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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L Jun 12. 2023

독일에 오기 위한 준비 과정 1

이별 여행

나는 잊을 수 없는 여름을 기억하면서 Anri - Remember Summer days를 듣는다.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르는 바다 바람의 느낌과, 파도가 밀어주는 힘찬 느낌.


Remember Summer Days

夏が消えていくわ




<제주도 가족 여행>


서퍼처럼 그을린 피부를 가지고 싶었다. 자유로운 수염도.

서핑 샵에서 일해서 피부가 서퍼처럼 까맣게 탔다. 그런 나의 모습이 썩 좋았고, 서퍼같다는 말을 제일 좋아했다. 그렇게 퇴사 결정이라는 힘듬속에서 자존감을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물어보는 가족들에게, 나는 독일을 갈 것이라고 얘기했다. 내가 가족들에게 어떤 얘기를 꺼낸다는 건 '하고 싶다'가 아니라 결정은 이미 했고 '할 것이다' 라는 식의 소통방식이였다. 그렇게 대학, ROTC, 일본 워킹홀리데이 등등을 결정해왔지만 가족들은 이번만큼은 노파심이 많이 들었나보다. 그 먼곳까지 간다고 하니까.

그래서 급하게 결정 된 제주도 여행.

아버지는 일정 때문에 같이 못가게 되었고 엄마, 동생 그리고 나 이렇게 가게 되었다. 



우리는 숙소만 잡고 나머지 일정은 자유였다. 숙소에서 쉬는게 더 좋은 동생과, 아무렴 좋다는 엄마. 나는 INFJ이지만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주변의 카페와 맛집 정도만 검색해두었다. 첫날은 흑돼지를 먹었는데 가격이 진짜 말도 안되게 비싸더라. 이번 여행의 모든 비용은 엄마가 내기로 해서 미안했다. 이제 막 돈 벌어서 호강시켜줘야될 차례라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얻어먹는 내가 너무 미웠다. 무엇보다 내가 하고싶은 것에 대한 자신이 없어져서. 자식이 돈이 없는 것 보다 무엇이 하고 싶은지 몰라 답답해 할 때 부모의 마음이 더 속상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우리 형제는 부모님에게 더욱 잘 한다. 특히 엄마에게. 나는 K장남 특징을 잘 살려 일정 계획을 일마냥 잘 처리 하고 어떤 문제가 생기면 나서서 잘 해결한다. 반면에 점돌이라는 별명을 가진 막내, 남동생은 성격이 너무 좋고 말을 잘 해 같이 있으면 웃을 일이 많아진다. 이번 여행에서도 엄마가 즐거운 여행이 되었는가 궁금해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았다. 잘키운 두 아들을 양 옆에 두고 해맑게 웃는 모습이 늘 한결 같았으면 좋겠다.



엄마, 나, 동생


<오늘도 무사하시길 바랍니다. 요조의 책방 무사>


이틀 째 날에는 성산 뒷쪽에 있는 숙소를 잡았는데 파도가 굉장히 높았다. 울렁이는 파도를 보면서 엄마와 동생은 그저 무섭다고 얘기했지만 나는 좋은 파도들이라고 설명을 굳이 했다. 

파도를 볼 땐 저 멀리서 부터 봐야된다. 울렁임이 심하고 그늘진 파도는 가까이 왔을 때 큰 파도가 된다. 이런 파도를 미리 잘 보는 사람이 좋은 파도를 잡기 쉽다. 인생에도 이런 눈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는걸까 나는.


그렇게 성산에서 상쾌한 바람을 즐기다가 배가 고파져 내가 미리 알아본 카페를 가기로 했다. 그 카페를 가는 길에 평소 좋아하던 아티스트 요조의 책방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 곳은 꼭 가봐야겠다고 또 '결정'하고 얘기했다. 책방은 좋은 향기가 났고 '나는 이 책방이 정말 좋아'라는 느낌의 손길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요조와 임경선의 책을 한권씩 각각 샀다. 계산할 때 미닫이 문이 하나 있어 혹시나 요조님이 계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안계셨다. 아마 실제로 봤으면 조금 얼어붙었을 것 같다.


이 글은 정보추천의 글은 아니지만 성산으로 가는 일정이 있다면 요조의 책방무사는 꼭 들려보기를 권장한다.



나는 정말 이 일이 좋아요.

이미지가 많은 잡지나 인터뷰를 볼 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라는 글을 보면 마음이 요동친다.

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싶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시작하기가 두렵다. 생각해보면 생계와 연결되어 돈을 못벌면 어떡하지라는 생각과 주변 사람들의 길이 너무나도 안정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중에 그때 한번 해볼걸 하는 후회가 더 싫을 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것부터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밥 줄때 안됐냥

돌아오는 날에 소품샵에 들렸는데 고양이들이 자주 들락날락 할 수 있었다. 아마도 주인이 고양이들을 위해서 밥을 주나보다. 나도 그렇지만 엄마는 이런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엄마랑 데이트를 할 때면 항상 이런 곳을 넣어두는 편이다.(주변에 베스킨라빈스가 있고, 체리쥬빌레를 사드리면 엄마의 하루는 더 완벽해지는 것을 나는 안다. 여행지 주변엔 없더라.)

트로트가 인생의 낙이라는 엄마의 말에 언젠가 '아들이 차려준 작은 소품샵을 관리하는게 인생의 낙이다'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다. 우리집에는 엄마처럼 예쁜 접시들과 크고 작은 소품들이 많은데 모두가 보면 좋을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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