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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Mar 29. 2024

한국 1 - 갭이어의 큰 그림을 완성했다

기가 막힌 갭이어를 위한 5월의 제주, 부산, 구례 유랑

만으로 딱 두 달.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날로부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실직한 지도 한참이나 지났는데 너무 바빠서 그런가 매일 피곤했다. 지방을 돌아다니며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유럽에 가 있는 친구 K와 이집트에 가있을 친구 P에게 연락했다. 조금씩 일정을 구체화하면서부터는 예약하는 게 일이었다. 그래 시간도 돈도 있는 인생 최초의 시기니까 체력 끌어올려서 세상에서 제일 바쁜 백수 해보지 뭐.


5월의 제주.

필리핀에서 귀국한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가 트레일러닝에 참여했다. 소중한 레저친구 Y와 함께였다.(레저친구가 왜 소중하냐면 잘 없기 때문이다.) 비가 와도 너무 많이 왔다. 이게 트레일러닝인지 머드축제인지. 나중엔 그 진흙길에 러닝화를 푹 담그며 포기하는 맛을 알았다. 대회가 끝나고는 제주에 거주 중인 친구 A를 만났고 A의 옛 여행기를 듣다가 킬리만자로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인생에 한 번쯤, 킬리만자로>라는 예능을 올 초에 볼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빨리 가게 될 줄 몰랐다.


5월 중순의 부산 근교.

놀고먹고 조금 잤다. 백수 왜 이렇게 바쁘냐. 아무 일 없이 자고 싶어요 제발. 근래에 백수가 된 아버지와 함께 포항의 스페이스 워크를 갔다. 롤러코스터는 타의로 움직이니까 갈 수 있었던 거란 걸 깨달았다. 아버지는 걷기를 포기했고 나는 최고점까지만 부들부들 떨며 가보았다. 아버지는 이런저런 취미를 잘 가꾸고 계셔서 보기 좋았다.

올라가는 날 친구 J를 만났고 여행 마지막 일정을 같이하면 어떻겠냐 제안했다. 호의적인 반응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아직 미정이지만)


5월 말의 구례 그리고 또다시 부산.

새벽의 노고단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주에서 만났던 친구 A와 지리산 종주를 했다. 이 친구와의 첫 종주는 영남알프스였다.

추진력이 좋은 A는 이후 올 1월 1일에 한라산 일출여행을 기획하며 본인의 산친구들을 다 불러 모았다. 실행력 좋은 친구들이라 얼레벌레 뒤풀이에서 지리산종주를 약속하고 실제로 함께하게 되어 감개가 무량했다. 준비물은 다음과 같았다.

- 담요 하나
- 된장국블록 대여섯 개
- 행동식 세 개
- 물 500x2
- 커피스틱 x5
- 랜턴
- 햇반(대피소 가서 살 것)
- 슬리퍼
- 플리스
- 스틱
- 컵
- 보조배터리
- 수저
- 세면도구, 손수건, 선글라스, 선크림
- 귀마개
- 바막

이 준비물은 그대로 갭이어 여행에도 쓰일 예정. 아무래도 갭이어 예행연습 같지. 그러나 이번 예행연습은 즐거운 대실패였다. 왜냐면...

비옷도 제대로 안 갖춰진 채로 비 올 때 종주를 하겠다고

예보가 끽해야 1mm라길래 얕잡았지 뭐에요. 온 몸이 젖어 덜덜 떨다가 계획했던 대피소 3시간 앞의 대피소로 변경하고 일찍 쉬었다. 비 예보가 있을 땐 다시는 종주를 계획하지 않겠노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좋은 판초 우의를 사러 가기로. 그래도 재작년 영남알프스 종주를 계기로 한라산 2번, 지리산 종주까지 도장 깨기를 해왔단 말이죠. 이 기세로 알프스를 너머 킬리만자로까지 갈 겁니다. 히말라야는 상대적으로 가까우니까 갈 기회가 언젠가 생기겠죠.


확정된 밑그림(여행계획/동행)

6월 말 출국
- 헝가리/K
- 이탈리아 북부
7월
- 이집트 다합/M, P
- 이집트 카이로, 룩소르, 후르가다/R
7월 말
-프라하
8월 초
-뚜르드몽블랑 트레킹/투어
-끝나고 포르투갈-스페인
8월 말
- 잠깐 헝가리 들렀다가/K
- 킬리만자로 트레킹/투어
9월 초

-태국


이 중 이탈리아 북부는 본격 덕후 여행인데 <콜미바이유어네임> 촬영지를 슬렁슬렁 다녀올 생각이다. 어쩌다 보니 이탈리아랑 프라하스페인/포르투, 방콕을 제외하고는 동행이 다 생겼다.(비어있는 부분도 동행 구합니다. 댓글 주세요.) 생각보다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하게 되었는데(애초에 부다페스트로 가게 된 이유도 거기에 친구 K가 있기 때문이었다.) 친구들과의 대화도 많이 많이 기록해 두려고. 아 그리고 반려 R도 잠깐 등장할 예정. 늘 그렇듯이 나와 함께 해주어 고마워.


투어 일정

계획에 포함된 투어는 다음과 같다. (왜요, 제가 액티비티에 미친 사람 같나요? 맞습니다.) 10년 좀 넘게 번 돈을 여기에 다 때려부었습니다. 그런 만큼 유튜브도 열심히 할 거예요. 아깝잖아요.

사막투어(현지예약대행에이전시, 모마)

후르가다다이빙(현지 다이빙샵, 'diveukhurghada')

유적투어(현지예약대행에이전시만수)

몽블랑투어(제이에스투어)

세렝게티투어(혜초여행사)


남들과 다른 일정 짜기 팁

처럼 조금 이상한(?) 투어를 원한다면 인도로 가는 길, 오지투어도 참고하면 좋다. 트레킹 여행은 혜초여행사, 제이에스투어, 그리고 소규모여행사로는 산들아투어 등등. 인도로 가는 길 학창 시절에 많이 봤었는데 아직까지 살아있네. 그런거보면 취향 참 안변한다. 나는 주로 현지투어를 애용하는데 트레킹 투어는 현지로 예약했다간 버스, 택시 같은 이동수단을 추가로 알아봐야 돼서(심지어 얘네도 없을 수가 있어서) 그냥 한국인투어-현지에서 합류옵션-으로 택했다. 산들아투어 참고. 얼핏 봤을 땐 중년이 주로 택하는 상품 같아서 약간 마음의 부담이 조금 있었지만 뭐 어때. 막내로 예쁨 받지 뭐. 이번 기회에 젊은이 용으로 좀 뚫어볼까 싶기도 하고.(어쩌면 이걸로 사업을?? 실직도 했겠다 호시탐탐 사업아이템 찾고 있는 사람...사실 현지 투어도 아예 덮어뒀던 건 아니고 잠깐 찾아봤는데 혼자면 안 껴주고 뭐 복잡하더라고. 당연히 현지로 찾아보면 100-150 정도는 더 세이브되는 거 같긴 하더라. 참고하십시오. 이렇게 바다, 산, 사막 다 보기로 한 계획이 이렇게 완성되었다. 다 짜고 보니 본격 <헤어질 결심> 투어가 되었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아메리카 쪽을 훑어야지. 듀오링고 열심히 해서 스페인어 격파 예정입니다. 이번엔 스페인에서 잠깐 써먹을 예정.


비행여정 예약

- 부다페스트 인

- 부다페스트->베니스

- 밀라노->다합

- 허가다->프라하->제네바

- 제네바->포르투->세비야

- 바르셀로나->부다페스트

- 부다페스트->아디스아바바->킬리만자로

- 킬리만자로->아디스아바바->방콕


굵직한 여정(인, 아웃, 투어 직전, 동행 일정 직전 이동 편)부터 먼저 예약했는데 나는 시간이 많으니까 경유 여러 번 상관없이 요일 이상한 거 상관없이 싼 비행기를 예약했다. 그런 거치곤 돈이 많이 들긴 했는데(대략 400 쏟아부었다) 생각보다 2,3번 경유 뭐 이런 건 다 피해 갔으니 만족대신 호스텔 전전해야죠 뭐. 생각해 보니 가장 길었던 여행이 대학시절 인도로 갔던 19일짜리였는데 이렇게까지 장기여행은 생애 처음이다. 시간이 길어지니 디테일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 덮어둔다그찮아요. 3개월짜리 일정을 어떻게 다 세웁니까(저는 J임에도 불구하고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이제 돈 크게 드는 건 거의 해결했으니 가서 허리띠 졸라매고 살아야지. 밥도 해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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