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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Apr 02. 2024

한국 2 - 3개월치 마음을 충전하고 짐을 쌌다

6월의 부산, 순천과 3개월치의 준비

6월 초의 부산.

<헤어질 결심>의 그 초밥 도시락을 먹었다. 그리고 이 여정은 순천에서 이어집니다.


6월 초의 무주.

매년 가던 무주산골영화제에 갔다. 이번엔 매년 같이 오던 친구가 함께하지 못해서 반려와 1박만 했다. 반려 R과의 여행 전 마지막 국내여행이라는 의미가 있지. 중간지점에서 만나 우리의 애마, 스쿠터를 타고 내려갔다. 도착해서는 화제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과 작년의 인생영화 <탑건>을 야외상영으로 봤다.

몇 번이고 봤던 영화지만 나는 아직도 이런 류의 성취... 뭐 그런 내용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르는 거예요. 얼마나 더 쉬면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그냥 주인공 서사가 DNA에 박혀있는 건 아닐까. 하찮은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구하는 서사요. <스즈메의 문단속> 끝나고 진행된 GV도 좀 봐주세요.


6월 중의 순천.

이어서 주말에 송광사 템플스테이를 했다. 이왕 하는 거 영화 좋아하는 친구 M과 <헤어질 결심>의 그 절로 갔다. 극한의... 컨셉충... 제가 뭐 그런 거인가 봐요. 친구는 '대본집 가져올 걸'이라고 얘기했다. 아니 괜찮아. 왜냐하면 내가 집에서 영화 보면서 송광사 나온 장면 폰으로 찍어왔거든. 하긴 오죽하면 이탈리아에서도 <콜바넴> 투어 할 거 아닙니까...... 사실 컨셉도 컨셉인데 요즘 유튜브도 시작하고 오히려 회사 다닐 때보다 마음이 바빴서 한 번쯤 쉬어가고 싶었다. 새벽같이 길을 나서서 그런가 기차에서 그리고 버스에서 자꾸 졸았다. 핸드폰을 좀 덜 하고 싶었는데 마침 충전기도 두고 와서 출발하면서부터 비행기모드로 두었다. 순천역에서 송광사까지 오는 1시간여의 버스에서 이미 회복을 다 한 기분이었다. 우리에게 배정된 방에서 보이는 창밖이 아름다웠다. 차 마시고 조금 쉬다가

송광사를 한 바퀴 휘 두르며 이런저런 얘길 듣고 예불도 같이 드리고 차담도 나눴는데 생각보다 더 좋았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방에서 휴식할 때마다 자꾸 병아리 졸듯이 꾸벅꾸벅 졸았다. 오늘의 동행 M은 이집트 일정을 같이하기로 한 친구다. 아직 이 친구와는 둘이서 여행을 같이 간 적이 없었는데 그전에 부러 시간 내어 여행 오길 잘했다.


그리고 서울.

중간중간 빈 시간에는 크로스핏, 등산을 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명상을 했다. 실직한 지 한 달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피곤한 건 크게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balance란 앱을 써봤는데, 마음은 아직도 바빠서 충분히 쉬어본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준비하면서 자주 숨을 내쉬었다. 낮잠 세션도 따로 있어서 좋았다.

준비물을 사러 종로에 한번 들르고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았다. 수입인지를 학창 시절 이후로 처음 사본 거 같은데 야 비싸더라. 슈트를 입고 결혼한 것에 대해 인터뷰도 했다. 요것은 책으로도 나오고 전시도 될 모양인데 기대된다. 비행기를 발권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투어를 예약하고 짐을 쌌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더니... 듀오링고랑 스픽도 열심히 했다. 이번엔 스페인어를 써먹고 말 것이다. 나가서 먹고 싶어 질 만한 것들도 챙겨 먹었다. 로제떡볶이와 김치로 만든 여러 가지. 삼겹살 그리고 치킨까지 야무지게. 이제 남은 재료는 반려에게 맡기고 떠나야지.


쇼핑리스트

날진물통, 판초우의

- 당근 기다리다가 그냥 샀다. 판초우의는 경량으로 사느라 일반 우의보다 2배 정도 비싸게 샀다.

티탄수저

- 필수는 아니지만 경량화를 위해 샀다.

자물쇠

- 공항에서 강제로 열 수 있는 걸로 하나 다시 장만했다.

저울

- 저가항공 이동 시 8kg에 맞춰야 돼서 쿠팡에서 샀다.

미니스틱보조배터리

- 역시 경량화를 위한 투자.

신한 체인지업 체크카드

- 달러통장에 연결해 뒀다. 국내 교통카드를 붙여둠. 이거랑, 트래블월렛카드 두 개만 가져가려고. 신용카드 복사되면 골치 아프니.


나머지는 원래 여행 다닐 때 쓰던 것들을 썼다. 워낙 다이빙투어에 백패킹에 트레일러닝에 나다녔다 보니 웬만한 장비는 다 있더라고. 그리고 어차피 짐을 줄이는 게 이번 여행의 관건이라서. 제가 평소엔 맥시멀리스트이지만 여행지에서만큼은 미니멀리스트임을 자부합니다. 긴 여행 다녀오고 나면 집 물건도 좀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What's in my bag

짐 쌀 때 제일 중요한 건 가짓수를 줄이고 최대한 무게를 줄이는 것. 옷은 청바지 하나만 넣고 하늘하늘한 가벼운 바지 두 개 더. 원피스 딱 하나 얇은 패딩 딱 하나 (주로 입을) 반팔 두 개, 멋쟁이 나시 하나 나머지는 다 운동복으로 채웠다.(반팔 2, 긴팔 1, 레깅스 1, 여름등산바지 1, 바람막이 1)

신고갈 샌들, 모자 두 개, 속옷 여섯 개씩이랑 양말 네 개, 기본 준비물들다이빙용품커피용품작업을 위한 노트북을 챙겼다.


준비하면서 새삼스레 알게 된 것

- 예가체프는 에티오피아였구나...... 대충 다 퉁쳐서 남미라고 생각했던 사람... 그러고 보니 원두 사려고 넣어둔 것도 에티오피아 커피였다.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대기탈 때 커피 3잔 마셔야 하겠어.

- 이집트... 놀랍게도 아프리카대륙이었다. 별로 그리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중동으로 묶여서 그런가. 아, 그리고 중동도 여행할 데가 많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됨. 언제고 요르단, 이스라엘 가고 싶어졌어. 실크로드... 이집트문명... 우리는 역시 다 연결되어 있구나 같은 감각이 생에 처음으로 들었다.

- 거참 곤란하게도 요즘  인생이 고자극이라 그런가 여행방식도 그러해서(다이빙 투어를 다닌 지도 벌써 10년) 앞으로 점점 더  자극을 원하게 되진 않을지(그래서 결국 킬리만자로까지 끼워 넣었잖아) 시간이 많이 남을 때 세계테마기행을 봤는데 도보여행 같은 건 이젠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라...... 아 뭐 그건 서울에서도 다 할 수 있잖아요. 이제 뭐 남극, 갈라파고스, 파타고니아 이런 데 가야 되게 생겼어. 아. 모리셔스나 동티모르도 추가(향유고래 볼 수 있대.) 후 그러려면 이번 여행 잘 마무리하고 재취업 성공적으로 해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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