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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지 Mar 30. 2016

나가는 말

취미가 서핑

1.

서피비치가 폐장하고

나도 2015년의 서핑을 마무리 지었다.


겨울 서핑에 대한 개념도 없었지만

이제 막 서핑을 시작한 비기너로서,

가을의 거친 바닷바람과 파도가

더 이상의 서핑을 생각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여름내 주말마다 있던 스케줄이 사라지니

다시 원래의 주말 일상으로 돌아가게 됐다.


주말이 되었는데도

나는 바다에 가지 않았다.

나는 도시의 방 안에서 하루를 보냈다.


'그동안 내가 이런 주말을 보냈었나...?'


피곤하단 이유로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TV나 보던 주말로 돌아갔다.


주말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냈던 건

평일의 피로를 푼다는 이유였었다.

그런데 활동을 안 하니

오히려 그게 더 피곤한 기분이 들었다.


스트레스 해소


나는 서핑을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걸 깨닫고 주말을 좀 더 활동적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이미지 사진


2.

그동안 내 취미들은

나를 어떻게 바꿨지?


그저 시간을 보내는 대가 없는 생산적인 일 따위를 난,

취미라고 불렀던 것 같다.

그런데 서핑으로 여름을 보내고

그 생각이 바뀌었다.


나와 내 생활, 생각까지.

그것들에 동기나 영감을 줄 수 있는가?


서퍼들을 공평히 밀어주는 파도에게서

자존감을 얻었고,

계속 이어지는 거친 파도에게선

이에 도전하게 하는 자신감도 얻었다.


그렇게 서핑은 나에게 진정한 '취미'가 되었다.


"취미가 뭐예요?"

라는 질문에

이전의 나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그리고 그 취미를 뭐라고 설명했을까?



3.

매주 서핑을 가다 보니

그에 필요한 물품들을 가방 하나에 넣어두곤

그 짐을 풀지 않고 늘 놓아두었다.


초여름엔 선반 한켠에 놓아두었었는데

지금은 아예 작은 선반 하나를 차지하게 되었다.

서핑 관련 용품과 서핑 덕에 사게 된 스케이트보드 등.

이번 기회에 취미에 관한 선반을 마련하게 된 것이었다.


취미를 위한 공간을 만든 건 처음이었다.

그저 한쪽에 수집품을 쌓아두는 정도였다.

취미 선반을 만드니 기분이 재밌었다.

생활을 간소화하던 중에 생긴 추가 공간이라 더욱 그러했다.


내 방 한켠 취미 선반. 비시즌이라 말아둔 웻수트가 흰 쇼핑백에 있고 회색 가방 안에 서핑 여행에 필요한 것들이 들어있다/ 서울 2016년 3월/ 출처: 김은지


4.

작년 시즌은 서핑을 시작한 시기여서

모든 것이 새로웠다.

하지만 다가올 시즌은 새로운 것은 없고

꾸준한 연습만이 계속될 것이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지만

서핑은 나에게 습관이 되었고

다가올 시즌에도 계속될 것이다.



격렬하고,

섹시하며,

낭만적인


서핑을

계속 꿈꾸며.




나는 이제,

바다에 가면 무조건 파도를 본다.

서핑을 할 게 아니어도

파도를 관찰한다.


그렇게 여름을 기다릴 것이다.



새로운 서핑 시즌이 끝나고

'취미가 서핑'을 다시 연재할 수 있길.



양양 서피비치 2016년 3월/ 출처: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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