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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포케 Nov 26. 2023

우리는 너의 강아지도 환영해!

중년의 중국인 집주인1

 곧 배우자가 될 애인은 내가 하와이로 가기 전에 많은 일은 혼자 처리해야 했다.

  그중 가장 큰 부분은 신혼집을 구하는 것이었고 우리가 원하는 몇 가지 조건들을 모두 갖춘 귀여운 집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한국의 부동산 앱의 차고 넘치는 허위매물 못지않게 미국도 교묘한 방법으로 게시한 허위매물로 사람을 꿰어 개인정보를 빼간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는 이런 스캠에 걸려들진 않았지만 여러 부동산 사이트를 비교하며 허위매물 여부를 가리기 위해 허비해야 했던 수많은 시간을 생각하면 머리가 꽤나 아프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조건 중 하나는 반려동물 가능한 집을 찾는 것이었다. 하와이도 미국이기 때문에 한국보다는 반려동물에 관대할 거라는 막연한 당연함이 있었다. 하지만 아주 큰 오산이었고 특히나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세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집의 수는 상당히 적어진다. 

  이 복실거리는 아이와 함께 사는 동안 한국에서 벌써 몇 번의 이사를 다니면서 반려동물 가능한 집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반려동물의 역사가 꽤나 긴 미국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세입자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는 걸 알게 됐다. 

   '자기야, 여긴 반려동물 가능한 집이 굉장히 적은 편인데 길거리에는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 다들 어디 사는 거지?'

   '아마 집주인들은 다 강아지랑 같이 살 걸.'

   아.. 그렇지 집주인은 누군가 만들어 놓은 규칙을 따를 필요가 없으니까. 이 대화 이후로 길거리에 보이는 수많은 반려동물과 함께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세입자일지 집주인일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름도 비슷해 보이는 수많은 부동산 사이트를 뒤적거리다 드디어 연락이 닿은 한 곳이 있었고, 알라 모아나 해변과는 약간 떨어져 있지만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몇 가지 조건이 다 들어맞는 곳이라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랐다.

  집을 먼저 구경한 예비 세입자의 마음에 들면 바로 계약할 수 있는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은 집 구경 온 많은 사람들 중 집주인이 원하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된 사람에게 연락을 해야 계약까지 성사가 될 수 있다.

  특히 세입자는 월세를 지불할 수 있는 충분한 경제력을 증명해야 하는데, 아직 학생인 예비 배우자는 여름방학 동안 일 할 곳에 이력서를 넣어 놓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에 이 집을 보러 갔기 때문에 고정수입이 있다는 걸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직 학생이라고? 너 그럼 월세는 어떻게 지불하게? 너 그럼 매달 자동차 값은 얼마인데?'

  '이제 곧 일을 하게 될 거고 자동차 값은 매달 370달러 정도 냅니다.'

  '370달러?! 그리고 월세 내고 나면 생활은 무슨 돈으로 하게?!'

  

  집 구경을 간 애인은 중년의 중국인 집주인에게 쉴 새 없는 질문 공격을 받았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안고 나와 영상통화를 했다. 

  '나 탈탈 털린 것 같아.'

  그 집의 조건은 너무 좋았지만 무례함과 직설적인 것이 와구와구 섞인 집주인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진 않았다. 

  며칠 후 이력서 넣은 곳에 최종 합격한 애인은 고용계약서를 작성한 후, 고용계약서를 중년의 중국인 집주인에게 보냈고 그녀는 바로 답장을 해왔다.

  '나는 너의 신용점수와 너의 직업군이 정말 마음에 들어, 여기를 구경온 사람들이 정말로 많았지만 나는 너의 조건이 가장 마음에 들어. 그리고 우리는 너의 강아지도 환영해! 오늘 밤에 계약서 작성하러 올래?'

  집주인이 본인의 세입자기 되어달라고 적극적인 태도로 구애하다시피 한 장문의 문자였다. 자동차 값 지불 후에 월세는 어떻게 지불할 거냐며 못 미덥고 시큰둥하게 대하던 중년의 중국인 집주인은 갑자기 두 팔을 활짝 벌려 우리를 환영해 주겠다고 하니 웃기기도 하고 신혼집 걱정이 한 시름 놓이기도 했다.  


  하하.. 자 이제 시작이야..! 

  마무리가 되면 시작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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