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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트현 May 03. 2024

1.  첫 PT, 물음표 대잔치

운동쪼랩, 처음으로 PT를 받다



첫 그룹 PT날.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할지 궁금한 마음 반,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 반.. 그런 마음을 안고 센터로 향했다. 센터 주차장이 있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주차장 입구가 좁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걷자 싶어서 길건너 공영주차장에 차를 댄 후 걸었다. 시간은 오후 2시. 가장 나른하고 한갓진 시간에 나는 운동하러 갔다. 아주 조금이라도 몸무게가 덜 나갈까 싶어 아침을 가볍게 먹고 점심도 먹지 않고 갔다. 업무가 늦게 끝나서 집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갔음에도 몸이 잔뜩 뻐근했다. (나는 운동하기 전에 5분 정도 팔, 다리, 목 돌리기 등으로 몸을 푼다)


내가 이 그룹PT를 선택한 이유는 세 가지였다.

1. 우리를 지도해주실 선생님(작가님으로 불렀었다)을 뵙고 싶었다. 우연히 방문한 카페가 내 취향이라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했고, 거기서 본 작품이 좋아서 작가를 찾았더니 지금 선생님이셨다. 작품에서 개성이 두드러지고 세련되어서 전업작가신가했더니 요가지도사, 피트니스센터 관장님이셨다. 피드의 사진들을 보는데 “와아, 본인 자체가 작품이신데?“라고 연신감탄했다. 몸매도 멋졌지만 사진에서 드러난 에티튜드도 올곧고 아름다웠다. 아이 엄마인걸 뒤늦게 알았지만, “아이 엄마인데 대단하셔”보다 “그냥 멋진 사람”으로 더 와닿아서 그 부분은 중요하지 않았다. PT기간동안 선생님을 만나면서 내 이야길 전하는 것보다 그의 이야길 더 많이 듣고 싶었다.


2.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어서. 허리디스크 통증(허벅지와 엉덩이 사이가 엄청 아픔)이 심해졌고, 건초염이 재발했다. 건초염(손목 통증)이야 타자를 치는 일이라 늘 달고 살았지만, 살이 찌면서 손가락이 자주 붓고 손바닥도 아프기 시작했다. 원래도 대단히 날씬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맞던 옷들도 꽉 끼기 시작하니 옷을 새로 살 엄두도 나지 않았다.


3. 지금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내 나이가 벌써 37세다. 내가 30살에 “30대에 할 일”중 하나가 <비키니 입기>였다. 지금 하지 않으면 훌쩍 40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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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가 늦어 센터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인바디 검사> 체지방 40%까지 나와서 “낙타의 혹”같은 몸은 별반 다르지 않았고, 몸무게도 최고치였다.(나만큼 큰 사람이 없더라..절레절레)



실물이 더욱 예쁜 선생님께서 이번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될지,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단톡방 운영 등에 대해 알려주시고 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첫날이고 설명하는데 시간이 걸려서 실제로 몸을 움직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처음부터 50분 꽉 채웠다면 너무 힘들었을건데 완급을 조절해주신 덕분에 수월하게 해냈다.


짧은 시간동안 제대로 몸을 써보고 나선 물음표 대잔치였다. “와, 내 몸이 이렇게 무거웠나?”, “아니 팔벌려 뛰기를 했는데 팔만 아픈게 아니고 옆구리도 땡기고 다리도 땡기는데 이게맞아?”, “버피하는데 왜 다리가 손바닥 근처까지 안오지??“ 가장 큰 물음표는 “와, 내 몸인데 내 마음대로 안 움직여”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참담했다. 오랜만에 간 줌바댄스에서 수월하게 해냈던 웨이브와 뜀뛰기가 안될때만해도 ‘내가 너무 오래 쉬어서 기본기를 다 까먹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그냥 몸이 무거워서 안되는 것이었다.

물음표가 많아지고, 참담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이가 아침에 먹다 만 식빵 한조각이 식탁위에 놓여 있었다. 평소였다면 케첩에 마요네즈 듬뿍 뿌려서 단숨에 먹었겠지만 눈을 질끈 감고 먹지 않았다. (버리지는 않았고, 꿀 발라 아이들 간식으로 줬음)


샤워를 마치고 거울 속 내 몸을 들여다봤다. 가슴은 배까지 쳐져 내려와있고, 배는 둥그렇다. 허리는 커녕 옆으로 앞으로 툭 튀어나온 뱃살이 딱 달라붙어있다. 허벅지 뒷편은 쪼글쪼글 셀룰라이트에다 얼굴도 잔뜩 쭈글한 것 같다. 옷을 입어도 별반 다를바 없다.  이제꺼사 나는 내 몸 하나 못 돌보고 뭘하고 산거야? 나는 진짜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았는데 정작 남은건 잔뜩 불어난 내 몸이라니 참 서글프다.


누군가는 “주 1회 PT로 뭐 얼마나 대단하게 변할수있냐?”, “그냥 혼자 운동하면 되지 않아? 뭐하러 돈을 써?”, “지금 먹는 것에 반만 줄여봐, 바로 빠지지“ 라고 말한다. ”진작 신경좀 쓰지 그거 해서 뭐 얼마나 빠지겠어?“ 줌바댄스를 주 3회 한다고 하자 엄마가 나에게 한 말이다. 응원해주지 않아도 좋다. 나는 독하면 독할수록 더 꿈틀대는 사람이니까.


4개월간 얼마나 바뀔지 나도 잘 모른다. 어쩌면 중간에 그만 둘 수도 있고, 더 찔 수도 있을것이다. 어떤 결과가 되었건 나의 목표는 하나다. ”자신을 실망시키지 말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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