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가니 좋구나

웅이가 여니에게

by 박 스테파노
낡아가니 좋구나
때문에 다시 때 묻을까 걱정할 일 없지.
닳을 것 닳아
조심할 모서리도 없고

-이철수 판화-


뜨거운 고기 한점 더 먹으려 서둘다 입천장 홀랑 벗겨 지곤 합니다. 맵고 짤 수록 더 그러합니다.


넘치면 좋은 것이 무엇이냐 마는, 맵고 짠 자극적인 것에 대한 욕심은 입속 세치 혀와 간사하게 좁디좁은 목구멍만 즐겁겠지요.


보통 세평이란 직접적인 당사자의 말이 아니라 어설프게 걸쳐 있는 주변의 입으로부터 시작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주변의 입안 웅얼거림마저도 때로는 진심이 될 수 있음을 알긴 할까요?


소싯적 존재 없음을, 세상의 변화를 틈타, 만회하려 하거나 그럴듯한 존재가 된 것처럼 착각하기 쉬운 때입니다. 정말 못난이들의 특징 아니었던가요. 여전히 착각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그 착각의 늪에 제발 혼자 허우적 대기를....

이는 그가 아니라 당신에 대한, 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뜨거운 고기 먹다가 입천정 까졌다는 이야기가 깁니다.

지금 그냥 그렇다는 이야깁니다.

낡아가니 좋은 점이 있습니다.

적어도 때가 묻었다는 자각은 가능하니까요.

이철수 판화. 2005. 낡아가니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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