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선물
냉기를 머금은 바람이 가슴에 스밀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이 계절이 내게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깨닫는다. 지난겨울이 닫힌 이후로 올 들어 가장 차가웠던 바람은, 어렸던 날의 추억을 끄집어주도록 도와주었다. 그렇게 꺼내어진 것들에는 그간 쓰지 않는 방의 따뜻한 기운 속에서 축축이 썩어가는, 잊힌 그 모든 것들의 냄새가 무던히도 섞여 있었다. 몹시 세차게 뒤섞인 그 냄새를, 꺼릴 필요는 없었다. 그 또한, 내가 살았던 흔적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차가워진 하루 속에서 꺼낸 것 중 하나를 바깥으로 꺼내 들었다. 혼자서 지내는 것이, 가득 차게 지난한 그 시간을 마주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은 괜찮아?"라고. 조금은 빠를지도, 혹은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 물음에 지금은 확실히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괜찮아". 외롭지도, 어렵지도, 괴롭지 않은 날들이 늘어만 갈수록, 대답의 억양에 무게가 더해질 거라는 걸 안다.
그 시간 속에서 지난 시간보다 더 따뜻한, 더 나은, 더 커진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담겨있다. 본질적으로는 어제보다 더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닐까. 말과 말글, 그리고 글의 무게가 더해지면, 자칫 넘어질 수도 있는 나를 언제든 잘 지탱해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리하여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다.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일종의 주문, 그리고 최면인 셈이다. 그렇게 바람은 내게 또 하나의 선물을 가져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