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여름 - 문경새재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문경새재는 아팠다. 속이 쓰렸다. 그리고, 이내 괜찮아 졌다. 비는 오다가, 그칠 것이고, 다가올 겨울은 춥겠지만 늘 그랬듯 종내는 봄이 올 것이다. 엄마와 문경새재를 지나고 있었다. 엄마는 핸들을 돌리며 ‘평소에는 아랫마을까지 다 보여서 풍경이 엄청 멋있는 곳인데’라며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나 안개가 자욱하게 낀 고개는 그저 희뿌옇기만 했다. 난 아팠고, 아프기보단 슬펐지만 그래도 비밀 하나를 단단히 알고 있었다.
안개는 이내 걷히며 구멍이라도 난 듯 종일 쏟아지는 비구름 위에도, 늘 해가 있다는 것을. 나와의 힘겨루기에는 언제나 이것이 중요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는 것.
나는 공허한 것을 손에 쥐기 위해 온몸에 힘을 주었다. 스러지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증거하기위해서. 나는 매일이 모험과도 같았고, 그래서 흥분되었고 동시에 매일이 두려웠다. 나는 어디로 도달할 지도 모르고 당돌하게흙으로 질주하는 저 빗줄기와도 같았다.
때로 나의 꿈에 옳다 그르다, 잣대를 대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나는 놀라곤 했다. 나는 그들과 같이, 얼마나 자주 누군가의 꿈에 칼을 대었는가. 그토록 불안정한, 불완전한 저마다의 이야기를 떠벌리며 말이다.
눈을 감고, 귀를 막자.
들어야 할 것은 오로지 내 목소리 하나이며
알아야 할 것은 오롯한 내 생각 하나이며
거듭 확인해야 할 것은 굳건한 내 의지 하나이다.
내게 아직 철이 없어 꿈을 좇는다 하지마라.
내 꿈에 잣대를 들이대는 모든 것들과 나는 철저히 싸울 것이다.
무지함으로. 그러나, 스스로 증거함으로.
두려움. 좋아하는 일을 용기있게 한다는 것은 언제까지고 내게 해결해야할 숙제일 것이다.
우리 삶의 포인트는 ‘두려움’입니다. (중략) 당신은 두려움과 함께 춤을 추어야 합니다. 두려움은 우리가 예술을 해나가는 과정의 일부분이 되어야 합니다. – 세스고딘, 위클리비즈 인터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