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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설을 쓰자 그리고 달달 외우자

자소서 작성과 면접 준비

by 화문화답

자소서 작성 어디까지 해봤니


자기소개서를 쓸 때 원칙은 '소설을 쓰지 않는다'이다. '자소설'은 거짓으로 쓴 것이기 때문에 양심의 문제이며 결국은 걸러진다. 자신 만의 스토리를 진정성 있게 써야 한다. 그런데 경력자나 대졸 취업준비생이 아닌 고등학생은 어떨까? 과연 이 원칙이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까?


고등학생은 미성년자로서 아직 어린 나이이다. 기본적으로 일 경험이나 직무 경력이 거의 전무(全無)하다. 학교에서 경험 활동을 하겠지만, 그 활동을 왜 해야 하는지에 관한 충분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자소서를 쓸 때 이를 구체적인 직무 경험과 연결 짓지 못한다. 게다가 표현하는 기술 즉, 문장력이나 설득력 또한 부족하다.


학교 역시 실업계 고등학교인데도 진학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다 보니 취업 교육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이런 현상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설령 취업 특강을 통해 몇 차례 피상적인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실제로 써 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대부분 학생은 자소서 쓰는 걸 매우 어려워한다. 믿기 어렵지만 심지어는 '밥을 먹었다. 맛있었다. 학교에 갔다. 즐거웠다' 같이 초등학생 일기 쓰기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친구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자소서 작성 지도를 할 때 학생들에게 차라리 '소설을 쓰라'라고 한다. 가뜩이나 빈약한 소재에 억지로라도 뭔가 살이라도 붙여야 모양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거짓으로 꾸며내라는 말이 아니다. 팩트에 기반을 둬야 하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해야 한다.


먼저 학생들이 뭔가를 적어 오면, 일일이 멘트를 달아 첨삭 지도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초안을 기반으로 몇 번 왔다 갔다 하면서 수정을 거듭한다. 어느 정도 올라왔다 싶으면 마지막으로 문맥이나 흐름을 잡아 준다. 답답하더라도 행여 압박하거나 구박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개입 정도를 너무 높이면 누가 봐도 대신 써준 티가 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표절이나 짜깁기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요지는 본인이 '말하고 싶은 내용'을 '고등학생 수준'에서 '읽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다.



면접은 무서운 게 아니야


서류 전형에 통과되었다면 본게임이라 할 수 있는 면접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입사지원자는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에서 이미 시행된 여러 가지 면접 유형을 연구하고 대비하여 면접장에 나간다. 반면, 기업은 지원자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평가 수단을 만들어 내놓는다. 이런 양상은 마치 상대보다 더 빨리 달려야 사는 아프리카 초원의 치타와 가젤 같다.


일반적으로 고등학생 면접은 인성이나 직무 면접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내용보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이미지 메이킹이나 스피치 요령만 어느 정도 되면 별로 문제 될 것은 없다. 면접의 유형은 대부분 사전에 제시되고 전례가 나와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준비하면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이미지메이킹에 대해서 여학생은 애당초 관심도가 높고 여선생님들이 도움을 많이 주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다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학생이 아닌 직장인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것이므로 첫인상이 너무 학생티가 나지 않는 것이 좋다.


해당 기업에 관해서, 그 회사의 개요나 만약 내가 그 회사의 어떤 조직에 들어간다면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보통은 홈페이지를 보면 필요한 대부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한 번쯤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한결 성숙한 취준생이 될 것이다.


고등학생 면접을 준비시키면서 가장 크리티컬 한 것은 스크립트이다. 예상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문장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스크립트는 많은 분량보다는 실제로 전달할 수 있는 양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충실하게 작성했어도 현장에서 반도 어필하지 못한다면 소용없다.


목표를 100점이 아닌 90점으로 잡아, 너무 어렵지 않은 문제를 중심으로 예상 질문을 뽑는다. 문제당 20~30초 정도 분량의 답변을 문장으로 작성한다. 완성된 답변에서 키워드를 추출하여 정리한다. 여기까지 한 다음에는 그야말로 '달달 외우게' 시킨다. 툭 치면 줄줄 나올 정도로.


이에 소홀하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잘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은 금물. 성인들에게는 달달 외우지 말라고 하지만 어린 학생들은 다르다. 일단은 달달 외워서 자신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핵심은 자신감 즉, 멘털이다. 사실 성인도 어렵지 않은가. 거기까지 된 다음 스피치 요령 교육을 통해 말하듯이 대답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면접 119 상황을 주고 훈련한다. 면접 현장에서도 응급 상황이 발생한다. 환자가 생긴다는 얘기가 아니라, 질문을 잘 듣지 못하였다든지,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지 못하였다든지, 갑자기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든지 하는 경우 말이다. 만약 이런 상황에 대해 적절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버퍼링이 걸려 버벅거리거나, 그냥 멍하니 있다가 답변 기회를 놓치거나, 답변 태도가 좋지 않은 지원자로 인식되어 쓴맛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프롤로그가 필요하다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외부 강사분이 취업반 학생들에게 NCS직업기초능력 특강을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다. 물론 사전에 학교 측과 그렇게 범위를 정했겠지만, 특정 기출문제집을 놓고 기계적인 문제 풀이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만약 내가 강사라면, 문제 풀이에 앞서 학생들에게 꼭 알려 주고 싶은 것들이 있다. 직기초를 왜 공부하는지, 언제 필요한 것인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특히, 최근 기업별 출제 경향이 모듈형인지, PSAT형인지, 피듈형인지 같은 배경 지식에 관한 것이다. 이런 것들에 관해 충분한 이해를 전제로, 문제 풀이는 실전 모의시험 형식으로 각자 하게 하고, 강사는 오답에 대한 질문을 받아 틀린 이유를 설명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어떨까?


단순히 문제 풀이로 진행하는 방식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렇게 10분만 지나면 아이들은 몸을 비틀며 지루해하기 시작한다. 더 문제는 수업 시간이 끝나면 곧바로 관심 밖으로 밀어내게 된다. 고무줄을 당겼다가 놓으면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능동적인 판단과 대비 능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어린 학생들에게는 프롤로그가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주제넘은 이야기지만,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보자면, 강사의 전문성에 관해 좀 더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는 일반적으로 외부 강의 일정을 수립할 때 기존의 컨설팅사에 관습적으로 의뢰한다. 그러다 보니 해당 컨설팅사는 여러 분야의 주제를 그 회사 소속 강사 한 사람에게 전부 맡기는 경우가 있다.


즉, 강사 한 사람이 직기초도 가르치고, 자소서 작성 요령도 가르치고, 면접 기술도 가르치고 하는 식이다. 물론 그분이 실제로 모든 분야에 전문 강사일 수도 있지만, 자칫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학교 취업부에서는 사전에 충분한 상담과 검토를 통해 이런 부분을 세심하게 살펴야 좀 더 효과적인 취업 기술 교육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cap@(청년층 직업 지도 프로그램) 연수에 참가했을 때였다. 마침 내가 발표할 기회가 있어, 대졸 취업자 및 경력자와 고졸 취업자의 미묘한 차이점에 관해 얘기했다. 아이들에게는 일반적인 이론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나의 의견에 다수 참가자가 수긍하고 공감해 주었다. 그런 걸 보면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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