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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진 방 스튜디오

한국의 마지막 DJ (3)

by 랜치 누틴 Mar 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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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02년 초겨울.

'대한민국'을 부르짖었던 함성은 어디에 가고 없었고 다시 조용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당시 다음 Cafe의 음악 동호회에서 한참 활동을 하고 있던 중 카페 동호회 회원으로부터 하나의 제안이 왔다. 그는 2살 어린 동생이었고 모 대학 신문방송학과를 다니고 있었다.

학교 방송반에서 음악 방송을 개국했는데 만들었는데 방송 코너 중 ROCK 음악 전문 방송을 맡아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매주 1시간씩 방송을 맡아 진행하기로 하였다. 생방송은 아니고 녹화방송이었다.

방송명 '노라보자'

대학가 언덕 위의 허름한 자취방. 화장실조차 허름했던 그 자취방.

그 자취방에 작은 스튜디오가 만들어졌다.


https://youtu.be/Rm1nCYOZB-s?si=ecnSmsqhqHeBYB7E

출처 : Youtube - Rage Against the Machine 공식 사이트

Guerrilla Radio (Official HD Video) - Rage Against the Machine


방송의 오프닝 곡은 RATM의 강렬한 'Guerrilla Radio'로 시작했다.

락 전문 음악 방송의 시그널로 손색이 없는 곡이었다.

이 곡은 신문방송학과 PD들이 선곡했다.


방송을 하는 날 원고는 따로 작성하지 않고 곡만 선곡을 하고 그 mp3 음악 파일만을 PD들에게 보냈다. 정말 리얼하게 즉석에서 진행했던 것 같다. 커피숍이나 음악감상실 모두 원고를 사용해 읽는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때마다 즉흥적으로 나오는 대로. 그런 이유일까. 방송 녹음 편을 들으면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것이 더 잘 귀에 들어왔다.


한 시간 진행되는 방송 중에 작은 코너가 있었다.

'DJ가 선곡하는 스페셜 음악'이란 나름 거창한 코너 속 코너였다.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이러한 스페셜 코너까지 따로 만들었을까 싶지만. 20대 중반 한참 허세라면 허세를 부려도 전혀 부끄럽지 않을 나이였으므로 맘껏 거침없이 아는 척 자랑했었다.


코너 속의 코너에도 시그널 음악이 존재했다.

시그널 음악은  바로!

Kayleigh - Marillion

1985년에 발매된 네오프로그레시브 락 마릴리온의 최고의 명반이며 정규 세 번째 음반인  <Misplaced Childhood>의 곡이다.

천천히 커지면서 다가오는 영롱한 기타 전주가 흘러나오고 바로 맨트를 했었다.


https://youtu.be/G71_ZPIzVr0?si=KvmJAy174Tjqc_5u

출처 : Youtube - Marillionline 공식 사이트


이 음악은 영국의 네오 프로그레시브 마릴리온의 최고의 음악으로 꼽힌다. 

네오프로그레시브 :1980년대에 시작된, 현대적이며 팝 적인 요소를 가미한 프로그레시브 락 음악

1990년대 한국 EMI에서 재발매되면서 음악 전문지 '핫뮤직' 디스코그라피에서 평점 만점을 받았던 음반이다.


1993년 재발매되었을 때, 난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 거기다가 지방 소도시에 살았기 때문에 이 음반을 구할 수 없었다.

EMI 발매라 대도시에 살았더라면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소도시 지역 레코드 샵 전체를 돌아다녀도 이 음반을 찾지 못했었다.

한참 뒤 다른 마릴리온의 음반을 구하긴 했는데 "Holidays in Eden"이란 음반으로  Fish라는 원년 보컬리스트가 있던 음반이 아니라 Fish가 탈퇴하고 스티브 호가스라는 새로운 보컬을 맞이하며 발표한 음반이었다.


한참 동안 마릴리온의 초기 명반을 접하지 못했다가 내가 그들의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었던 것은 1999년 넵스터와 WinMX 같은 P2P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면서였다. 여기서 mp3를 다운로드하였고 정규 음반 순서대로 파일을 모아 들으며 제대로 알게 되었다.

<Misplaced Childhood>는 발매 당시. UK 음반 순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03년에는 음악 역사상 최고의 컨셉 음반 40개에 뽑히는 영광도 차지했다. 

이후 마릴리온의 정규 3집 음반을 구입해서 전 곡을 차례로 들었다.

Kayleigh라는 곡도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상당히 세련된 연주에 보컬 또한 인상 깊은 목소리다. 선이 굵고 음량이 큰 목소리이다.  

강하고 세련되면서도 부드러운 톤의 기타 연주가 돋보이며 보컬은 상당히 동양적인 음색을 구사하며 영어 발음도 거칠게 들린다.

노래를 하다가 태권도나 쿵푸에서나 들릴 듯 한 "히얍!" 하는 기합 소리도 들린다.

LSD 중독으로 영향을 받았던 보컬 Fish 가 그룹을 나가면서는 마릴리온의 음악은 변화를 맞게 된다. 

마릴리온의 1집(1983년 作) 또한 락 음악 계 명반으로 불린다.

동명 타이틀 곡을 갖고 있는

<Script for A Jester's Tesrs>


마릴리온의 음악적 색깔은 선홍색. 또는 진 자줏빛이 어울린다. 붉은색과 자주색 중간 사이에 붉고도 파란빛. 기타리스트 Steve Rothery의 톤도 상당히 진하다. 붉은 자줏빛. 이 색깔이 바로 Fish가 보컬로 있던 시절의 마릴리온 음악 색깔이다.


'노라보자' 방송도 몇 달 이어가다가 나의 바쁜 개인사정이 생겼고 PD와 DJ들이 취업 등으로 각자 바쁜 일상이 이어지다 보니 방송은 어느새 흐지부지 되었다.

더 이상 DJ로의 활동은 이어가지 못했다.

대신 세이클럽이라는 채팅 방송에서 1인 방송을 이어가며 희미하게 명맥을 잇기는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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