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가 우리 관계에 끼치는 영향? by 유자까
“나도 왜 이렇게 우는지 알 수가 없어. 몰라. 모른다고.”
오후 6시, 집에 도착한 아내가 달래는 나를 거세게 밀어내며 말했다. 아내 말에 당황한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재빨리 오늘 하루를 돌아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분명, 점심 먹고, 카페에 갈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아니, ‘따릉이’를 빌려 타고 이동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나? 아니면, 생리 탓에 갑자기 본래 성격이 나왔나? 아이, 뭐지? 3주 만에 쉬는 날인데, 갑자기 왜 이런 일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 저리 나오는 아내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 대기만 했다. 어떻게든 우리 휴일을 싸움 없이 지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아내가 펑펑 울기 시작하자, 나도 모르게 화를 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감정적으로 내뱉었다.
“생리하는 날이라 심경이 복잡해? 그렇다고 나에게 이러면 어쩌라고?”
아내는 잠시 눈물을 멈추더니,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라고, 이 ㅅㅂ 놈아. 네가 내 이야기에 조금만 귀 기울였어도 알았을 텐데, 왜 헛소리야.”
나는 분명 우리 휴일에 해야 할 일을 다 했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상황 파악이 안 돼서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다시 기억을 더듬었다. 내가 귀담아듣지 않은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면서.
아내 기분이 이상해진 상황은 분명 카페에서다. 카페에 도착해서는 분명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올림픽공원 근처에 괜찮은 카페 3곳을 내가 골랐고, 최종적으로 아내가 선택한 장소였으니 그럴만했다. 그러다 머릿속으로 카페에서 불만족스러웠던 일이 떠올랐다.
‘내가 주문한 케이크가 별로였나? 케이크는 많이 아쉽긴 했어.’
나는 케이크를 강하게 의심했다. 뭐라고 해야 하나? 냉동된 상태로 나온 케이크는 해동이 덜 되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케이크 때문에 화가 났느냐고 물었다. 순간 아내가 강하게 부정했다.
“케이크도 이상하고, 커피도 맛이 없어. 마음에 드는 게 어떻게 하나도 없냐. 내가 이쪽 카페에 다시는 안 와.”
나는 어떻게든 아내 마음을 풀고 싶었다. 아내를 달랜다고 평소에 하던 소리를 했다.
“마음에 안 들면, 다음에 안 오면 되지. 왜 짜증이야? 넌 너무 쉽게 짜증을 내. 그게 일희일비하는 성격의 한계야.”
아내는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나를 다시 밀어냈다. 그리고는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나는 이런 상황이 어이가 없었지만, 어쩌겠는가. 일희일비는 아내 감정의 특징이다. 아내의 특징이 나오는 순간 나는 다짐했다.
‘이 상황을 견뎌야만 한다. 그래야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지.’
아내가 카페에서 일어나 올림픽공원으로 향하는 부분을 생각해 봤다. 이미 짜증이 가득했던 아내 상황은 올림픽공원에서도 이어질 게 뻔했다. 아내는 나 없이 성큼성큼 걸어갔더랬다. 그렇게 우리는 30분 정도 따로 있었다. 이후 어렵게 만난 우리는 다시 티격태격했다. 결국 내가 억지로 화해하자고 하고, 걸어서 공원을 산책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마음속 한 마디를 꺼냈다.
여기에 있는 사람 중 나만 불행하게 느껴져.
거대한 충격이 몰려왔다. 아니, 내가 보는 사람들은 전부 힘들어 보이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아이와 놀아주느라 4인용 자전거를 모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에서도, 그저 돗자리를 펴고 앉은 사람 속에도 분명 힘든 얼굴이 보였다. 아내가 힘들어한 일이, 어쩌면 이 말에 담겼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순간 알아채지 못했을 뿐.
우리는 서로 말도 하지 않을 상태로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이 글의 처음같이 말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아내는 자기 말에 귀 기울이기 않았다고 했는데, 나는 미안해졌다. 하지만, 아내 안에 무언가와 비교하는 마음이 문제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왜 싸우는지 분석이 필요했다.
잘 생각해 보면, 아내가 이렇게 예민해지기는 2020년 크리스마스 이후 처음이다. 내가 뇌경색으로 말을 한마디도 못 하던 시기, 아내는 크리스마스에 지금 같이 울었다. 그날도 분명히 하고 싶은 일도, 받고 싶은 선물도 있었을 터이다. 하지만 뇌경색의 원인인 당뇨가 날 아무것도 못 하게 했다. 아니, 아내마저 옭아맸다. 우리는 그 전과는 다르게 지내야 했지만, 진단을 받은 지 1달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여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날도 아내는 ‘자신만 불행하게 느껴져’라고 말했다.
그 말을 곱씹으니, ‘인스타그램’에 빠진 10~30대 생각이 났다. 남들과 비교하는 시각이 뛰어난 사람들, 수영장에서 수영은 안 하고 사진만 찍는 휴가객들(지난 휴가 때 직접 보았다)이 많은 세상이다.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영상은 무척 행복하게 올리지만, 정말 그들이 그러할까. 그에 비해 우리나라 mz세대 자살률은 매년 증가세다. 학자금 대출 금액과 연체율도 줄어들지 않는다. 그런 세대가 정말 행복하다고 느낄까?
이 사실을 아내에게 말했다. 어쩌면 당신도 그들처럼 화려한 사진에 속고 있다고.
“SNS에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감정이 오는지도 몰라. 어쩌면 이 사태를 낳은 주범이라고 생각해. 우리 무언가 방법을 찾아보자.”
“후, 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지는 않는데?”
“그렇지만, 들어가서 사람들 사진 엄청 보잖아. 올림픽공원에서 한 말 잘 생각해 봐. 분명 문제가 있어.”
“내 마음, 어딘가가 고장 난 거 같아. 일만 하다 너무 지쳤어.”
어쩌면 너무 성급한 답일지 모른다. 힘든 하루하루에 너무 지친 마음 탓일 수도 있다. 하여튼, 그런 대화를 1시간 정도 나누며, 우리는 화해했다. 아내는 다시 밝게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내는 이렇게 물었다.
“저녁은 어떻게 하지? 루프탑에 올라가 와인 한잔할까?”
“어? 갑자기? 저녁은 누가 해?”
“난 요리는 못 하니, 당연히 남편이 해야지.”
이렇게 내 마음은 다시 복잡해졌다. 아내 감정의 휴지통이 된 나의 마음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어디에 이 감정을 쏟아야 하지?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