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사이버트럭 앞에 불쑥 괴력의 허머가 나타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난데없이 도심 추격전이 벌어진다. 잡으려는 자는 노란색 페라리를 잡아탔고 도주하는 자는 호텔에서 검은색 험비를 낚아챘다. 거침없이 달리는 험비는 육중한 몸집답게 도심을 파괴하며 달렸다. 뒤따라오던 페라리는 샌프란시스코의 노면전차인 케이블카에 깔려 뭉개진다. 이는 1996년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더 록, The Rock>에 등장하는 장면 중 하나다. 굿 스피드 캐릭터의 니콜라스 케이지는 페라리(Ferrari) F355를, 존 메이슨 역의 숀 코너리는 허머 HMC4를 탔다.
이 영화에 등장했던 숀 코너리는 당시 66세였다. 2020년 8월 그는 90세 생일 파티를 보냈고 두 달이 흘러 지난 10월의 마지막 날 영면했다.
험비는 미군에서 사용하던 오프로드 전용 차량으로 1996년도 '허머 H1'의 배기량은 6천500cc, 205마력의 파워를 가졌다. 거대한 몸집답게 연비도 상당했다. 리터당 고작 4.9km에 불과했으니 '기름 먹는 하마'와도 같았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박찬호를 포함해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셀럽들도 이 차량을 몰고 도심을 누볐다. 실제로 군사용 험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차량이 H1이고 험비에 쉐보레 서버번을 절묘하게 블렌딩 한 모델이 H2다. 제너럴 모터스(GM)의 SUV 생산 라인업 브랜드가 허머(Hummer)인데 2010년 적자를 겪으며 해체된 바 있다. 당연히 허머의 이름을 가진 모델들도 더 이상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테슬라 사이버트럭에 대항하는 허머 EV의 등장?
브랜드 자체를 중국에 매각하려 했다가 실패한 허머는 영원히 사라져 버릴 운명과도 같았다. 브랜드 해체, 허머의 단종 이후 10년이 흘렀다.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이 순간 자동차 제조사들은 친환경 에너지(특히 전기차)에 집중한다. 어디 그뿐인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첨단 디자인들이 외형을 감싸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사실 험비는 몸집만큼 외형도 투박한 편이다. 말 그대로 전쟁터에나 어울릴법한 스케일을 보인다. 험비라는 키워드를 영단어로 하면 'Humvee'가 맞지만 본래 '높은 기동성 다목적 차량'이라는 의미를 가진 'HMMWV'라는 줄임말에서 험비로 변화했다고 한다. 이는 험비를 다룬 책이나 위키피디아에도 잘 서술되어 있다.
※ HMMWV : 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
겉보기에도 그리고 이름만큼이나 기동성만큼은 훌륭할 듯하다. 전쟁터에서 연비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닐 테고 전천후 기동성이 필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럴듯해 보인다. 초기 모델의 전폭은 2미터가 넘는다. 공차중량도 3톤이 넘었다. 비교할 대상은 아니지만 기아자동차 모닝의 전폭은 1.5미터 공차중량은 910kg이다. 어디까지나 참고 차원이니 이해하시기를.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자동차 디자이너 사미르가 험비의 모습을 보다 실용적이고 예쁜(?) 모습으로 디자인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기존 험비의 디테일한 부분들은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세련되게 변모한 뉴 험비의 자태는 실제로 있을법한 포스를 자아낸다. 물론 기존 험비를 기반으로 상상력을 더한 렌더링이지만 투박하고 괴팍했던 이전의 모습을 생각하면 험비 스스로도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까? 참고로 사미르는 브루베이커 박스, 페라리, 애슈턴 마틴 등 다양한 차종들의 콘셉트 이미지를 디자인한 바 있다.
서론이 길었다. 자, 이제 허머의 부활을 알리는 '전기차' 허머를 알아보자. 전기 에너지를 탑재하며 미래형 디자인으로 등장한 허머 EV의 모습은 콘셉트카일뿐 실제로 나타나지 않을 자동차라 느껴졌다. 그런데 정말 허머가 전기 에너지를 탑재해 '부활'을 한다고? 혹자는 테슬라 사이버트럭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자라고도 했다. 기존 험비가 아닌 허머 H 시리즈의 정체성을 조금씩 이어가되 투박함을 없애고 유려하고 매끄러운 디자인으로 개선 그리고 혁신을 이루어냈다.
'허머'의 알파벳이 새겨진 중앙부 양 옆으로 슬림한 헤드램프가 눈길을 끈다. 더불어 육중한 몸집이 놀라운 힘을 보여줄 것만 같다. GMC는 시에라(Sierra) 시리즈처럼 대형 SUV나 픽업트럭들을 양산하는데 허머가 그러한 기조를 이어갈 듯하다. 단, 전기차(EV)로서 말이다.
위 이미지로만 보면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데 타이어의 크기가 최대 35인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대략적이라도 감이 올 것이다. 참고로 람보르기니의 SUV 우르스와 롤스로이스의 SUV 컬리넌은 21인치 타이어를 탑재한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튜닝'을 하면서 24인치 휠을 붙이는 경우들도 있다.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은 싱글 모터부터 삼중 모터까지 3종류의 트림으로 나뉘는데 허머 EV도 모터 3개를 장착해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사이버트럭 삼중 모터가 약 800마력인 반면 허머 EV는 약 1천 마력의 힘을 뿜어낸다. GMC 홈페이지에서는 1 피트(약 0.3m) 당 1만 1500 파운드(lb)의 추정치 최대 토크를 낼 수 있다고 하니까 이를 킬로그램과 미터로 환산해 계산하면 대략 1천590kg.m라는 토크 수치가 나온다. 참고로 람보르기니 우르스의 최대 토크는 86.7kg.m이다. 여기서 말하는 토크(torque)는 엔진에 따라서 발생되는 회전력을 의미한다. 사실 '1천'이라는 숫자 자체만 보면 믿기 힘들 정도다. 힘이야 그렇다 치고 전기차라는 정체성을 가졌으니 배터리 완충 시간과 주행거리에 더욱 관심이 갈 것이다. 허머는 최대 350kW 배터리에 800 볼트 DC 급속 충전으로 1회 충전 시 최대 350마일(약 563km)을 주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테슬라 모델 X의 경우 100kW 배터리를 1회 충전하여 최대 438km를 달린다.
30인치가 넘는 휠에 육중한 바디를 가진 허머가 이 배터리로 진짜 500km 이상을 달릴 수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오프로드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허머가 도심에서는 얼마나 놀라운 가성비를 보여줄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테스트 주행을 거친 데이터일테니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위 스펙들이 사실이라면 허머 EV는 테슬라 사이버트럭 앞에서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을까? 참고로 테슬라 사이버트럭은 일론 머스크의 꿈같은 모델이었다. 더구나 우주를 향한 스페이스 X,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를 위한 목표에 부합하는 모델이 사이버트럭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사이버트럭은 2019년 11월 대중들에게 공개되었고 발표 다음 날 10만 대가 넘게 예약이 진행되었다. 허머 EV의 경우 공개한 지 불과 1시간이 지나 내년도 물량이 모두 예약되었다고 한다. 다만 물량은 알 수 없다.
픽업트럭은 미국에서 꽤 인기가 있는 모델이기도 하지만 허머의 '부활'이라는 점과 매력적인 디자인, 놀라운 성능이 소비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디자인면에서는 사이버트럭보다 허머 EV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 이 자리를 빌려 고인이 되신 명배우 숀 코너리의 명복을 빕니다.
※ 아래 내용을 참고하여 팩트 위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꼭 댓글로 남겨주세요!
- GMC 허머 EV : gmc.com/electric-truck/hummer-ev
- Humvee, HMMWV : en.wikipedia.org/wiki/Humvee
- <This Brash New Hummer Concept Is Even More Hulking Than the Original>(2020.5.24>, robbreport.com
- <GMC Hummer EV Edition 1 Reservations Already Full>(2020.10.21), gmauthority.com/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