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려워 혼자가 되지만, 혼자는 스스로 삼켜진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약간의 한마디도 흘리지 않기란 어렵다.
그저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지.
요즘 사람들 다 많이 어렵고
힘들게 열심히 외롭게 사니까.
그런 무덤에 묻혔을 뿐일테지.
용기내서 흘려낸 말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걸 몇차례 배우고나면,
우울증의 끝에 있는 사람은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구차하고 어렵게
힘들다, 위험하다, 도와달라는 말을 해서
누군가를 괴롭히는 나약하고 한심한 사람이 될 바에,
내가 정말 "죽을만큼" 힘들었다는 걸 드러내고
모든 걸 멈출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다고.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면서도,
누군가의 손길이 눈부시고 스스로가 나약하게 느껴진 한 사람은
결국 혼자의 힘으로 그 끝나지 않는 우울함의 끝을 맺고 만다.
'힘내세요-'라는 말은 많이 줄었고,
'지금 그대로도 괜찮아요, 쉬세요-'
라는 말은 늘었다.
위로는 더 부드러워졌지만,
깊은 우물 깜깜한 아래에 놓여진 사람에겐 여전히
빛도 구출도 여유도 잠깐의 자유도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꺾이기 어려운 우울증이 자라고 있다.
편히 쉬세요.
남들처럼 살려고 발버둥치며 만든 찰나의 미소와 일상에도 누군가
"저 사람 역시 죽을만큼 힘들지 않았네"라고 우울을 평가절하하곤 하니까.
그런 사람들이 무서워서 주변을 지우고 지우다보면,
유일하게 남은 자신이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되묻는 밤이 지속된다.
'나 정말 죽을만큼 힘든 거 맞아?'
'나 정말 죽을만큼 힘들어서 죽을만큼 기를 써서 버티고 있는데?'
'살아있잖아, 그럼 나 정말 죽을만큼 힘든 거 맞아?'
'..정말 죽을만큼 힘들지만 버티고 있는거야..'
'살아있잖아, 그럼 나 정말 죽을만큼 힘든 거 맞아?'
'...'
혼자만의 사고에 갇히면 이미 내 사고의 실타래에 엉켜 옴짝달싹 못 하는 어려운 상태가 되는데,
요즘 사람들 다들 혼자 산다. 혼자 살아.
서로가 간섭받지 않길 원하고, 간섭이 될까 주저한다.
남을 향한 외면만큼 쉬운 것이 어디있어.
그런데 혼자가 되면, 스스로를 외면하긴 어려울꺼야.
Photo by Kristina Tripkovic on Unsplash