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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ul 21. 2020

일시 정지 된 연대감

<본 글에 사용된 이미지 출처는 다음 영화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오멸 감독의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 2」를 다시 본다.

 어느 날 불현듯 동굴에 옹기종기 모여 감자를 나눠 먹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슬은 항암 후 집에서 하던 요양을 끝내고 복학하던 해에 개봉했었다. 주변에서 연출이 인상 깊다는 말이 많았다. 나는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아 의무적으로 그 영화를 찾아봤었다.

 단순히 화젯거리가 필요해 봤던 영화는 하나의 큰 제례였다. 같이 투병하던 이들에게 근근이 들려오는 소식은 부고 밖에 없던 시기였다. 나도 그들도 일상을 살고 있었을 뿐인데 죽음도 일상적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영화를 어떻게 봤냐는 친구의 질문에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었다.     

 옹기종기 모여 감자를 나누어 먹는 모습에 일시정지를 해놓고 한참을 보았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몰랐다. 익숙한 장면이다.


 20,30대 환자가 한 병실에 모여 있는 경우는 드문 경우였다.

 거기다 모두 면역력 수치가 나쁘지 않은 드문 날이었다.

 병실 문을 닫고 보호자들과 우리 환자들은 일탈을 도모했다.

 치킨과 피자를 먹자.


 지긋지긋한 볶은 김치나 저균식이 아니라 자극적이고 기름진 일상을 먹자.      

 면역력 수치가 나쁘지 않으면 외부 음식에 대해 특별히 제한이 없었지만 매번 6인 병동은 한 둘 이상은 항상 앓고 있어 눈치가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모두 다 같이 평범한 일상을 즐길 수 있다니 이보다 즐거운 일탈이 어딨을까.     

 우리는 음식을 앞에 두고 별다른 말을 주고받지 않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으로 내일도 함께 살아가자는 연대감을 공유했다.   

  

 일시정지를 풀자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람들은 유쾌하고

 뒤에 일어날 일을 아는 나는 자꾸 일시정지를 누르게 된다.

 일시정지를 눌러도 나만 살아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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