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서핑
1.
서피비치가 폐장하고
나도 2015년의 서핑을 마무리 지었다.
겨울 서핑에 대한 개념도 없었지만
이제 막 서핑을 시작한 비기너로서,
가을의 거친 바닷바람과 파도가
더 이상의 서핑을 생각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여름내 주말마다 있던 스케줄이 사라지니
다시 원래의 주말 일상으로 돌아가게 됐다.
주말이 되었는데도
나는 바다에 가지 않았다.
나는 도시의 방 안에서 하루를 보냈다.
'그동안 내가 이런 주말을 보냈었나...?'
피곤하단 이유로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TV나 보던 주말로 돌아갔다.
주말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냈던 건
평일의 피로를 푼다는 이유였었다.
그런데 활동을 안 하니
오히려 그게 더 피곤한 기분이 들었다.
스트레스 해소
나는 서핑을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걸 깨닫고 주말을 좀 더 활동적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2.
그동안 내 취미들은
나를 어떻게 바꿨지?
그저 시간을 보내는 대가 없는 생산적인 일 따위를 난,
취미라고 불렀던 것 같다.
그런데 서핑으로 여름을 보내고
그 생각이 바뀌었다.
서퍼들을 공평히 밀어주는 파도에게서
자존감을 얻었고,
계속 이어지는 거친 파도에게선
이에 도전하게 하는 자신감도 얻었다.
그렇게 서핑은 나에게 진정한 '취미'가 되었다.
"취미가 뭐예요?"
라는 질문에
이전의 나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그리고 그 취미를 뭐라고 설명했을까?
3.
매주 서핑을 가다 보니
그에 필요한 물품들을 가방 하나에 넣어두곤
그 짐을 풀지 않고 늘 놓아두었다.
초여름엔 선반 한켠에 놓아두었었는데
지금은 아예 작은 선반 하나를 차지하게 되었다.
서핑 관련 용품과 서핑 덕에 사게 된 스케이트보드 등.
이번 기회에 취미에 관한 선반을 마련하게 된 것이었다.
취미를 위한 공간을 만든 건 처음이었다.
그저 한쪽에 수집품을 쌓아두는 정도였다.
취미 선반을 만드니 기분이 재밌었다.
생활을 간소화하던 중에 생긴 추가 공간이라 더욱 그러했다.
4.
작년 시즌은 서핑을 시작한 시기여서
모든 것이 새로웠다.
하지만 다가올 시즌은 새로운 것은 없고
꾸준한 연습만이 계속될 것이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지만
서핑은 나에게 습관이 되었고
다가올 시즌에도 계속될 것이다.
나는 이제,
바다에 가면 무조건 파도를 본다.
서핑을 할 게 아니어도
파도를 관찰한다.
그렇게 여름을 기다릴 것이다.
새로운 서핑 시즌이 끝나고
'취미가 서핑'을 다시 연재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