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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라 페르 영지로 출발

by 랜치 누틴

아토스는 유산의 가능성으로 힘들어하는 아라미스의 침대 옆에 앉았다. 그리고 힘들 힘들어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한참을 침묵하고 있던 중 아토스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라미스, 이젠 우리 아이와 함께 안전하게 살아가야 해. 내 영지로 들어가자. 그곳에서 우리 서로 이 아이를 키우면서 조용히 살아가자.”


아라미스는 아토스의 말을 듣고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평화로운 미래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라미스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토스… 그곳에서 정말 우리가 안전할 수 있을까?”


아토스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단호히 말했다.

내 영지는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곳이야. 내가 지킬 거야. 너도, 뱃속의 아기도.”

아라미스는 그의 진심 어린 눈빛을 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의 곁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과거의 복수에 따른 죄책감은은 뒤로하고 태어날 아이와 새로운 날을 기대하기로 하였다.


아토스는 누구보다 아라미스가 처한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라미스와 자신이 무작정 수도원을 떠난다면 그들의 흔적을 뒤쫓는 이들에게 쉽게 노출될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그는 기민하게 움직이며 철저한 계획을 세웠다.


아토스는 아라미스의 신분을 세탁하여 안전하게 자신의 영지로 데리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를 도와줄 친구를 생각했다.

스페인의 리오날 알바 데 아우스트리아 공작.


아토스는 그에게 편지를 써서 도움을 요청하기로 하였다.


새 생명의 탄생
수도원의 어두운 밤이었다.

아라미스의 방 안에서는 거친 숨소리 함께 산고의 고통을 겪고 있었다. 아토스는 문 밖에서 조바심을 감추지 못한 채 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제자리에서 서성였다.

수도원에서 아이를 받은 적 있는 나이 많은 수녀가 아라미스의 출산을 돕고 있었다.

“아라미스, 견뎌야 해.” 아토스는 스스로에게 되뇌듯 말했다. 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허리춤의 단검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 단검은 위험한 순간마다 아토스 자신을 지켜온 것이었지만, 지금 그는 그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물건이었다.

문이 열리고 나이 든 수녀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내밀었다.
“곧 나올 겁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아토스는 수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은 타들어 갔다. 그의 머릿속에는 아라미스와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녀의 웃음소리, 싸울 때의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함께 나눈 고요한 밤들. 그리고 지금 겪는 산고의 고통까지.

30분 정도 더 흘렀을까. 아기의 울음소리가 방 안에서 울려 퍼졌다. 아토스는 숨을 멈춘 채 문을 가만히 응시했다. 잠시 후 수녀가 방 밖으로 나와 말했다.
“건강한 사내아이입니다. 산모도 무사하고요.”

아토스는 그 말을 듣자마자 한숨을 내쉬며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수녀의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고 잠시 숨을 고른 뒤, 그는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의 아라미스는 초췌한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며 힘들게 미소 짓고 있었다.

아토스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살며시 감쌌다.
“잘했어, 아라미스. 정말 고생했어.”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라미스는 그를 보며 조용히 웃었다.
“우리 아이야, 아토스. 네가 한 번 안아봐.”

아토스는 조심스럽게 아라미스의 품에서 아이를 받아 안았다. 그의 팔에 안긴 작은 생명.

아이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고 조그마한 입은 살짝 벌려 있었다.

아토스는 감격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다 이내 눈물을 흘렸다.

“라울.”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아라미스가 놀라며 물었다. “라울?”
“그래. 갑자기 이 이름이 떠올랐어. 용감하고 충직하고 강한 이름.”
아라미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라울이라...... 좋아.”


흉흉한 소문
아토스는 마을에 소문을 퍼뜨렸다. 수녀가 아이를 낳았지만 심각한 합병증으로 위독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마을의 술집에 수도원에서 누구 하나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가짜 소문을 퍼트렸다.
“참 안타까운 일이야. 그 수녀가 임신한 것도 희한한 일인데. 그래서 임신한 상태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더군.”
"아이 아버지는 누구지?" 다들 수군거렸다.

"수도원에 드나드는 상인이었다는데. 아이를 낳기 전에 도망갔데."
이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도원의 안타까운 상황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을 탔다.
아토스는 수도원 내에서도 소문을 냈다. 수도원에 들리거나 일하는 사람도 모두 그렇게 알게 되었다.

아라미스는 라울을 안고 수도원의 가장 깊숙한 방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곳은 외부의 눈에 절대 띄지 않는 은밀한 장소였다. 아라미스는 몸을 회복하며 아토스의 권유에 따라 최대한 조용히 지냈다. 그녀는 새벽마다 라울을 품에 안고 기도하며, 자신과 아이, 그리고 아토스를 위한 안전을 빌었다.

아토스는 드디어 스페인의 리오날 공작으로부터 서신을 받았다.

리오날의 전령은 말을 타고 전 속도로 달려왔다.

리오날의 문장이 박혀있는 편지는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라틴어로 쓰였고 곳곳에 비밀 암호가 숨어 있었다.

'엘레나 데 몬테로'

아라미스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리오날이 소개해 준 스페인 귀족은 병약하였고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 귀족의 양녀로 들어가서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는 것이다.

아토스는 아라미스의 몸이 회복되는 대로 스페인을 거쳐 라 페르 영지로 가는 것을 계획하였다.


아토스는 수도원에서 일하는 평범한 옷을 입고 마차와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했다. 그는 수도원 근처를 지나가는 마차꾼들과 접촉하며 가장 믿을 만한 경로를 조사했다. 스페인과 자신의 고향 라페르 영지로 이어지는 가장 안전한 길을 찾았다.

아토스는 이동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고려했다. 혹시나 아라미스를 쫓는 적들에게 혼란을 주고 철저히 눈치를 못 채도록 해야 했기에, 그는 일부러 수도원 묘지에 "르네" 이름이 새겨진 작은 묘비를 세웠다.

묘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르네 수녀. 영원히 주님의 곁에서 평안하시길.”
그리고 그 아래 못으로 작게 새겼다.
"아라미스 여기에 잠들다. " 아토스와 아라미스는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누군가 아라미스를 찾아 수도원에 도착하더라도 이미 사망했다는 흔적만을 보게 될 것이었다.



작은 결혼식
라울이 태어난 지 2달이 되었을 때 드디어 출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아토스는 준비한 마차를 수도원 뒤편에 대기시켰다.

떠나기 직전 그들은 소박하게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수도원장과 원장 수녀는 증인이 되어 그들의 축복을 빌었다.

아토스와 아라미스는 드디어 부부가 된 것이다.



아토스는 라울을 안고 있는 아라미스를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라울은 조용히 그녀의 품에서 잠들어 있었다.

마차에 오른 아라미스는 조용히 말했다.
“이제 정말 안전하겠지? 아토스.”
아토스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가 갈 곳은 내가 가장 잘 아는 땅이야. 그 누구도 우리를 찾을 수 없을 거다. 내가 너와 라울을 지킬 테니 걱정 마.”

마차는 수도원 어둠 속에서 조용히 출발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아토스의 고향, 라 페르 영지였다.

아토스는 모든 감각을 세운 채 마차를 몰았고, 아라미스는 라울을 안고 긴 여정의 시작을 설레어하며 앞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걱정과 기대를 갖고 조금씩 마차를 움직여 길을 재촉하였다.
과거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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