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죄송해요. 할아버지 산소에 가는데 담배가 필요하다네요. 일행 중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없고 해서 한 개비 태우고 버릴 것 같아서요. 제일 싼 담배로 아무거나 하나 주실 수 있을까요.
그는 디스 오리진이란 담배를 꺼내 보여 주며 이것이 제일 싼 담배라고 했다. 막걸리와 새우깡 그리고 담배의 바코드를 순서대로 찍는 동안, 나는 굳이 피우지도 않는 담배를 왜 사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렸다. 그는 어른들은 원래 다들 그렇다며 웃어 보였다. 혹시 모르니 라이터는 쓰던 것이라며 돈도 받지 않고 봉투에 함께 담아 주었다. 아빠를 낳은 그래서 내가 태어나게 한 얼굴도 이름도 모를 할아버지를 위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나도 애써 활짝 웃어 보이며 카드를 내밀었다.
앞장서는 친척 형을 따라 논길을 걸어 도착한 할아버지 무덤은 산이라고 말하기엔 부끄러운 자그마한 언덕 중간에 있었다. 묘비 하나 없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무덤 앞에서 아빠는 아들이 오랜만에 왔다며 새우깡 봉지를 뜯어 놓고 종이컵에 막걸리를 따라 놓았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돌아가신,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오열했었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고함이 아니라 비명을 욕이 아니라 울음이 그 입에서 터져 나왔을 거라는 것이 믿기지 않아 잊을 수 없었다.
아빠는 손주들 인사도 받으라며 친척 형과 나를 무덤 앞에 세웠다. 손바닥에 닿은 흙이 촉감이 불쾌했다. 아빠가 누굴 보고 배웠겠습니까. 할아버지, 당신이 돌아가실 때도 아빠는 울었습니까. 나는 울지 모르겠습니다.
아빠는 새우깡과 막걸리를 무덤 주변에 뿌리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잘 타라고 한 모금 빠는 모습이 징그러웠다. 아빠가 끊기 전에 피웠던 것은 88이었지. 이걸 기억하는 이유는 뭐가 마음에 안 들면 엄마에게 굴욕감을 느끼라는 듯이 고함을 질러가며 담배 심부름을 시켰기 때문이다. 막내 때문에 담배를 끊게 되었다는데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다. 담배를 무덤에 조그맣게 땜빵처럼 파여 있는 자리에 올려놓았다. 돌아가는 길 불이 나지 않을까 불안하다 말하니 친척 형은 괜찮다고 말했다. 죽은 사람이야 당연히 괜찮겠지 중얼거렸지만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친척 형은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이곳에서 시골집과 멀지 않아 자주 오고 가셨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다음 목적지가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