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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문화답 Apr 11. 2024

자소설을 쓰자 그리고 달달 외우자

자소서 작성과 면접 준비

자소서 작성 어디까지 해봤니


자기소개서를 쓸 때 원칙은 '소설을 쓰지 않는다.'이다. 자소설은 거짓으로 쓴 것이기 때문에 양심의 문제이며 결국은 걸러진다. 자신 만의 스토리를 진정성 있게 써야 한다. 그런데 경력자나 대졸 취업준비생이 아닌 고등학생은 어떨까? 과연 이 원칙이 적용될 수 있을까?


고등학생은 미성년자로서 아직 어린 나이이다. 기본적으로 일 경험이나 직무 경력이 없다. 학교에서 경험 활동을 하더라도 그 활동을 왜 해야 하는지에 관한 충분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이를 구체적인 직무 경험과 연결 짓지 못한다. 게다가 표현하는 기술 즉, 문장력이나 설득력 또한 부족하다.


요즘처럼 진학이 대세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학교 역시 취업 교육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 보니, 이런 현상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설령 취업 특강을 통해 한두 차례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실제로 써 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은 자소서 쓰는 걸 매우 어려워한다.


믿기 어렵지만 심지어는 '밥을 먹었다. 맛있었다. 학교에 갔다. 즐거웠다.' 같이 초등학생 일기 쓰기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친구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자소서 작성 지도를 할 때 학생들에게 '소설을 쓰라'라고 한다. 가뜩이나 빈약한 소재에 뭔가 살이라도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거짓으로 꾸며내라는 말이 아니다. 팩트에 기반해야 하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해야 한다. 커브 길에서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면 절벽으로 추락하게 된다.


학생들이 초안을 써오면 일일이 멘트를 달아 첨삭 지도를 한다. 초안을 기반으로 몇 번 왔다 갔다 하면서 수정을 거듭하다가 어느 정도 올라왔다 싶으면 마지막으로 문맥이나 흐름을 잡아 준다. 답답하다고 개입 정도를 너무 높이면 누가 봐도 대신 써준 티가 날 것이니 주의해야 한다. 표절이나 짜깁기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질문에 대해 말하고 싶은 내용을 '고등학생 수준'에서 설명하면 된다.



면접은 무서운게 아니야


입사지원자는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에서 이미 시행된 여러 가지 면접 유형을 연구하고 대비하여 면접장에 나간다. 반면, 기업은 지원자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잣대를 만들어 내놓는다. 이런 양상은 마치 상대보다 더 빨리 달려야 사는 아프리카 초원의 치타와 가젤 같다.


일반적으로 고등학생 면접은 인성이나 직무 면접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내용보다는 태도가 더 중요하므로 이미지 메이킹이나 스피치 요령만 어느 정도 되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면접의 유형은 대부분 사전에 제시되고 전례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준비하면 거의 어긋나지 않는다.


이미지메이킹에 대해서는 여학생의 경우 관심도가 높고 여기저기서 조언을 많이 해주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 쓸 것은 없다. 다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학생이 아닌 직장인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것이므로 너무 학생티가 나지 않는 것이 좋다.


해당 기업에 관해서나 앞으로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한 번쯤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한결 성숙한 취준생이 될 것이다.


고등학생 면접을 준비시키면서 가장 크리티컬한 것은 스크립트이다. 예상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문장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스크립트는 많은 분량보다는 실제로 전달할 수 있는 양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충실하게 작성했어도 현장에서 반도 어필하지 못한다면 소용없다.


고등학생 수준에 맞는, 너무 어렵지 않은 문제를 중심으로 예상 질문을 뽑는다. 문제당 20~30초 정도 분량 답변을 문장으로 작성한다. 키워드를 정리한다. 여기까지 한 다음에는 그야말로 '달달 외우게' 시킨다. 툭 치면 줄줄 나올 정도로. 


이에 소홀하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잘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은 금물. 성인들에게는 달달 외우지 말라고 하지만 학생들은 일단은 달달 외워서 자신감을 확보한 다음, 스피치 요령 교육을 통해 말하듯이 대답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면접 119 상황을 주고 훈련시킨다. 면접 현장에서도 응급 상황이 발생한다. 환자가 생긴다는 얘기가 아니라, 질문을 잘 듣지 못하였다든지,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지 못하였다든지, 갑자기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든지 하는 경우 말이다. 만약 이런 상황에 대해 적절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버퍼링이 걸려 버벅거리거나, 그냥 멍하니 있다가 답변 기회를 놓치거나, 답변 태도가 좋지 않은 지원자로 인식되어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프롤로그가 필요하다


외부 강사 분이 취업반 학생들에게 NCS직업기초능력 특강을 하는 것을 잠깐 들어본 적이 있다. 물론 사전에 학교 측과 그렇게 범위를 정했겠지만 특정 기출문제집을 놓고 문제 풀이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내 생각으로는 그 보다 앞서 학생들에게 꼭 알려 주어야 할 것들이 있다.


직기초를 왜 공부하는지, 언제 필요한 것인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특히, 최근 기업별 출제 경향이 모듈형인지, PSAT형인지, 피듈형인지 같은 배경 지식에 관한 것이다.


이런 것들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이들은 쉽게 싫증내고 수업 시간이 끝나면 곧바로 관심 밖으로 밀어내게 된다. 고무줄을 당겼다가 놓으면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능동적인 판단과 대비 능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어린 학생들에게는 프롤로그가 더 중요할 지도 모르겠다.


cap@(청년층 직업 지도 프로그램) 연수에 참가했을 때였다. 대졸 취업자 및 경력자와 고졸 취업자의 미묘한 차이점에 관해 얘기했다. 아이들에게는 일반적인 이론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나의 의견에 다수의 참가자가 수긍해 주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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