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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Jun 04. 2023

03. 치토스


때는 2022년 봄,

포켓몬빵 띠부띠부실 대유행의 시작이었다. 빵을 획득하려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가게 앞에 줄을 서야 했다. 대형 마트 앞에는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대기표를 든 엄마들로 가득했다. 워낙 불장이라 시세의 몇 배를 주고 빵을 사고파는 경우도 횡횡했다.


지인인 소은 언니는 아이가 셋이다. 어느 날 초등학생 3학년이던 딸 효림이가 말했다.


“엄마, 저도 포켓몬빵 갖고 싶어요.”


‘원하는 게 있으면 스스로 구해라’ 라는 교육 방식을 가진 소은 언니는 말했다.


“학교 마치고 편의점 가서 포켓몬빵 있는지 물어봐.”


효림이는 학교 수업을 마친 오후 3시쯤 근처 편의점으로 갔고, 주인아저씨께 혹시 포켓몬빵이 남아있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한숨을 푹 쉬더니 서랍에서 포켓몬빵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빵을 효림에게 주며 이렇게 말했단다.


“학생. 이렇게 해서는 절대 구할 수 없어.”


 또 다른 지인은 편의점을 운영한다. 지인 아들 이름을 민수라고 하자. 어느 날 과자를 먹고 있던 4학년 민수에게 물어보았다.


“너도 띠부띠부실 있니?”


그러자 철수가 대답했다.


“전 괜찮다는데 아빠가 자꾸 포켓몬빵을 갖다 줘요.”


철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편의점 점장이니 아들에게 그 정도 특혜는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집 근처에 쪽갈비를 파는 식당이 있다. 어느 날 쪽갈비가 무슨 맛인지 궁금하다는 아빠 말에 부모님을 모시고 먹으러 갔다. 쪽갈비집 앞에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매일 선착순 3팀 포켓몬빵 증정’ 우리는 첫 손님이었다. 주인은 환하게 웃으며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익 포겟몬빵’ 하나를 건넸다.


 나는 부모님께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빵인데, 빵 안에 든 스티커를 가지려고 난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빵은 대충 만들고, 스티커로 얘들이나 현혹시킨다고 비판하며 포장지를 뜯었다. 초코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맛있었다. 초코 크림도 듬뿍 들었고 초코 맛도 진했다. 부모님도 맛있다고 했다. 괜히 유명한 게 아니군요. 죄송합니다. 빵 안에 든 띠부띠부실은 고라파덕이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따조가 있었다. 따조는 ‘딱지’와 즐기다 라는 뜻 ‘조이’(joy)의 합성어로 둥근 모양의 딱지였다. 다양한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따조 중에는 서로 끼워 합체를 하도록 만든, 홈이 있는 따조도 있었다. 나중에는 홀로그램 따조까지 나왔기에 아이들은 치토스를 열심히 먹었다.


따조가 나오기 이전, 치토스 봉지 안에는 체스터가 그려져 있는 스티커가 들어 있었다. 체스터는 치토스 봉지에 그려진 마스코트 치타의 이름이었다. 스티커 뒷면에 있는 원을 동전으로 긁으면 문구가 나왔다. 문구는 둘 중 하나였다. ‘꽝! 다음 기회에’ 혹은 ‘한 봉지 더’ 보통은 꽝 스티커가 나오기 마련이라 ‘한 봉지 더’ 라는 문구가 나오면 심장이 터질 듯 기뻤다. 스티커를 들고 슈퍼로 달려가 치토스 한 봉지를 무료로 받았다. 우리는 치토스를 사자마자 봉지를 뜯고 스티커를 꺼내 동전으로 뒷면을 긁었다. 과자는 나중에 천천히 먹어도 될 일이었다.


 치토스는 1948년 미국 프리토레이라는 식품 회사에서 만든 과자이다. 1988년 오리온이 프리토레이와 합작하면서 대한민국에 처음 제품을 선보였다. 2004년 오리온이 프리토레이와 결별하면서 단종되었다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롯데에서 생산 및 판매 중이다. 오리온 치토스 당시 판매 제품 중에는 화이트 치토스와 체스터 쿵이 있었다. 화이트 치토스는 콘스프 맛이 나는 하얀색 과자였고, 체스터쿵은 체스터 손바닥 모양의 과자로 딸기맛과 오리지널 맛이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두 가지 종류가 롯데제과로 회사가 바뀌며 사라져 버렸다.


언젠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30대인 성연이가 말했다.


“누나, 요즘 20대들은 치토스 화이트 맛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라요.”


목소리에서 쓸쓸함이 묻어났다. 40대인 나는 조용히 거울을 바라보며 눈 밑에 자리 잡은 희미한 주름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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