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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程度)의 사람일까

라마단 기간의 이스탄불 속에서

by 미네 Mar 14. 2025

 2월 말, 이스탄불은 며칠 동안 눈이 계속해서 내렸다. 아들의 학교의 방학이기도 했지만, 방학 전부터 비와 눈이 번갈아 오더니, 방학엔 정말 펑펑 내렸다.

 아들은 이미 방학이었지만 이스탄불의 다른 학교들도 눈으로 인해 휴교를 시작했다. 하늘에서 마구 내리는 눈 때문에 도시는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집 앞의 도로엔 오래된 자동차가 검은 매연을 내뿜고, 사람들은 작은 구릉을 오르는 차의 엉덩이를 마구 밀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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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 이미지 3

 

 며칠 째 눈이 펑펑 내린 덕에 시떼 안의 정원은 눈이 만든 천연 썰매장이 되었고, 학교를 안 가니 동네 아이들은 모두 밖으로 나왔다.

 덕분에 시떼 안의 튀르키예, 일본, 말레이시아, 이탈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독일, 한국까지 전 세계 어린이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아이들은 눈을 핑계로 처음 보는 아이와 말을 나눈다. 아들은 오늘 처음 보는 다른 학교를 다니는 형에게 장난스레 눈 뭉치를 던진다.

 아들의 눈을 맞고 자신도 눈을 아들에게 던지며 장난을 받아준 착한 형은 말레이시아 사람이었다. 아들들의 웃음으로 자연스레 그녀와 말을 주고받게 되었다.


 얼마 전 시떼에 새로 이사 온 말레이시아인 그녀는 주재 경험이 어느새 10년이 넘은 주재생활 배테랑이었다. 이미 한국도 일본도 살아본 그녀, 자신의 자녀가 모국어인 말레이시아어를 모두 잊어 가고  있고,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에서도 무수한 한국 엄마를 만났던 그녀는 내게 말했다.


 "이 정도는 네 동네에선 휴교 일리가 없지?"

 

 곰곰이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 날씨에도 학교에 갔다. 눈으로 인해 버스가 다리 앞에서 멈춘, 눈이 가득 쌓인 그 거리를, 20대였던 내가 처음으로 다리 위의 눈을 밟아 학교로 향했다.      


 버스 기사님은 더 이상 못 가서 미안하다며 내게 말했다. 눈이 온 세상을 덮은 날, 그도 참으로 성실하고 착한 분이셨다. 자박자박 걸어 언덕을 올라 교무실 문을 연다.

따뜻하다. 입에서 입김이 나온다.

 학교 전체의 학부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어느새 학교에 도착해, 컴퓨터를 켜는 교무부장 선생님이 보인다. 커피 포트의 물은 어느새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따뜻한 기운이 하얗게 내 눈앞에 서린다. 안경을 벗어본다. 그는 너무나 반갑게 나를 반기셨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을 보며 생각해 본다. 나는 원래 어떤 동네에 살고 있었나?



  

 삼일절이었던 라마단 첫날, 나는 남편과 아들과 함께 이스탄불 거리를 나섰다. 그동안 눈 때문에 미뤄놓은 공사가 많은 것일까. 이스탄불 도로에 공사장을 향하는 차들이 가득했다. 뿌연 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차들 속에서 연거푸 밀리는 상황이 답답한 시점이었다.

 

 꽉 막힌 도로 속에서 마구잡이로 후진하는 차를 본다. 엉망이다. 그래도 어느새 이 모습이 익숙한 나는, 이스탄불을 보며 생각한다.


한국에 돌아가면 나는 행복해질까? 

'그렇다'라고 바로 말할 수 없었다. 그녀와의 대화가 다시 떠올랐다.


 "우리 동네에선 이 정도 눈에도 다 출근하지. "


 내 말을 들은 말레이시아 그녀는 내게 말했다.


 "내가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한국 엄마들은 참 대단했어. 그녀들의 집엔 남편은 늘 없었고 아이들 공부시킨다고 혼자서 국제학교를 보내고 있었지. 난 그녀처럼 살라고 하면 못 살 거야. 혹시 너도 그렇니? "


 저기 멀리서 눈 때문에 출근을 안 했다는 그녀의 남편이 걸어오고 있었다. 눈을 처음 본 사람처럼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눈을 뭉쳐 아이에게 던지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물었다.


 "네 남편은 이스탄불에 있니?"

 "우리 남편도 이스탄불에 있지. 그런데 출근했어." 




2025년 2월 28일 저녁부터 3월 29일까지 라마단 기간이 시작되었다.


 점심시간, 남편과 나선 주말의 식당은 참으로 한산했다. 구글 지도에 평소엔 웨이팅을 하고 들어간다는 식당에 기다림 없이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같은 무슬림이건만, 또 어떤 사람들은 밥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내가 시떼에 사는 이웃은 한낮에 밥뿐만 아니라 물 한 모금 먹지 않고 하루를 버틴다고 말했다. 정말 그의 얼굴은 이전과 달리 야위어 보인다. 그런데 학원에서 만난 어떤 사람은 내게 간식도 받아서 금세 먹고, 차이, 커피도 마시며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그중의 한 사람은 음식을 사양하며 내게 말했다.


 "무슬림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한참을 생각한다.

정도란 무엇일까? 알맞은 한도, 아니다 그 알맞은 한도가 있다면 정도(程度)는 나라마다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 그럼 나에게 알맞은 정도는 무엇인가. 아니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정도(定道)는 있는 것일까. 올바른 길이란 무엇인가.


 한국인이라무슬림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에 있건 튀르키예에 있건 나는 여전히 정도가 무엇인지 몰라 헤매고 있다. 내가 그 정도를 찾으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도대체 그 정도가 뭐냐며 퉁명스럽게 화를 내다 한참 내 발 끝에 머무는 녀석을 바라본다. 

 그래,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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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타르' 시간이 알고 싶다면 위의 사진의 aksam(저녁)을 보세요. 매일 조금씩 변동이 있습니다.'이프타르' 시간이 알고 싶다면 위의 사진의 aksam(저녁)을 보세요. 매일 조금씩 변동이 있습니다.

덧붙임)
 현재 라마단으로 인해 현지의 소규모의 일부 식당은 점심 장사를 안 하는 곳도 있고, 또는 이프타르(금식이 해제되는 저녁 식사 시간) 식사 예약으로 인해 예약 없이 식사가 불가능한 곳도 습니다.


 하지만 낮엔 오히려 라마단 덕분에 비교적 한적한 곳도 많으니, 맛집의 점심 탐방이 더 적절한 시기일 수 있습니다. 무슬림 요리사도 간은 보시겠죠? 늘 이게 궁금합니다. 모두 행복한 정도를 찾는 건강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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