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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장하트 Sep 20. 2023

나는 초코를 파양 했다.

개 밥 주러 가야 해요.

14년전 어느 가을날, 이모네 집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며 헐레벌떡 뛰어서 퇴근을 했다.

아이와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가던 중, 동네 동물병원을 지났다.

아이는 한참을 유리창문에 코와 손을 맞대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애원했다.


"강아지 키우고 싶어"

"엄마가 강아지를 너무 무서워해서 안돼.

그럼, 구경만 하고 갈까?"

"응응... 좋아"


3층으로 만들어져 있는 유리 공간에 작은 강아지들이 꿈틀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지독한 냄새가 확 올라와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엄마, 이 강아지 너무 이뻐. 진짜 이뻐"

까만색과 베이지가 섞인 귀가 토끼처럼 쫑긋 선 까만색 요크셔테리어가 나를 올려다봤다.


"이쁘기는 하네"

"엄마, 데리고 가면 안 돼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다시 애원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날 저녁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품과 함께 까만색의 작은 동물을 데리고 집에 왔다.


이름은 쵸코

나는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플라스틱 울타리를 치고

바닥에는 배변 패드를 잔뜩 깔고,

그 안에 넣으라고 했다.

쵸코는 낑낑거리며 두 발로 서서 울타리 안에서

우리를 쳐다봤다.

'하.... 어떡하지'

집에 들어온 지 10분 만에 나는 후회를 했다.

내가 만지지도 못할뿐더러, 사료 봉지를 뜯자마자

올라오는 냄새는 역하기가 말할 수 없었다.

낑낑거리는 소리는 천둥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고,

내일부터 낮 동안에 밥은 누가 줘야 하는지 당장

고민이었다.


밤늦게 남편이 퇴근했고, 강아지를 좋아하는 남편은

이쁘다며 고무줄로 앞머리를 묶어주었다.

나는 바닥에 내려놓지 말라고 소리 질렀고,

내 고함에 갑자기 아이도 강아지를 무서워하기

시작했다.

강아지가 발에 닿는 느낌이 정말 싫어,

쇼파 위로 뛰어 올라갔다.

아이도 덩달아 소리를 지르며, 나의 행동을 따라 했다.

남편은 왜 데리고 왔냐며, 쵸코를 안쓰러워했다.



개 밥 주고 올게요

"실장님, 죄송한데요. 점심시간에 밥 안 먹고 집에

좀 다녀올게요. 개 밥 줘야 해서요"


다음날, 점심시간이 돼서 실장님께 양해를 구했다.

"가지가지한다. 애가 조른다고, 그걸 다 들어주면

어떡하니? 얼렁 갔다 와"

회사와 집은 차로 30분 이내 거리였다. 집에 가서 현관문을 여니,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울타리 안에 있던 쵸코는 나를 보자마자 꼬리를

흔들었다.

나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배변 패드를 정리하고

밥을 주고 나왔다.

나의 점심시간을 뺏아간 그냥 미운 강아지였다.

차 안에서 빵을 먹으며, 회사로 돌아왔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를 지내다 보니, 도저히 나는

키울 수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예쁘지도 않을뿐더러, 아이는 이제 초코가 달려들면

울음을 보이기까지 했다.

초코는 고작 2kg도 되지 않는 3개월 정도의 작은 아이였다.


나는 지역 커뮤니티 카페(송파맘)에서 강아지 입양에 대한 글들을 찾아봤다.

초코를 팔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으며, 잘 키워줄

사람을 찾고 싶었다.

힘든 나의 하루하루 이야기와 쵸코 사진을 올리고,

데리고 가실 분이 있냐고 글을 올렸다.

분양비도 필요 없고, 그냥 데리고 가시면 된다고 했다. 누군가 답글을 달았다.


“그래도 견디시고 잘 키워 보세요. 너무 안타깝네요. 정말 예쁜 아이예요”

나는 “쵸코에게 미안해서 그래요. 저희는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라며 가식을 떨었다.

단순히 저 작은 검정 동물을 치워버리고 싶었다.

더 이상 사료에서 올라오는 냄새도 맡기 싫었다.


쪽지로 대화를 주고받다가, 우리는 주말에 만나기로

했다. 아이에게는 레고로 합의를 봤다.

놀이터에서 만난 그분은, 같은 종의 요크셔테리어를

안고 나오셨다. 열 살이 넘는다고 했다.

쵸코를 보시며, 아이가 너무 예쁘다며 안아주셨다.

책임비라며 십만 원을 건네셨다. 나는 필요 없다고

했지만, 극구 주시며 말했다.

"제가 잘 키울게요. 감사해요. 이렇게 예쁜 아이를 만나게 해주셔서요. 이름은 그대로 초코로 할게요"


내가 진심으로 감사했다. 돌아서는 나의 발걸음은

너무 가벼워 날아갈 것만 같았다.

집에 오자마자 락스를 들고 구석구석을 닦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나의 금쪽같은 점심시간을 다시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좋았다.

나는 그렇게 초코를 파양 했다. 




14년 전의 일이다. 그때는 '파양'이라는 단어도 몰랐다.

그로부터 5년 후, 내가 초코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되었고, 얼마나 무식한 사람인지도 알게 되었다.

나는 요크셔테리어만 보면 지금도 제대로 쳐다보지를 못한다. 초코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겠으나,

나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그리고 온돌이와 함께한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온돌이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초코에게 미안하고 미안하다.
















이전 02화 엄마, 이제 3일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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