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타냥의 고민
아토스는 그날 이후로 검술 훈련의 빈도를 늘렸다. 아라미스와 함께하는 훈련 시간을 더 자주 갖는 것은 물론 권총도 한 자루 더 준비해 그녀에게 사격 연습을 권하였다.
“네가 권총을 다루는 법을 더 익히면 좋겠어,”
아토스가 말했다.
“언제든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으니까.”
아라미스는 그가 갑작스레 이렇게 준비한 이유를 정확히 묻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벌어진 일을 떠올리며 이내 그의 판단에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아토스의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자리 잡았다. 절대 아라미스에게 알릴 수 없는 “맨손”이라는 이름. 그 자가 아라미스에게 했던 잔혹한 행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맨손이 아라미스를 찾고 다닌다는 것은 아토스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맨손이 이 집을 먼저 찾는다면 이번에는 그녀와 라울까지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 공포가 치솟았다. 그는 맨손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절대 아라미스에게는 알리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녀가 더 이상 과거의 상처로 고통받지 않도록 해야 했다.
아토스는 혼자 가족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가 툴루즈에서 들었던 소문들과 자객들의 자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계획을 짰다.
'아직 중앙 정부에서는 패권 경쟁에만 관심이 있지 시민들과 관련된 인신매매 조직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이것은 중앙 정부 군대의 힘이 필요한 일이다. '
아토스는 곰곰이 생각하던 중 중앙정부 군대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 생각했다. 과거 총사대 동료이자 친구였으며 현재 총사대 부대장인 '달타냥'.
아토스는 조용히 펜을 들었다.
*“총사대 부대장님께.
철가면 일당의 심복이자 과거 국왕폐하를 위험하게 했던 맨손이 살아있습니다
저는 그가 몇 년 전 이미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맨손은 최근 툴루즈 근방에서 젊은 여인들을 납치해 팔아넘기는 수법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의 존재는 여전히 위협적이며 남부 지역의 민심은 날로 사나워지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총사대의 손길이 필요한 일이니 맨손 조직의 소탕 작전을 검토해 주십시오.
이 편지는 익명으로 보내나 정말로 신뢰할 만한 정보임을 믿어 주시길 바랍니다.
직인.*
아토스는 자신의 이름 대신 '라 페르' 집안의 문장을 찍었다. 편지는 몇 단계를 거쳐 달타냥의 손에 닿을 것이다. 아토스 자신과 달타냥 그리고 맨손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피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몇 주 뒤, 총사대의 본부에서 달타냥은 그 편지를 손에 쥐고 필체를 확인했다. 그는 한눈에 이 글을 쓴 사람이 아토스라는 것을 알아챘다.
“라페르 백작.” 달타냥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가 보낸 정보는 틀림없이 사실일 것이었다.
달타냥은 편지의 내용을 곱씹으며 철가면 조직의 잔당이 아직 활동 중임을 깨달았다. 특히 맨손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과거의 악몽을 떠오르게 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삼총사 모두를 죽이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제 투서가 도착했으니 그들을 처리할 새로운 기회가 마련되었다.
“아토스! 역시 언제나 신중하고 정확한 사람이군.”
달타냥은 중얼거리며 편지를 접었다. 그는 국왕과 리슐리외 추기경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곧바로 부하들과 함께 작전을 세울 준비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를 끝장내겠다.”
달타냥은 편지에 적힌 정보를 바탕으로 총사대를 움직였고 맨손의 뒤를 추적하기 위한 계획이 점차 구체화되었다.
1년 반의 긴 추격 속에 백여 명에 이르는 맨손일당은 모두 소탕이 되었고 맨손 또한 생포되었다.
달타냥은 그를 심문하기 위해 서기와 함께 샤트레 지하 심문실에서 맨손과 마주했다.
달타냥은 맨손의 야비한 눈빛을 보며 과거와 현재 큰 차이가 없음을 알고 크게 분노했다.
"강도짓을 하고 여자들을 팔아넘긴 너의 죄는 인정하겠지! 단지 돈을 벌려고 그랬나?
달타냥의 말투에는 당장에라도 칼로 베일 듯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러자 맨손은 비웃으며 말했다.
"돈이야 물론 필요했지.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야. 팔아넘길 여자들을 잡아오면서 그 여자도 찾아다녔지. 그 여자를 죽이기 전에는 내 복수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달타냥의 눈의 번뜩였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맨손은 고개를 까딱 거리고 웃으며 말했다.
"너도 잘 아는 칼을 든 그 여자. 전국을 헤매다가 한 수도원에서 그 여자를 찾아냈어. 내 복수를 위해. 우리 조직과 대장의 복수를 위해서. 절벽에서 나를 밀어뜨린 그 여자 말이야. 아라미스. "
달타냥은
"무슨 소리야!" 달타냥의 눈에는 살짝 눈물이 고였고 분노에 찬 소리로 흥분하여 고함을 쳤다.
맨손은 그런 달타냥을 보고 씩 웃으며 비꼬았다.
"너도 그 여자 좋아했나? 왜 이리 흥분해?"
"정말 죽였다고?"
"그래 수도원 수녀였어. 내가 그 여자를 죽였지. "
달타냥은 분노에 차서 차고 있던 칼을 꺼내 들었다. 그의 분노는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끓어올랐다.
"널 이 자리에서 내 칼로 죽이고 말 테다!"
밖에서 달타냥의 소리를 들은 부하들은 다급하게 심문실로 달려와 그를 말렸다.
"부대장님. 어차피 이자는 사형 언도를 받을 겁니다. "
"그렇습니다. 부대장님이 굳이 손을 더럽힐 필요가 없습니다."
부하들이 달타냥의 팔을 잡으며 간곡히 부탁했다.
달타냥은 이성을 잡고 맨손을 내일 재판에 세우기 위해 칼을 접었다.
맨손은 그날 재판에서 교수형이 언도되고. 그날 바로 샤트레 감옥 마당의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는 형장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달타냥을 향해 비굴한 미소를 지었다.
달타냥은 맨손의 마지막말을 곱씹으며 복잡한 감정에 휘말렸다.
'아라미스가 설마 죽지는 않았을 거야. 제발 살아있어야 해.'
달타냥은 아라미스를 향한 마음이 여전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얼마 후, 아토스는 아라미스를 두고 툴루즈로 다시 떠나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인신매매 두목의 사형 소식을 전해 듣고 마음속 깊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자가 맨손이 확실한지 확인이 필요했다. 아토스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싶은 마음에 아라미스를 혼자 두고 툴루즈에 도착했다. 전에 머물던 여관에서 아토스는 우편을 받았다. 발신자는 없었지만 달타냥이 보낸 편지였을 것이다. 그 편지 속에는 그가 가장 두려워했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편지 속의 내용은 간결하면서도 충격적이었다.
맨손이 복수를 결심하고 아라미스를 찾기 위해 전국의 금발에 파란 눈의 여성을 찾아다녔다는 것. 그 끝에 수도원에서 아라미스를 찾아냈고 맨손이 그녀를 죽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정말 아라미스는 죽었을까?'라는 달타냥의 물음과 함께.
편지에는 서명 대신 달타냥이 자주 쓰던 문양이 함께 찍혀 있었다.
아토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나와 아라미스가 만든 ‘르네 수녀'의 가짜 무덤으로 아라미스는 죽었다고 알려진 것이 확실했다. 적들은 물론 달타냥 조차 아직 아라미스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에서 아토스는 큰 안도감을 느꼈다.
그는 답장을 따로 보내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제 달타냥이 우리를 찾는다면 그때 비로소 그에게 진실을 알리겠다는 생각이었다.
열흘 후 아토스는 다시 저택으로 돌아왔다. 집 앞에서 아라미스를 발견한 그는 와락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 아라미스는 그의 품에서 안도의 숨을 쉬는 아토스를 느꼈다.
“이제... 안심해도 돼.”
아토스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부드러웠다.
아라미스는 눈을 감고 그의 품에 의지하며 그동안의 고통과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토스는 달타냥의 편지를 곱씹었다. 달타냥이 언젠가 자신과 아라미스를 찾아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는 맨손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끝.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