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부족해도 문제지만 너무 과해도 문제다.
사거리가 나오자 차가 밀린다는 이유로 경찰이 신호등을 제어하고 있었다.
한참 지난 거 같은데 녹색 등이 켜지지 않았다. 뭐지? 혹시 저 경찰님, 그린라이트를 기다리기라도 하시는 건가? 누군가 신호 대기자 중에서 본인에게 그린라이트를 던져주길 기다리기라도 하나?
기다림에 지쳐 어쩔 수 없이 나라도 그린라이트를 던져주려고 할 찰나 순간 녹색 등이 켜졌다. 난 너무 급해서 이 한 몸 아끼지 않으려고 했건만. 이럴 거면 진작에 추파를 던져볼 걸 그랬는가 보다. 빨리 지나가게.
요즘 남자들이 그렇다. 신호등 앞에서 미적거리다가 제 때 신호를 주지 않은 탓에 신호등 앞에 대기자만 한 트럭이다. 소심한 남자 대신 여자가 먼저 그린라이트를 던지는 것도 이상할 게 없는 세상이다. 원활한 대중교통의 흐름을 위해 당신의 한 몸 불살러 보시오.
사거리 신호등을 겨우 건너고 나서 사무실 건물에 들어서기까지 이렇다 할 장애물은 없었다. 겨우 제시간에 맞춰 들어가겠거니 하고 안심할 무렵 엘리베이터 안에서 끔찍하리만치 지독한 장애물을 만나고 말았다.
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그린라이트가 한가득 엘리베이터를 채웠다.
'3, 4, 5, 6, 7,.....'
아래층에서 위층까지 엘리베이터 숫자 버튼에 그린라이트가 켜진 것이다.
오 마이 갓.
아까는 사랑에 미적대서 그린라이트가 늦게 켜졌다고 불평했는데 이젠 너무 밝혀서 불평할 차례다. 아니 뭐 월요일 아침부터 이렇게 뜨겁게 사랑을 불태우시나들.
한 층 한 층 서면서 그린라이트의 불빛이 꺼져가는데 내 심장박동은 더욱 팔딱팔딱 뛴다. 그리고 탈 즈음 '57'이던 숫자가 '00'으로 변하는 순간 심정지가 일어난다. 삐~~~~. 모든 것이 내려놓아지는 순간이다. 아, 이런 조카님의 열여덟 색 크레파스야.
사랑은 부족해도 문제지만 너무 과해도 문제다. 더욱이 엘리베이터 안 같은 좁은 공간에서의 사랑은 둘만 몰래 하든가 하시게나. CCTV도 있는데.
오늘은 박진영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랑을 했다'라는 그 노래 나의 금지곡이다.
투덜투덜
[주]
1. 그린라이트 green light = 상대방에게 호감이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
2. '57'이던 숫자가 '00'으로 변하는 순간 = 직장인의 심장이 가장 쫄깃해지는 시간대로 08시 57분에서 09시 00분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