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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Dec 17. 2023

승모근 (僧帽筋)

웅이가 여니에게

머리를 자르려 단골 미용실이나 바버숍에 가면 건네는  말에 어깨 으쓱할 때가 많습니다.

다 자른 후, 머리를 감겨주며 가벼운 지압을 해 주던 청년이 내 승모근을 누르더니 말합니다.

"완전 남자세요. 단단하시네요."

반 백 살 넘은 아재 치고 단단한 몸이 그럴싸 해 보인 모양입니다. 립서비스인 줄 아는데도 듣기는 좋았습니다. 그러다 잠깐 기분 좋다가 이내 낙담합니다.

몸의 근육  유일하게 여전한 곳은 '승모근'.

덕분에 어좁이가 되고 얼큰이가 되는 내 승모근.

이 거 하나라도 감사해야 하나 싶은 오늘.

언제인지 모르지만 취기에 쓴 시 같지도 않은 시를 들추었습니다.


물론 수년 전

승모근 (僧帽筋)

  지구도 지고 일어설 만큼
금세 솟아 오른 근육통의 부산물 
근심과 걱정을 돌돌 말아
어깨 위에 얹어 놓은 모양이
부처님 오신  따가운 햇살에
민둥머리 덮으려 올려놓은 승모와 같다
부처는 마음을 비우고 세상을 품으라 하거늘
나는 온갖 생각을 꼬깃꼬깃 접어
애꿎은 어깨 위에 수심의 언덕을 세운다
걱정이 잊혀지면  뾰족 솟은 살덩이도
부서지는 파도처럼 흩어져 무너져 내릴까
잊으려 무게 올린 데드리프트에
 승모근은 점점 산을 이룬다
그래서  세상 각정 잊지 못하겠지
 승모근이 솟아 있는 

​-  스테파노의 언젠가 끄적인-

-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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