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피로를 싣고
고민만 있고 결단은 없는 탑승
아... 피곤해.
어제 밥을 겨우겨우 해놓고 쓰러져 잠이 들었다. 식구라고 하는데 저녁밥을 같이 못 먹은 지 오래다.
이유는 간단하다. 졸려서.
쌀 씻고 불고기 볶고 레토르트 찌개를 끓이고 나니 온 우주가 내 기운을 빼앗은 듯 몸이 푹 꺼진다.
5학년이 되었어도 우리 아이들은 아직도 엄마가 좋은 모양이다. 자는 나를 건드려보고 다리가 부었다며 주물러 주다가 끝내 소녀 가장처럼 현장견학 간식을 스스로 챙긴다.
미안하지만 못 일어나겠다.
혼이 몸에서 분리된 느낌.
휴직했을 때 가장 좋았던 건 애들한테 온전히 시간을 쏟아준다는 점이었다.
학원가는 길 길거리에서 주책스럽게 노래도 같이하고 하원 길 배고프다 하면 득달같이 빵사먹이고. 난 그 삶이 좋았다. 사람들이 정말 잠깐이면 없어질 시간이라고 하던 그 시간이 말이다.
오늘은 집에 와서 애들하고 이야기 좀 하리
숙제 좀 챙기리
많은 결심을 하지만 물에 젖은 솜이다.
아침에 타는 기차에는
내 하품과 내 피곤함과 내일부터는 기차표를 끊지 말아 볼까... 각종 생각이 든다.
일을 한다는 건 나를 위해 애들을 위해 더 나을 거라 판단했었는데 기차를 타고 일을 하러 가겠다는 생각은 무리였나.
오늘도 기차는 내 피로를 싣고 한 번도 지친 적 없는 듯 달린다.
기차가 부럽긴 오늘이 처음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