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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파일럿 Apr 17. 2024

조종사, 승무원 부부의 당일치기 나리타 여행

조만간 신혼여행지에 대해서 글을 쓰려고 한다. 가장 소중한 추억이고, 너무 즐거운 기억이었기에 개인적으로도 글로 남기고 싶다. 그전에 최근에 다녀온 나리타 여행부터 이야기를 해야겠다.


나와 아내는 극 P의 성향으로 굉장히 즉흥적인 편이다.

단순한 예를 들면, 신혼여행 때 비행기표, 호텔 딱 두 개만 예약하고 갔다.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 하나 다른 게 있었다면 조금은 계획적으로 여행 며칠 전 "후쿠오카나 갈까?" 했고, 당일 후쿠오카 자리가 없어서 "그럼 세 시간 뒤 출발하는 나리타나 갈까?" 해서 출발했다.


물론 무계획의 성향이 단점도 있긴 한데, 얼마 전에 아내가 비행 갔을 때, 나 혼자 바람이나 쐴까 하여 당일치기로 오사카를 다녀오려고 나왔었다. 그리고 공항 거의 다 도착해서 여권을 안 갖고 온 사실을 알고 다시 집에 돌아간 적도 있다. 이 얼마나 무지몽매하고 무계획적인 사람인가. 항상 여권은 비행가방에 넣어놔서 뺄 생각도 안 했는데, 무슨 동네 마실 나가듯 나왔다가 결국 못 간 것이다.


아무튼, 아내는 적어도 나처럼 여권을 안 챙길 정도로 무계획적이지는 않지만, 나와 여행 성향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우리는 그날 즉흥적으로 여행지를 나리타로 변경했다.


"여보 여권 챙겼지!?"

"응 오빠."


3분 뒤,

"여보! 내 여권 여보 가방에 있지??"

"응 오빠 여기 있어."


5분 뒤,

"여보!!! 여권, 우리 여권 챙겼나???"

"..."


그렇게 나는 조금은 계획적인 사람으로 성장하였고, 아내를 본의 아니게 몇 차례 질문으로 괴롭힌 뒤 우리는 나리타로 향했다.


아내도, 나도 처음인 나리타 여행


나리타 호텔에 도착하면 오후 7시, 그리고 우리는 그다음 날 5시쯤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공항에 도착하여 NEX 기차를 타고 시부야로 향했다. 이번 일본 여행의 목적은 단 하나, 맛있는 것을 최대한 많이 먹기.


본디 일본에 왔다면 하루에 다섯 끼는 기본이오, 끼니에 간식은 넣지 않는 것이 국룰이다.


도착하자마자 시부야로 향하는 기차에서 우리는 슈크림을 사서 나와 오랜 시간 함께 한 내장기관인 위에게 경고를 했다.


'오늘 저녁에 여러 차례 끼니가 들어갈 거야.'


이거 진짜 맛있었다. 편의점 별로 맛이 다른데 여기가 진짜다


하지만 우리가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 다섯 끼는 조금 무리라고 판단되어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해 보자 아내와 다짐을 하고 대장정의 첫끼는 일식의 정석인 스시로 시작했다.


완벽했던 첫 끼


해산물을 먹었으니, 육류를 먹어주는 것이 예의이다.

두 번째 끼니는 바로 야키토리였다.


참 재미있었던 것은, 처음에 갔던 야키토리집은 우리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뒤에 손님 일행이 더 많다는 이유로 뒤에 손님을 먼저 받았다. 물론 업장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한정된 자리에서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고 나처럼 지속성이 없는 여행자손님은 웨이팅 순서를 뒤바꾼다 하더라도 큰 리스크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잘못 판단한 것이 있다면, 나의 위장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 내가 뱃살을 가리고 있어서 그런지, 나 혼자 기본 4인분으로 시작을 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물론 그와 별개로 약간 속상하기도 했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 다른 집으로 향했다. 사실 이번 가게는 예정에 없었는데 우연히 길을 걷다가 아내가 발견하고 들어가 보자 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역시 여행은, 어딜 정해놓고 가는 것보단 거닐다 발견하는 것이 제맛이다.

어딘가를 정해놓고 가면 그곳만 바라보고 가기에 주변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거닐다 보면 꼭 대단한 맛집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괜찮은 음식점들이 있다. 그러한 음식점과 풍경을 보는 것이 또 다른 재미이다.


쏘 뷰티플한 야키토리


두 번째로 간 야키토리집은 우선 종업원이 너무 친절하였다. 그래서 이전 집에서 받은 속상함도 눈 녹듯 사라지고 우리의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준 그 종업원 분이 너무 고마워, 조금의 팁을 챙겨드리니 굉장히 난처해하며 일본은 팁 문화가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너무 죄송한 마음에 다시 팁을 돌려받으려고 하는데, 말씀과는 다르게 손에 꼭 쥐고 계신 것을 보니 이건 팁의 문제가 아니라 예의의 문제라는 것을 바로 간파하고, 내가 말했다.


"여기 팁 문화 없는 거 너무 잘 아는데, 덕분에 너무 즐거운 식사를 해서 예의가 아닌 것은 알지만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정도의 예의를 차리니, 종업원분께서는 여전히 난처해하셨지만 고마움을 표시하고 그렇게 우리의 아름다운 예의 차리기 대회는 마무리되었다.


자, 해산물, 육류를 먹었다.

이제 무엇이 남았는가?

그렇다.

Carbs.

바로 탄수화물이다.


바로 이치란 라멘으로 향했다. 오후 11시가 다되어 가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웨이팅 줄이 있었다. 하지만 웨이팅쯤이야.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 줄 소화되는 시간에 불과하다.


사실 이치란은 처음 먹어보는데, 아내의 말대로 다른 라멘을 이야기할 때 어떤 기준이 되는 맛이었다. 예를들면 이치란보다 맛있어, 이치란 보다 깔끔해 등등


마지막으로 디저트. 일본에 와서 먹지 않으면 섭섭해한다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그렇게 우리는 저녁으로 가볍게 세끼를 클리어하고 잠에 들었다.


븧흴뤠



다음날,

그래도 여행을 왔는데 밥만 먹고 가긴 그래서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가는 길, 오니기리를 하나씩 사 들고 공원으로 향했고, 공원에는 푸드트럭들이 즐비해있었다.


어딜가나 꼭 시켜먹게 되는 츄러스. 그래도 우리나라 놀이동산 츄러스가 최고다


이 푸드트럭을 그냥 지나친다면 동방예의지국의 법도에 어긋난다.

예의를 갖춰 츄러스를 하나 사들고 가볍게 산책을 한 뒤, 점심으로 튀김집에서 마무리를 하였다.


스고이한 마무리!



사실 튀김집에서도 재밌었던 일이 있었는데, 너무 많이 시켜놓으니까 갑자기 쉐프님께서 한국어로


"혹시 한국분이세요?"

"네! 한국 쉐프님이세요?"

"아 네 ㅎㅎ 여기 주문하신 게 몇 개가 중복이 되어서요."

"아 그거 다 먹으려고 시킨 거예요."

"아.. 아? 아 알겠습니다."


역시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위는 위대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여, 몸무게가 무거운 채로 끝난 나리타 여행.


하루에 다섯 끼는 비록 채우지 못하였지만,

아내와 천천히 채워가는 추억들이 하나 더 생겼으니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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