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여우비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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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벽을 마주하다

"여우비" 기억을 잇는 비, 마음을 적시는 사랑 - 14장 -

by 소선 Feb 10. 2025

햇살이 가득한 아침, 서하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창밖에는 비가 내린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조약돌은 그녀의 주머니 속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비가 없어도 괜찮다고 다짐했잖아.’

서하는 조약돌을 만지작거리며, 자신이 선택한 길을 되새겼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하는 사무실에서 상사와 마주 앉아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서하 씨, 이번 프로젝트 기한이 앞당겨졌어요. 이번 주 내로 마무리할 수 있겠죠?”

예상치 못한 일정 변경에 서하는 당황했지만, 표정을 관리하며 대답했다.

“네, 문제없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손끝은 조약돌을 쥔 채 살짝 떨리고 있었다.

‘이번엔 절대 기다리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저녁, 현우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서하는 서둘러 일을 마무리했다.

휴대폰을 꺼내 현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은 조금 늦을 것 같아요. 미안해요. 그래도 꼭 갈게요.”

현우의 답장은 빠르게 도착했다.

“괜찮아요. 천천히 와요. 기다릴게요.”

서하는 그 메시지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꼭 지킬 거야.’


하지만 시간은 그녀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서류 정리와 추가 수정 요청으로 서하는 퇴근 시간이 늦어졌다.

이미 약속 시간은 지나 있었고, 그녀는 급하게 카페로 향했다.

도착했을 때, 현우는 창가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서하는 숨을 고르며 그에게 다가갔다.

“현우 씨, 미안해요. 또 늦었어요.”


현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지만, 어딘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괜찮아요. 기다리는 데는 익숙해졌으니까요.”

그의 말은 장난처럼 들렸지만, 서하는 그 속에 담긴 씁쓸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현우 씨, 이번엔 진짜로 내가 지킨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또 이렇게 만들어서…”

현우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서하 씨, 괜찮아요. 하지만…”

그는 말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게 반복되면, 우리 관계가 조금씩 무너질지도 몰라요.”


서하는 그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현우 씨…”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조약돌을 꺼내 현우의 손에 올려놓았다.

“내가 약속할게요. 이 돌처럼, 우리 관계도 지킬 거예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믿어줘요.”

현우는 조약돌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하 씨를 믿지 않는 게 아니에요. 내가 불안한 건… 내가 너무 이 관계에 기대고 있는 것 같아서요.”


그의 말에 서하는 더 단단하게 손을 잡았다.

“현우 씨, 우리 이제 비에 의지하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운명 같은 신호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만들어 가기로 했잖아요.”

현우는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요. 서하 씨와의 관계를.”


비는 오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마음에는 또 한 번의 시험이 다가오고 있었다.

서하는 조약돌을 손에 꼭 쥐었다.

‘이번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거야. 우리가 선택한 길이니까.’


카페를 나서며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서하는 조약돌을 주머니에 넣으며 현우의 손을 잡았다.

“비가 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제는 우리가 서로를 믿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현우는 그녀의 손을 더 꽉 잡으며 웃었다.

“맞아요. 이번엔 우리가 만들어 갈 차례예요.”


밤하늘은 여전히 맑았지만, 두 사람의 발걸음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별이 떠오른 밤, 서하와 현우는 조용히 거리를 걸었다.

비가 그친 후의 맑은 공기 속에서 두 사람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다.

서하는 현우의 손을 꼭 잡고 걸으며 마음속 불안을 달래고 있었다.

“현우 씨, 오늘은 정말 미안했어요.”

현우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하 씨, 괜찮다고 했잖아요.”

그의 말은 다정했지만, 서하는 여전히 그 안에 숨겨진 흔들림을 느낄 수 있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두 사람.

서하는 주머니에서 조약돌을 꺼내 현우의 손에 올려놓았다.

“이 돌,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상징이잖아요.”

현우는 조약돌을 손끝으로 굴리며 입을 열었다.

“맞아요. 그런데 가끔은 이 돌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서하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부담스럽다니… 무슨 뜻이에요?”


현우는 조약돌을 바라보며 솔직하게 말했다.

“서하 씨, 난 가끔 우리가 이 돌에 너무 매달리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요. 이 돌이 사라지면, 우리 관계도 흔들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서하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렇지 않아요. 우리가 이 돌에 기대는 건 맞지만, 이제는 우리가 서로를 믿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

현우는 그녀의 말을 조용히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하 씨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마음이 조금 편해져요.”


하지만 서하는 여전히 마음속 불안과 싸우고 있었다.

‘현우 씨가 나를 믿어주고 있지만, 내가 과연 이 믿음을 지킬 수 있을까?’

그녀는 조약돌을 손에 꼭 쥐며 속삭였다.

“우리가 선택한 거예요. 이 관계를 지키기로.”

현우는 그녀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그렇죠. 이제는 우리가 만든 의미를 지킬 때예요.”


두 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서하는 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했다.

현우는 그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서하 씨, 무슨 생각해요?”

서하는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현우 씨, 가끔은 내가 이 관계를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 두려워요. 회사 일도, 현실의 벽도 쉽지 않으니까…”

현우는 그녀의 손을 더 꼭 잡으며 말했다.

“서하 씨, 난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너무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마요.”


서하는 그의 말에 안도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나… 더 잘하고 싶어요. 우리 관계를.”

현우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으며 말했다.

“우리, 비가 올 때만 가까워지는 게 아니잖아요. 이제는 맑은 날에도 함께 걸어갈 수 있어요.”

서하는 그 말에 다시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요. 이제는 날씨에 의지하지 않을 거예요.”


벤치에 앉아 조용히 별을 바라보는 두 사람.

서하는 조약돌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다짐했다.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을 지킬 거야.’


다음 날 아침.

서하는 회사에서 바쁜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을 마친 뒤 곧바로 현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일 끝났어요. 저녁에 볼 수 있죠?”

현우의 답장은 짧았지만 따뜻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저녁, 카페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서하는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현우가 들어오자마자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이번엔 내가 먼저 기다렸어요.”

현우는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이제는 더 이상 누가 먼저 기다리는지는 중요하지 않죠.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게 더 중요한 거니까.”


창밖에는 여우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서하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비는 축복 같아요.”

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약돌을 손에 올려놓았다.

“비가 멈춰도, 우리 관계는 계속될 거예요.”

서하는 그의 말을 들으며 조약돌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는 더 이상 비에 의지하지 않고, 우리가 선택한 길을 걸어갈 거예요.”


비가 잦아들고 하늘이 개기 시작했다.

서하는 현우와 함께 걸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현우 씨, 이젠 비가 없어도 우린 괜찮아요.”

현우는 그녀의 손을 더 꼭 잡으며 대답했다.

“네. 이젠 비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지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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