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리기 #11
나를 담아놓았던 그릇이 점점 작아진다.
내가 담아놓은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테다.
담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차고 넘친다.
꾹꾹 눌러봤다.
그릇 밖으로 삐져나오는 것들에 기분이 상한다.
처음부터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담으면 안 되는 것들을,
그리도 부지런히 모았던 모양이다.
그릇을 엎어버린다.
어차피 전해 줄 사람도 없었다.
받을 사람도 없었다.
웃음이 난다.
얼마나 부질없는 형태인지,
쓸모없는 그릇 따위를 왜 그렇게 소중히 여긴 것인지.
그럼에도
눈물을 흘리며,
엎어진 것들을 모아 다시 담아본다.
+ 담(淡) : 맑을 담, 엷을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