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깜장하트 Sep 05. 2023

담담(淡淡)

잃어버리기 #11

나를 담아놓았던 그릇이 점점 작아진다.

내가 담아놓은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테다.

담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차고 넘친다.


꾹꾹 눌러봤다.

그릇 밖으로 삐져나오는 것들에 기분이 상한다. 

처음부터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담으면 안 되는 것들을,

그리도 부지런히 모았던 모양이다.


그릇을 엎어버린다.

어차피 전해 줄 사람도 없었다.

받을 사람도 없었다.


웃음이 난다.

얼마나 부질없는 형태인지, 

쓸모없는 그릇 따위를 왜 그렇게 소중히 여긴 것인지.


그럼에도

눈물을 흘리며, 

엎어진 것들을 모아 다시 담아본다.




+ 담(淡) : 맑을 담, 엷을 담

              

이전 05화 충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