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크롬하세요?
크롬하냐니, 뭔 말인가 싶어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열세살이나 먹은 볼빨간 초등학생이 핸드폰 화면을 내 얼굴 앞에 들이민다.
내가 아는 그 Chrome이다.
이거 그냥 검색포털 아니야?
라고 물었는데 내 말을 들은 건지 안 들은 건지, 아니면 검색포털이 뭔지 모르는 건지, 그저 자기는 알고 나는 모르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서 신난 얼굴이다.
크롬을 누르자 인터넷 연결이 안되어 있다는 말과 함께 웬 지렁인가 달팽인가가 기어다니는 화면이 나온다. 게임 룰은 슈퍼마리오 게임이랑 비슷하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들을 열심히 피해 달리기만 하면 된다. 역시 인터넷 연결이 안되어 있는 게임답게, 게임 제작에 큰 공이 들어간 것 같진 않았다. 모노톤의 픽셀을 여러개 뭉쳐 만든 장애물이 이 게임 디자인의 전부다. 컴알못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 정도면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생님도 해볼래요?
자그마한 책상에서 자그마한 나, 그리고 더 자그마한 초등학생 둘이서 다같이 머리 맞대고 핸드폰 게임에 열중할 모습을 상상하니, 왠지 조금 웃겼다. 게임 별로 안 좋아한다고, 괜찮다고 말했다.
크롬으로 둔갑한, 어딘가 모르게 어설퍼 보이는 게임에 즐거워하는 너희들 구경하는 게 훨씬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