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우리는 나무 꿈을 꾸는 나무

by 이우주

그런 사람들이 있다.

좋은 일이 가뭄에 비 온 날처럼 생기면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사람.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딘가가 불편하고 어색한 사람.

맘 편히 웃을 수도 그렇다고 울 수도 없는 난감한 사람.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것처럼 둘 중에 하나만 하지, 둘 다 하는 사람이 있다.

정작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닌데 말이다.


바로 나다.

정확하게는 "나였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좋은 일이 자주 생기던 때가 있었다.

상담센터를 찾은 나는 평생 해결하지 못한 이 찝찝한 기분의 해결책을 찾고 싶었다.

"선생님, 좋은 일이 자주 생기는 게 불안해요."


지금껏 나는 듣도 보도, 아니 상상조차 못 한 이야기를 들었다.

"좋은 일이 생기면 뿌리가 더 자라나는 거예요."

나무의 뿌리가 더 자라고 뻗어나가서,

비바람이 몰아쳐도, 태풍이 온다 해도 끄떡없을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그러니 좋은 일이 생기는 건, 나의 뿌리가 자라나고 있는 중이고

나중에 어떤 힘든 일이 생긴다 해도 흔들리지 않고 버텨내는 나무가 될 수 있다고 하셨다.


정말 그럴까?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잘 몰랐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실타래에 구슬 꿰듯 좋았던 일들이 차곡차곡 꿰어져서

슬픈 날에도, 괴로운 날에도,

"그래도 한 번만 더"를 외치며 한 발씩 내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좋은 일이 생긴다면 적어도 딱 하루만큼은 마음 편히 기뻐하자.

나 역시 여전히 노력 중이다.

딱 하루만이라도 윗니 8개를 가지런히 드러내며 활짝 웃어보자.

나부터 그렇게 하겠다.


'뿌리가 자라는 중이구나'

'나는 더 튼튼한 나무가 되어가는구나'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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