. 그토록 치밀했던 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 것이었다. 울지 않으려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저만치 멀어지는 종이인형세트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할아버지는 그런 나를 향해 배 안 고프냐? 라고 물었다. 나는 대답을 했다가 울고 있는 걸 들킬까 두려워 등을 돌린 채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할아버지는 나를 향해 무슨 말을 하려다 마른기침을 하고는 주방으로 건너갔다. 명절에 왔을 때와 다른 모습이었다.


  할아버지

  내가 태어나기 전에 할머니는 돌아가셨기에 할아버지는 집안의 유일한 어른이시라고 했다. 그런 할아버지는 자신의 안위를 물어보는 가족들의 물음을 뒤로한 채 나만을 바라보기 바빴다. 내가 거실에서 걷다 삼촌의 무릎에 걸려 넘어져 울기라도 하면 창고에서 망치를 가져와 삼촌의 무릎을 부숴 버리겠다며 역정을 내시던 분이었다. 그런 할아버지가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어색하고 불편했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바라본 어른들은 엄마와 아빠가 전부였기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같은 노인들은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었다. 저들은 어째서 저렇게 주름이 많은지, 가까이하다가는 나도 저렇게 주름이 생기지 않을지 두려움을 주는 존재였다. 표정을 감출 줄 모르는 나는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고 명절마다 할아버지를 피하기 바빴다. 나는 용돈을 줄 때만 할아버지에게 뽀뽀를 했고 할아버지는 그런 내 마음을 모르는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환하게 웃기 바빴다. 소파에 누워 등을 돌리고 있던 건 그런 할아버지의 성격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토라진 기분을 달래주지 않고 돌아서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한차례 절망을 느꼈다.






















이번 한편으로 끝나는 단편을 쓰고 싶었는데 ㅎㅎ 결국 실패했어요.


캐롤이 세상 가득 퍼지더니 드디어 크리스마스가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가득한 세상인지라 어딜 나가기가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이유 없이 설레고 기쁨을 주는 날인 거 같아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어릴 적부터 교회를 다녔기 때문일까요? 크리스마스는 저에게 항상 울림이 컸어요. 영문도 모르지만 괜스레 마음이 붕 뜨는 날. 뭘 해도 어딘가 모자란 아쉬움이 가득한 날. 저에게 크리스마스는 그런 날이랍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오늘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요.

저는 마트에서 소고기도 사고 와인과 샴페인도 사서 캐롤을 들으며 주지육림의 하루를 보냈답니다.

(이렇게 보내는 게 맞나 의문이 들긴 하지만 저만 행복하면 된 거 아닌가 싶어요.)

지금도 맥주를 마시며 술기운에 젖어 있는 터라 내용과 오타가 걱정이 됩니다.


늦었지만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셨길 바라고 남은 주말도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Stevie wonder, Andra day - Someday at christmas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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