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가 여니에게
머리를 자르려 단골 미용실이나 바버숍에 가면 건네는 빈 말에 어깨 으쓱할 때가 많습니다.
다 자른 후, 머리를 감겨주며 가벼운 지압을 해 주던 청년이 내 승모근을 누르더니 말합니다.
"완전 남자세요. 단단하시네요."
반 백 살 넘은 아재 치고 단단한 몸이 그럴싸 해 보인 모양입니다. 립서비스인 줄 아는데도 듣기는 좋았습니다. 그러다 잠깐 기분 좋다가 이내 낙담합니다.
몸의 근육 중 유일하게 여전한 곳은 '승모근'.
덕분에 어좁이가 되고 얼큰이가 되는 내 승모근.
이 거 하나라도 감사해야 하나 싶은 오늘.
언제인지 모르지만 취기에 쓴 시 같지도 않은 시를 들추었습니다.
승모근 (僧帽筋)
이 땅 지구도 지고 일어설 만큼
금세 솟아 오른 근육통의 부산물
근심과 걱정을 돌돌 말아
어깨 위에 얹어 놓은 모양이
부처님 오신 날 따가운 햇살에
민둥머리 덮으려 올려놓은 승모와 같다
부처는 마음을 비우고 세상을 품으라 하거늘
나는 온갖 생각을 꼬깃꼬깃 접어
애꿎은 어깨 위에 수심의 언덕을 세운다
걱정이 잊혀지면 이 뾰족 솟은 살덩이도
부서지는 파도처럼 흩어져 무너져 내릴까
잊으려 무게 올린 데드리프트에
내 승모근은 점점 산을 이룬다
그래서 난 세상 각정 잊지 못하겠지
내 승모근이 솟아 있는 한
- 박 스테파노의 언젠가 끄적인-
-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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