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리기 #9
날카로운 긁적거림으로 상처를 만들어,
끈적한 짙은 색의 농도로 그 안을 채운다.
글자가 되고,
그림이 된다.
그렇게
당신이 된다.
완전한 내 살이 될 때쯤이면,
당신이 사라졌을까?
그런 바람도 품는다.
시간이 지나고 색이 번져서,
알아보지 못하는 글자가 되고,
보기 싫은 그림이 되면,
당신도 보기 싫어질까?
그랬으면 좋겠다.
하나, 둘, 셋
단연코 당신은 하나인데,
나의 반창(瘢瘡)들은,
또 여러 개가 되었다.
당신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지워지고 번져 흐려진다 해도,
당신은 알아채지 못할 것을 안다.
나에게 긁힘이 있었는지 조차도
모르는 당신이니까.
그럼에도
나는 또 상처를 만들어낸다.
덮어주고 싶다.
글자로 새기고,
그림으로 찍어내어,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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