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입원 수속하는 날

by 루씨

오늘은 어머님이 **병원에 입원하기로 한 날이다. 수, 주도 오늘은 시간을 내서 함께 출발했다. 집에 도착하니 아버님이 가방을 챙겨놓고 기다리고 계셨고 어머님은 우리가 들어오는 기척도 못 알아차리시고 거실에 누워계셨다.

오전 9시 반쯤 진료 접수하고 입원까지 2시간 반쯤 걸렸다.

그 사이 어머니는 휠체어에 앉아 진료실 앞 대기실에서 손녀들과 담소를 나누셨다. 기력이라고는 거의 없으신데도 주가 가져온 포트폴리오 파일을 구경하실 땐 힘을 모아 눈을 크게 뜨며 감탄도 하시고 이것저것 묻기도 하셨다.

"이런 걸 하려면 얼마나 애를 썼겠냐. 어릴 때부터 머이든 잘하더니 이렇게 똑 부러지게 해내는 것 좀 봐."

주는 무릎 위에 파일을 올려놓고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할머니에게 자세히 작품을 설명해 주었다.

어찌 되었든 어머님이 입원하신 덕에 아버님이 좀 쉴 수 있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 아버님과 통화하는데 몸살기운이 있어서 동네 병원에 다녀오셨다고 하셨다. 팔순이 넘은 분의 감기몸살을 쉽게 볼 일은 아니지만, 한 분이 워낙 위중하시니 감기몸살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졌다. 우리 뇌는 어떤 일이든 경중을 따져 비중을 나누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감당하는 것 같다. 그래서 무슨 일이 닥치면 처음에는 당황하고 그 무게에 짓눌리다가도 조금 지나면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게 된다. 좋은 일도 계속되면 그러려니 하게 되긴 마찬가지다.

그런 이치로 팔십쯤 되면 어떤 일에도 아주 놀라거나 기뻐하지 않게 되나 보다.


내가 주와 입원수속을 하는 동안 수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입원준비물을 챙기러 다녀왔는데, 밖에서 차를 세워두고 한참 기다려도 안 나오시길래 집에 들어가 봤더니, 할아버지가 혼자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 계시 더리고 했다.

아버님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어머님이 떠나시고 아버님 혼자 남게 될 어느 날을 떠올리셨을 수도 있고, 병수발하지 않는 그 잠깐의 시간 동안 꿈을 꾸듯 머무르셨을 수도 있다.

오늘 수와 주에게 고마웠다. 내가 어머님과 아버님을 보면서 삼십 년 뒤 나와 남편은 어떻게 병과 죽음을 맞이해야 할지 생각하듯이, 수와 주도 늙고 병든 부모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갈지 자연스레 상상하는 것 같았다.

사십 대만 해도 죽음이란 '언젠가는 닥칠 일' 일 뿐이었는데 오십 대인 지금은 확실히 다르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 딱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죽음은 내게 다음 끼니를 아떻게 해결할까 와 비슷한 현실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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