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중국인 집주인2
우여곡절 끝에 애인은 중년의 중국인 집주인의 집을 계약했다.
하지만 그녀는 우리를 두 팔 벌려 환영하던 그때와는 다른 사람이다. 알라 모아나 해변과 가까운 또 다른 집을 구경 갔다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였기 때문에 만약 이곳에서 애인에게 연락이 온다면 당장에 계약을 할 준비 자세를 하고 있었지만, 결국 연락은 오지 않았고 차선으로 중년의 중국인 집주인과 계약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녀의 문자에 아직 답장을 하지 못했어. 뭐라고 답을 해야 하지.'
'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안 돼?'
또 다른 집의 연락을 기다리던 도중에 애인의 이력서가 최종합격되면서 중년의 중국인 집주인에게도 고용계약서를 보냈었고, 애인은 사실대로 말했다가 그녀가 다른 사람과 계약해 버리게 될 상황을 걱정했다.
아마도 애인은 이미 중년의 중국인 집주인의 집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운전면허가 없는 내게 또 다른 집은 위치적으로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 집의 연락을 기다려보자고 했다.
계약을 당장 하자던 그녀에게는 별 수 없이 우리의 상황을 거짓으로 말하게 되었다. 그것도 꽤나 늦게 그녀에게 답장을 했는데 그녀는 기분이 상했는지 우리는 답장을 받지 못했다.
이런저런 상황 끝에 애인은 모든 조건이 들어맞은 귀여운 집에서 중년의 중국인 집주인과 만나 계약서를 작성했다. 뭐. 집 계약을 하기 전까지도 그녀는 마치 원나잇 전에 불타오르던 마음이 관계 후에는 차게 식어버린 원나잇 상대처럼 무신경하고 귀찮게 여기는 것 같았다.
'전자레인지는 너희가 사야 해. 지금 여기 있는 건 예전 세입자가 샀던 거라 다시 돌려줘야 하거든.'
애인이 처음 집 구경을 갔을 때, 그녀가 말하길 전 세입자는 한국으로 이사 갔다고 했다. 아마도 애인이 한국에서 약혼자가 하와이로 이사를 오는데 신혼집을 보고 있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그녀는 전 세입자 얘기를 한 것 같다.
한국으로 이사 갔다던 전 세입자는 이미 모든 짐을 다 빼고 이사를 갔기 때문에 집이 비워진 상태였는데, 중년의 중국인 집주인은 전자레인지를 해외택배로라도 보내주겠다는 건가? 이렇게 스윗한 집주인 또 없다.
'자기야 집주인 말이 앞 뒤가 맞질 않는데?'
짐작하길 그녀가 원하는 대로 우리가 바로 집 계약을 하지 않아서 괜한 심술을 부리는 거라 생각이 들었고, 그녀의 집에서 사용하려고 가져간 건지 아니면 크레이즈리스트에 판매하려고 가져간 건지 모를 일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가 스토브를 빼버리지 않고 전자레인지를 가져간 건 나쁘지 않은 심술이었다.
시답지 않은 농담들을 애인에게 하면서 계약은 잘 마무리된 듯 보였으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중년의 중국인 집주인을 대하는 우리를 위한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어쩐 일인지 입주 일주일 전에 집 열쇠를 주겠다던 그녀로부터 연락이 없었고, 애인이 문자를 남겨도 전화를 해도 응답이 없었다. 이틀 후에 그녀는 독감이 걸렸다며 집 열쇠를 이사 이틀 전 오후에 받으러 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이사 준비며 이사까지 혼자 해야 하는 상황인 애인에게는 너무 촉박했다. 거기에 이사 갈 집, 살던 집 청소까지. 변덕이 심한 집주인에 대한 짜증도 있었지만, 내가 함께 있었다면 덜어질 힘듦을 애인이 모두 감당해야 했던 상황에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에 집주인 욕을 많이 했다.
'자기야, 설마 우리 집주인이랑 같이 살아야 되는 거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