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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지 Jan 21. 2016

10. 서핑의 낙

과정이 주는 기쁨

1.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서핑 준비.


서핑용으로 용도  변경된 여행가방 속에는

수영복, 비치타월, 목욕 용품 등이

일주일 내내 들어가 있다.


이번 서핑은 1박 코스.

서핑 가방에

갈아입을 옷과 비치타월 몇 개를 더 넣고,

일광화상 대비용으로 산

서핑용 선크림 두 가지와 립밤도 잊지 않는다.

집에 굴러다니던 주전부리도 좀 챙기고...


그리고 새로 산 웻수트도 챙긴다.


정말 필요한 것만 챙겼는데도

짐이 두 덩이.


그래도 기분은 좋다.


'서핑'이라는 명료한 목적이 주는 경쾌함.

모든 것이 매끄럽다.



2.

토요일 아침은

서울을 빠져나가는 차들로

도로들이 막힌다.


가장 잘, 많이 막히는 '서종'을 지나면

조금씩 차량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동쪽으로 동쪽으로...

다른 차들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에도

나는 더 동쪽으로 갔다.


44번 국도의

'홍천, 인제, 신남'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특히 '인제'.

인제가 그렇게 좋은 곳인 줄 몰랐다.


서핑을 끝내고 밤에만 지나던 인제는

인적이 드물어 깜깜했고,

어떤 풍경인지 몰랐었다.


가는 길에 보니

높지 않은 산들이 연이어 있었지만

답답하지 않게 늘어서 있었다.


다른 의미로도 유명한 '인제, 신남'/ 출처: 아래 (각주2)참조



3.

44번 국도에서

인제의 풍경과 더불어

'한계령'의 절경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도로가 구불구불하고 경사가 심해

'자동차 브레이크 파열 경고'가

이곳저곳 있긴 해도,

설악산의 화려함을  대표해서 보여주는 듯한 한계령의 절경은

이쪽을 통과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휴게소에서 편안하게

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게

더욱 그렇게 만든다.


서핑을 하기 위해 가는 길.

운전 중에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풍경을

오로지 기억에만 담아야 한다는 게

매번 안타까울 뿐이었다.



4.

정해진 짐을 챙기고,

외우게 된 길로 운전하며,

좋아하는 풍경을 보며,

이 날만 듣는 음악을 들으며

서핑을 간다는 게

나를 충분히 행복하게 만들어 줬다.


왜 정해진 일상은 지루하고

왜 정해진 취미는 행복한지...


서핑에 대해

딱 한 가지씩만 배우며 이날까지 왔듯,

일상과 서핑이 차이를

조금씩이나마 알 수 있게 되길 바랬다.



5.

기분 좋은 드라이브 끝에

서피비치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지난번 왔을 때엔

이미 시즌이 끝나 굉장히 한적했는데,

서핑 대회로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해변은 많은 깃발들과 참여자들로

생기가 넘쳤다.


시즌 때의 서피비치, 서핑 스팟을 본 적 없는 나로선

정말 낯설고 재밌는 풍경이었다.

생기 넘치는 풍경에 내 마음도 두근, 했다.


서핑대회로 차량이 늘어난 서피비치/ 2015년 9월/ 출처: 김은지



6.

해변의 생기 말고도

'두근'할 일은 또 있었다.

서두에 말한 '1박' 코스도 '두근'하게 만들었다.

혼자 여행을 간 적은 있어도

취미 때문에 숙박을 불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예 서피비치 '캐러반'을 빌렸다.

'이동도 안 하고

오로지 서핑만 하다 오리라!'



7.

서핑 대회로 직원 모두 바쁘셨지만

단골손님(나)이 캐러반 체크인한다는 말에

반가워하며  안내해 주셨다.


2인용 가장 작은 캐러반.

서핑 때문에 이 곳에서 하루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그간 글램핑, 캐러반에 대해 얘기만 들었지

내가 이용하게 될 줄이야!


작은 캐러반 안에

차에서부터 들고 온 내 짐들을  내려놓았다.


펼칠 것도 없는 짐들.

새로 산 웻수트를  한쪽에 걸고 보니

마음이 가볍다.


서핑만 하면 된다.


서피비치 2인용 캐러반/ 하조대 2015년 9월/ 출처: 김은지




1. 다음 글, 2016년 1월 27일(수) 발행 예정.

2. 2번 글 아래, '인제, 신남'  사진 출처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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