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업데이트] 여유 가득한 병원이 두려운 이유

여전히 살아 냅니다

by 박 스테파노

3주간 휴약 한 뒤 다시 1주일간 용량을 25% 줄여 항암하고 주치의를 만났습니다. 골수 검사의 중간 결과 다행히 암세포의 기준인 미성숙 아세포-블라스트는 늘어나지 않았지만, 여전히 잔존하고 골수환경이 척박한 것이 현재의 문제라고 합니다.


연령 때 골수 조혈 기능이 보통 50~60%가 정상이나 저의 경우 10%로 골수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그래도 항암을 늦출 수 없어 촉진제와 수혈 등의 보조적 수단을 이용해 2차 항암제를 일단 밀고 가기로 했습니다.


이에 아직 응원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뭍에 던져진 물고기가 퍼덕거리며 몸부림치듯 살아내려 합니다.


<항암 치료비 모금>

SC제일은행 22320191759 박철웅

하나은행 10291039413107 김혜연



"추석이 의료 대란의 정점이 될 듯"


의료 대란 뉴스가 매일 같이 빼곡하게 늘어놓습니다. 지금과 같은 현상이 일 년 전에만 일어났더라도, 저는 아마 정부와 의사집단을 싸잡아 비난하는 양비론에 신나게 동참하였을지도 모릅니다. 처지가 입장이 된 지금은 생각이 깊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정치적으로 비판 마땅한 고집불통 무능의 대통령에게만 모든 총구가 겨누어지는 것에는 불편합니다. 어느 순간 인간의 가장 이기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 군상들이 피해자처럼 구는 일이 바로 부조리니까요.


양비론이든 양시론이든 해법을 도출하는 기반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협상 이론에서 절충이란 빨강과 파랑을 섞어 보라색을 만드는 일이 절대 아닙니다. '선택'을 도출하는 일이 보통 '거버넌스'라 부릅니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응급의의 말처럼 지금은 '재난 의료 '의 상황입니다. 천재지변, 전쟁, 대형 사고가 일어나야지만 재난이 오는 것이 아니라, 재난 의료라는 것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여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때를 말한다고 합니다. 일부 응급실 뺑뺑이의 사연은 사실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의 불균형한 의료 서비스의 일상적 양태가 이제야 두드러지는 것뿐이지요.


응급 의학은 늘 '재난 의료'를 경험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현대 의료 전달 체계는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에 철저히 경도되어 돌아갑니다. 자본주의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최적'의 논리가 지배합니다. 무엇의 최적화냐 하면, 시간과 자본의 최적화입니다. 가장 짧은 시간과 리소스의 투여로 효과를 낼 곳에 '선택'과 '집중'할 뿐이지요.


당장 숨넘어가지 않는 외상 환자는 보류입니다. 사지가 절단되든 머리가 깨지든 당장 사망 위험 없다면 보류됩니다. 반대로 이미 심정지가 온 환자도 열외입니다. 심폐소생으로 겨우 바이탈을 잡는다 해도 결국 중환자실에서 시간과 자본을 손익 분기 초과하여 투여해야 하니까요. 중증 환자의 합병증은 말해 무엇할까요.


결국 짧은 리소스 투여로 드라마틱하게 살아날 환자들만 재난 의료 현장에서 받아들여집니다. 기흉환자, 흉막, 심막 삼출 환자는 응급처치로 소생확률과 진척이 바로 눈에 띕니다. 간단한 출혈 잡고 수혈하면 생기가 돌아오는 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혈액암 가속기의 저는 날마다 기도합니다. 응급실에 실려 갈 때 제발 삼출이나 단순 출혈이 동반된 증상으로 실려 가기를 말이지요.


지금 응급실이나 병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여유롭게' 보입니다. 오늘 정부, 여당 관계자들이 모두 이점을 이야기하더군요. 그런데 응급실은 급박한 케이스가 연속이어야 정상입니다. 응급의료와 배후의료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갈 때 시끌벅적하니까요. 야구나 축구에서 잘 돌아가는 팀이 '콜 플레이'로 시끌벅적한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이 여유로운 병원 모습이 늘 두렵습니다.

제법 여유롭게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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