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연재 중
우리의하루
05화
실행
신고
라이킷
36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영주
Oct 29. 2024
길을 잘못 들었지만 괜찮았던 오늘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이제
딱 한 달 정도 남은
대구
이사.
추운 날씨에
10월이
끝나가고
있음이 느껴지자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요즘.
부산에서 나고 자라 평생을 부산에서 살았던 딸이
이사 간다는 사실이
이사가
아니라
이민으로 들리는지 요즘 들어
자주
연락을 하
시는 부모님.
- 엄마 아빠랑 코스모스 보러 갈래?
저 이제 30 넘었는데요...
젊은 제가 코스모스를 어머니 아버지만큼
좋아하겠나요?
괜히
투덜
투덜대며 따라나섰지만
아빠 차에 타 밀양에 오는 길은 꽤나 즐거웠다.
도착지에 가까이 다가가자
멀리서부터 보이는 코스모스 밭.
와 이제 도착했다! 하고 주차장을 찾는
데
,
엥?
도저히 입구
를
찾
지 못하겠
다.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
건가요 ㅠㅠ
눈 앞에 목적지가 보이지만 들어갈 수 없는 상황.
한참을 도로를 빙빙 돌아대
던 우린
유턴에 유턴에 유턴을 하며 겨우
주차장
을 찾았다
.
평소 같으면 약간의 짜증이라도 났을 상황
이 분명한데
짜증은커녕 어떤 감정도 들지 않았다.
그저
길을 겨우 찾아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었을 뿐
.
휴 다행이다.
힘들게 찾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시작한 산책.
아직 젊다며 꽃은 안 좋아 한다고 했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 본 오늘
코스모스는
너무 예
뻤다.
오전 내내 열심히 꽃구경을 마친 우리는
근처 식당에 들러
어탕수제비로 점심을 해결했다.
(너무 맛있어서 엄마의 수제비까지 빼앗아 먹고
국물까지
싹싹
긁어먹은
건
비밀 ㅎㅎ)
밥 먹고 부산으로 내려오는 길,
아
까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
는 중이였다
.
산책 다하고 집에 오는데 비가 온다고?
완전 러키 비키잖아 > <
걷고 있을 때 비가 안온 게 얼마나 다행이야 -
아빠가 지하주차장까지 데려다주셔서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도착한 집
에는
어린이집에
갔던 아이가
돌아왔고
여전히 밖에
내리는 비
.
오늘은 놀이터는 못 가겠다 싶어
집에서
보낸 아이와의 시간.
엄마 나 배고파.
한참 재밌게 놀던 아이
의
배고프단 소리에 시작한
오늘의
저
녁메뉴인
닭볶음탕!
냉장고를 열자
어제 쿠팡에서 우유와 요구르트를 주문하다
할인 중이길래 함께 시킨 냉장 닭
이 눈에 보였다.
집에 있던 당면을 넣고
간장 베이스로 간을 한
나름의 양념장을 가지고
닭볶음탕을 만들었다.
어릴때부터
닭볶음탕, 치킨, 백숙, 삼계탕, 닭구이.
닭이란 닭요리는 죄다 좋아하는 나 때문인지
아들도 닭고기를 잘 먹는 편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었고
우리 둘은 웃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식탁은 고요했다.
흠,
아빠 없이 둘이서 먹는 저녁식사는
힘들다기 보단
외롭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
아-
주말부부의 치명적인 단점.
평일 내내 아이와 둘이서만 먹는 저녁식사는
생각보다 외로웠다.
그리고 이
외로운 저녁식사는
4개월의 시간동안 날 괴롭혀
결국
대구로 이사 가는 결심을 하게 만들어버렸지-
물론 요렇게 귀여운 아들이
말까지 많은 덕분에
외로움을 길게 느끼고 있진 않지만
남편이 너무 보고 싶은 건
어떻게 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이제 한 달만 더 참으면 아빠한테 갈 수 있어 ㅠㅠ
우리 조금만 더 힘내자 //
<월든>_소로
아들이 잠들고 얻은 오늘의 자유시간,
요즘 읽
던
책
을 펼쳤다.
소로의 <월든>
'왜 우리들은 이렇게 쫓기듯이 인생을 낭비해 가면서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제때의 한 바늘이 나중에 아홉 바늘의 수고를 막아준다고 하면서, 내일의 아홉 바늘 수고를 막기 위해 오늘 천 바늘을 꿰매고 있다. 일, 일, 하지만 우리는 이렇다 할 중요한 일 하나 하고 있지 않다. 단지 무도병에 걸려 머리를 가만히 놔둘 수가 없을 뿐이다.'
지난
십 년간
내가
가장
못하던 거,
오늘을 사는 것.
그래서
그런가? 한참동안
이
문장에서
나오지 못했다.
최근 너무 보고 싶었던 영화
까지 본 오늘.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영화 평 같은 거 할 줄 모르지만
그냥 내 생각을 말하자면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영화 내용이 잔잔하게 흘러가는데도
지루하지 않았던 영화.
비 오는 뉴욕거리와
재즈곡과 참 잘 맞았다.
티모시 샬라메의 얼굴이 다했다는
평이 많던데 굉장히
공감했다.
(묘한
매력이
있는 배우다...)
//재즈 곡을 부르면서 피아노를 치던 장면은
영화 끝나고도 계속 생각나서
한참 유튜브로 그 노래 틀어놨었음
남녀주인공의 로맨스가 중점이 되었지만
로맨스보다 남주(개츠비)의 인생을 응원하고 있었던 나...
Find some brilliant way to ruin my life.
내 인생을 망칠 멋진 방법을 찾아야지.
코스모스 밭 주차장을 찾지 못해
한참을 빙빙 돌았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려
아이와 놀이터에 가지도 못하고 집에 왔지만
주말 내내 함께 있던 남편이 없어
저녁 먹는 동안 괜히 좀 외롭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오늘은 괜찮았던 하루다.
엄마아빠와 예쁜 꽃 구경하며
즐겁게 산책도 했고,
맛있는 것도 먹었고,
싸게 산 닭으로 맛있는 닭볶음탕을 요리해
아이에게 맛있다는 평을 들었고,
일찍 잠든 아이 덕분에 책도 읽고,
보고 싶던 영화도 봤으니깐.
아마도 내 생각엔
길을 잘못 들었지만
그저
허허 웃으며 '
여기가
어디지'
하던
아빠의 무던함이
만들어
준
괜찮은
하루 아니었을까 싶다.
keyword
가족
일상기록
에세이
Brunch Book
월, 화, 목, 금
연재
연재
우리의하루
03
장 보고, 청소하고, 운동하고, 아이 보는 일상
04
우리의 첫 가족행사
05
길을 잘못 들었지만 괜찮았던 오늘
06
주부의 아침
07
산책, 커피, 또 산책
전체 목차 보기
영주
일상을 글로 써내려 가는 주부
구독자
179
제안하기
구독
이전 04화
우리의 첫 가족행사
주부의 아침
다음 06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