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으로 딱 두 달.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날로부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실직한 지도 한참이나 지났는데 너무 바빠서 그런가 매일 피곤했다. 지방을 돌아다니며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유럽에 가 있는 친구K와 이집트에 가있을 친구 P에게 연락했다. 조금씩 일정을 구체화하면서부터는 예약하는 게 일이었다. 그래 시간도 돈도 있는 인생 최초의 시기니까 체력 끌어올려서 세상에서 제일 바쁜 백수 해보지 뭐.
5월의제주.
필리핀에서 귀국한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가 트레일러닝에 참여했다. 소중한 레저친구 Y와 함께였다.(레저친구가 왜 소중하냐면 잘 없기 때문이다.) 비가 와도 너무 많이 왔다.이게 트레일러닝인지 머드축제인지.나중엔 그 진흙길에 러닝화를 푹 담그며 포기하는 맛을 알았다. 대회가 끝나고는 제주에 거주 중인 친구 A를 만났고 A의 옛 여행기를 듣다가 킬리만자로를 가기로 마음먹었다.<인생에 한 번쯤, 킬리만자로>라는 예능을 올 초에 볼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빨리 가게 될 줄 몰랐다.
5월 중순의부산 근교.
놀고먹고 조금 잤다. 백수 왜 이렇게 바쁘냐. 아무 일 없이 자고 싶어요 제발.근래에 백수가 된 아버지와 함께 포항의 스페이스 워크를 갔다. 롤러코스터는 타의로 움직이니까 갈 수 있었던 거란 걸 깨달았다. 아버지는 걷기를 포기했고 나는 최고점까지만 부들부들 떨며 가보았다. 아버지는 이런저런 취미를 잘 가꾸고 계셔서 보기 좋았다.
올라가는 날 친구 J를 만났고 여행 마지막 일정을 같이하면 어떻겠냐 제안했다.호의적인 반응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아직 미정이지만)
5월 말의구례그리고 또다시 부산.
새벽의 노고단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주에서 만났던 친구 A와 지리산 종주를 했다.이 친구와의 첫 종주는 영남알프스였다.
추진력이 좋은 A는 이후 올 1월 1일에 한라산 일출여행을 기획하며 본인의 산친구들을 다 불러 모았다. 실행력 좋은 친구들이라 얼레벌레 뒤풀이에서 지리산종주를 약속하고 실제로 함께하게 되어 감개가 무량했다. 준비물은 다음과 같았다.
- 담요 하나 - 된장국블록 대여섯 개 - 행동식 세 개 - 물 500x2 - 커피스틱 x5 - 랜턴 - 햇반(대피소 가서 살 것) - 슬리퍼 - 플리스 - 스틱 - 컵 - 보조배터리 - 수저 - 세면도구, 손수건, 선글라스, 선크림 - 귀마개 - 바막
이 준비물은 그대로 갭이어 여행에도 쓰일 예정. 아무래도 갭이어 예행연습 같지. 그러나 이번 예행연습은 즐거운 대실패였다. 왜냐면...
비옷도 제대로 안 갖춰진 채로 비 올 때 종주를 하겠다고
예보가 끽해야 1mm라길래 얕잡았지 뭐에요. 온 몸이 젖어 덜덜 떨다가 계획했던 대피소 3시간 앞의 대피소로 변경하고 일찍 쉬었다. 비 예보가 있을 땐 다시는 종주를 계획하지 않겠노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좋은 판초 우의를 사러 가기로. 그래도 재작년 영남알프스 종주를 계기로 한라산 2번, 지리산 종주까지 도장 깨기를 해왔단 말이죠. 이 기세로 알프스를 너머 킬리만자로까지 갈 겁니다.히말라야는 상대적으로 가까우니까 갈 기회가 언젠가 생기겠죠.
확정된 밑그림(여행계획/동행)
6월 말 출국 - 헝가리/K - 이탈리아 북부 7월 - 이집트 다합/M, P - 이집트 카이로, 룩소르, 후르가다/R 7월 말 -프라하 8월 초 -뚜르드몽블랑 트레킹/투어 -끝나고 포르투갈-스페인 8월 말 - 잠깐 헝가리 들렀다가/K - 킬리만자로 트레킹/투어 9월 초
-태국
이 중 이탈리아 북부는 본격 덕후 여행인데 <콜미바이유어네임> 촬영지를 슬렁슬렁 다녀올 생각이다. 어쩌다 보니 이탈리아랑 프라하, 스페인/포르투, 방콕을 제외하고는 동행이 다 생겼다.(비어있는 부분도 동행 구합니다. 댓글 주세요.)생각보다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하게 되었는데(애초에 부다페스트로 가게 된 이유도 거기에 친구 K가 있기 때문이었다.) 친구들과의 대화도 많이 많이 기록해 두려고. 아 그리고 반려 R도 잠깐 등장할 예정. 늘 그렇듯이 나와 함께 해주어 고마워.
투어 일정
계획에 포함된 투어는 다음과 같다. (왜요,제가 액티비티에 미친 사람 같나요? 맞습니다.) 10년 좀 넘게 번 돈을 여기에 다 때려부었습니다. 그런 만큼 유튜브도 열심히 할 거예요. 아깝잖아요.
사막투어(현지예약대행에이전시, 모마)
후르가다다이빙(현지 다이빙샵, 'diveukhurghada')
유적투어(현지예약대행에이전시, 만수)
몽블랑투어(제이에스투어)
세렝게티투어(혜초여행사)
남들과 다른 일정 짜기 팁
나처럼조금 이상한(?) 투어를 원한다면인도로 가는 길, 오지투어도 참고하면 좋다. 트레킹 여행은 혜초여행사, 제이에스투어, 그리고 소규모여행사로는 산들아투어 등등. 인도로 가는 길 학창 시절에 많이 봤었는데 아직까지 살아있네. 그런거보면 취향 참 안변한다. 나는 주로현지투어를 애용하는데트레킹 투어는 현지로 예약했다간 버스,택시 같은 이동수단을 추가로 알아봐야 돼서(심지어 얘네도 없을 수가 있어서)그냥 한국인투어-현지에서 합류옵션-으로 택했다. 산들아투어 참고.얼핏 봤을 땐 중년이 주로 택하는 상품 같아서 약간 마음의 부담이 조금 있었지만 뭐 어때. 막내로 예쁨 받지 뭐. 이번 기회에 젊은이 용으로 좀 뚫어볼까 싶기도 하고.(어쩌면 이걸로 사업을?? 실직도 했겠다 호시탐탐 사업아이템 찾고 있는 사람...) 사실현지 투어도 아예 덮어뒀던 건 아니고 잠깐 찾아봤는데 혼자면 안 껴주고 뭐 복잡하더라고. 당연히현지로 찾아보면 100-150 정도는 더 세이브되는 거 같긴 하더라. 참고하십시오. 이렇게 바다, 산, 사막 다 보기로 한 계획이 이렇게 완성되었다.다 짜고 보니 본격 <헤어질 결심> 투어가 되었네.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아메리카 쪽을 훑어야지. 듀오링고 열심히 해서 스페인어 격파예정입니다.이번엔 스페인에서 잠깐 써먹을 예정.
비행여정 예약
- 부다페스트 인
- 부다페스트->베니스
- 밀라노->다합
- 허가다->프라하->제네바
- 제네바->포르투->세비야
- 바르셀로나->부다페스트
- 부다페스트->아디스아바바->킬리만자로
- 킬리만자로->아디스아바바->방콕
굵직한 여정(인, 아웃, 투어 직전, 동행일정 직전이동 편)부터 먼저 예약했는데 나는 시간이 많으니까 경유 여러 번 상관없이 요일 이상한 거 상관없이 싼 비행기를 예약했다.그런 거치곤 돈이 많이 들긴 했는데(대략 400 쏟아부었다) 생각보다 2,3번 경유 뭐 이런 건 다 피해 갔으니만족. 대신 호스텔 전전해야죠 뭐. 생각해 보니 가장 길었던 여행이 대학시절 인도로 갔던 19일짜리였는데 이렇게까지 장기여행은 생애 처음이다. 시간이 길어지니 디테일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 덮어둔다. 그찮아요. 3개월짜리 일정을 어떻게 다 세웁니까(저는 J임에도 불구하고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이제 돈 크게 드는 건 거의 해결했으니 가서 허리띠 졸라매고 살아야지.밥도 해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